6.13 지방선거를 되돌아보며

6.13지방선거를 되돌아보며…

사상 최악의 투표율과 한나라당의 완전 석권으로 2002년 지방선거가 막을 내렸다. 지방선거를 하긴 했나 라는 자조섞인 넋두리를 하면서 온 세상이 월드컵에 몰두했다. 오로지 기쁨은 대한민국의 승리에만 있었다. 지방선거는 그러한 기쁨을 가라앉히는 귀찮은 것으로 치부되기도 했다. 지방선거에 다수의 유권자가 참여하여 새로운 변화의 가능성을 만드는 것은 대한민국의 승리는 아닌 모양이다.

유권자의 절반 이상이 투표장으로 가지 않았다. 외국의 모 학자는 선거는 많을수록 좋다고 했다. 동의가 된다. 자신의 대표와 자신의 삶에 영향을 미치는 사안에 대해 자신이 직접 의견을 제시할 수 있다는 것만으로도 선거는 많을수록 좋다. 비용만을 따질 일이 아니다. 그러나 그것의 전제는 자신의 선택이 올바랐다는 판단의 가능성이 투명하게 보여야 한다. 그래야 스릴감있게 투표에 참여한다. 아무튼 우리의 유권자는 투표장을 피해 갔다. 왜 그럴까? 이것은 과연 진보적인 현상인가?
유권자가 투표장으로 가야할 이유가 없다. 내가 가나 가지 않으나 어떤 정당의 어느 인물이 당선될 것인지 눈에 보이기 때문이다. 결과가 뻔한데 무슨 재미가 있겠는가? 우리는 지금까지 이것을 지역주의, 연고주의 선거라 지적했고 그 폐해를 신랄하게 비판하기도 했다.
그놈이 그놈이기 때문이다. 아무리 눈 닦고 찾아봐도 청렴하고 도덕적인 인물은 찾아보기 힘들다. 이 놈이 싫긴 싫은데 그렇다고 저놈은 뭐가 다를까 하는 생각이 뇌리를 스치는 순간 투표장은 멀어지기 시작한다.
쟁점이 없기 때문이다. 지역의 현안을 두고 후보자간 치열하게 논쟁이 이루어져야 호기심도 생기고 선택의 근거도 생기는데 쟁점이 없으니 선택의 기준이 있을 리 만무하다.

너무나 속아 왔기 때문이다. 이번에는 혹시라는 생각으로 선거를 해보았지만 결론은 역시 였기 때문이다. 뇌물, 구속이란 단어를 인터넷에서 검색하면 가장 많이 나오는 계층이 정치인이다. 그것도 대통령에서부터 기초의원까지 아주 다양하고 버라이어티하게 드러난다. 아무리 생각해봐도 유권자가 투표장으로 가야할 이유가 없다. 있다면 민주시민의 권리이자 의무라는 당위밖에는 그나마 선거에 참여한 유권자도 선택의 기준이 제한되어 있다. 여론조사를 해보면 도덕성과 청렴성이 가장 높은 비율로 나오지만 적합한 후보는 없다. 단지 선험적이고 규범적인 기준일 뿐이다. 그렇다면 무엇을 기준으로 선거를 한단 말인가?

가장 선명한 기준은 지역과 연고이다. 저 후보는 내가 아는 사람이다 동창이다가 선택의 기준이 되는 것은 한편으론 인지상정이다. 김대중의 아들 홍삼트리오가 개판을 쳐왔는데 그리고 이것이 최대의 정치적 쟁점이었는데 유권자는 선택의 기준을 무엇으로 세우겠는가? 김대중이와 다른 세력과 인물을 찾는 것이다. 그것이 우리지역에서는 한나라당이 되어버리는 것이다. 지방선거는 대선의 전초전이다. 아무리 아니라고 해도 전초전이 맞다. 유권자도 그것을 잘안다. 시민운동하는 사람보다 더욱 피부로 느낀다. 그러니 지역주의가 선택의 최고 기준이 되는 것이다. 낮은 투표율은 조직동원형 선거가 될 수 밖에 없다. 누가 가장 조직동원을 많이 하겠는가? 분명 쟁점을 주도하고 싫어하는 세력을 강력히 규탄하는 세력이 주도한다. 그간의 선거조직을 집중력있게 관리해온 집단이 승리하게 되어있는 것이다.

우리 지역에서 최악의 선거참여율과 한나라당의 완전 석권은 당연한 것일지도 모른다. 아니 당연하다. 그리고 그것을 우리는 예전부터 알고 있었다. 그렇다면 대구참여연대는 무엇을 했어야 했나? 활동의 성과와 아쉬움은 무엇인가?

우리는 지난 2월 2일 정기총회에서 “단체의 후보는 출마시키지 않는다. 후보자 정보공개운동, 후보자 약속운동 등의 유권자운동을 강력하게 전개한다. 사회적 약자를 대변하는 후보에 대한지지, 지원운동은 운영위원회에 결정을 위임한다.”라는 지방선거 방침을 결정했다. 그 방침에 맞추어 최초로 도입된 공천경선제도의 올바른 정립을 위한 경선감시운동, 후보자 정보공개 및 주민대표 부적격자 선정 발표운동, 개혁적 공약의 개발과 제안을 통한 후보자 약속운동 등을 전개해 왔다.

후보공천을 위한 당내 경선감시운동의 경우 대다수의 지구당이 경선제도를 도입하지 않은 관계로 활동의 실효성이 떨어졌던 운동영역이었다. 그리고 경선현장을 모니터 하는 것 보다는 민주적이고 공정한 경선을 위한 제도적 과제를 제시하고 이것을 실현시키는 것이 핵심적인 활동의 내용인데 이에 대한 대응이 미흡했다. 그러나 최초로 도입된 경선제도는 정당민주화의 주요 근거가 될 수 있기에 활동의 경험을 살려 이후 적극적으로 대응해야 할 과제임에는 틀림없다.

후보자 정보공개운동은 “입후보자 정보공개 자료실”을 제작, 운영한 것이 핵심이었다. 대구참여연대의 최대의 성과로 꼽을 수 있다. 아쉬움이 있다면 후보자에 대한 정보라는 것이 주로 전과전력과 선거법 위반 전력에 국한되었다는 것이다. 정책적인 입장에 대한 평가와 과거 사회적 활동에 대한 종합적 평가가 이루어지지 못한 것이 한계였으며 이는 대구참여연대 활동의 내용과 방식의 한계에 기인한 측면이 크다고 판단된다. 장기적 전망을 갖는 운동, 성과가 축적되는 운동, 하나라도 끝을 보는 운동으로의 변화가 요구되는 평가지점이기도 하다. 성과로 남은 입후보자 정보공개 자료실은 종합적인 시민감시 사이트로 전환될 것이다. 이제부터 우리가 뽑은 선출직 공직자의 모든 활동과 정보가 이곳에 수록될 것이다. 일상의 시기에는 지방행정과 의정에 대한 감시사이트가 될 것이며 선거시기에는 영향력있는 후보자 정보공개 사이트가 될 것이다. 일단 대구참여연대 활동의 성과를 축적하는 종합적 사이트가 탄생하게 되는 것이다.

후보자 약속운동의 경우 행정분야와 복지분야를 중심으로 의제를 개발하고 이를 후보자들에게 제안했다. 결론적으로 다수의 후보자가 응답을 거부한 관계로 실효성이 없다. 대외적 성과는 없지만 의제를 개발하는 과정에서 대구참여연대의 주요 활동과제를 도출했다는 측면에서 내적 성과를 낳았다고 판단한다. 문제는 당선을자들의 공약을 재정리하고 이의 실현을 시민의 힘으로 강제하는 활동을 지속적으로 전개하는 것이며, 우리가 개발한 의제가 받아들여 질 수 있도록 제안하고 주장하고, 관철시키는 것이 필요할 따름이다.

가장 반성되어야 할 것은 회원들과 함께 하지 못했다는 것이다. 대외적 일에만 쫓겨 회원들과 함께 할 수 있는 활동의 내용과 구조를 만들지 못했다는 것이다. 충분히 반성되어야 한다. 소속 단체의 회원들마저 선거에 참여하지 않는데 어떻게 시민들의 선거참여를 기대할 수 있겠는가? 회원들 마저 후보자 선택에 혼란을 가지고 있는데 일반 유권자는 어떠하겠는가? 통신문, 메일 매거진을 넘어서서 회원들과 직접 대화하고 토론하는 활동이 중요성을 뼈저리게 느낀 6월이었다. 향후 대구참여연대가 어떠한 활동을 하든지 간에 회원과의 토론구조를 만들어나가는 것에서 출발해야 할 것이다.

앞으로 무엇을 해야 하나 고민이 된다. 분명한 것은 한가지 있다. 누가 당선이 되었더라도 우리의 기본적 소임은 있다. 지방자치를 개혁시켜야 한다. 부정부패의 온상이 되어온 관급공사, 민간위탁사업 등이 시민의 눈에 투명하게 보이도록 해야 한다. 선거시기 제시한 공약이 반드시 실현될 수 있도록 감시해야 한다. 정기적으로 공개평가를 받도록해야 한다. 공무원 인사과정에서의 부패를 막기위해 인사위원회를 개혁해야 한다. 지방자치의 꽃은 주민의 참여이기에 주민참여를 제도화시키기 위해 투쟁해야 한다. 대구를 도박장으로 만들 제2TV경마장 건립을 온몸으로 막아야 한다. 예산은 시민의 혈세이기에 시민의 참여속에 편성되도록 해야 한다. 주민의 대표인 지방의원들이 의정활동을 성실하게 하도록 감시해야 한다. 그리고 지역사회 곳곳에서 벌어지는 기득권세력들의 추잡한 잔치를 감시하고 시민이 잔치상을 받도록 해야한다.

장기적으로 지역사회를 바꾸기 위한 준비를 해야 한다. 그것이 되기 위해서는 몇가지의 조건이 구비되어야 한다. 그것을 지금부터 준비해야 한다. 대구참여연대의 권력감시가 제 힘을 발휘하기 위해서는 시민을 움직일 줄 알아야 한다. 언론만을 움직여 봐야 나중에 배신당할 공산이 크다. 실제로 자기 동네에서 동네주민들을 움직일 수 있는 우리의 힘을 키워야 한다. 그냥 단순한 회원이 아니라 움직이는 회원을 만들어야 한다. 회원은 그렇게 되도록 스스로 노력해야 한다. 이것만으로는 안된다. 왜냐하면 세상을 결정적으로 바꾸는 대안이 있어야 한다. 우리가 믿을 수 있는 우리의 대표가 있어야 한다. 그리고 그 사람은 동네에서 신망받고 검증받아야 한다. 그리고 시민단체의 개혁적 지향을 온몸으로 받아들일 수 있어야 한다.

권력감시형 시민운동의 지속적이고 전문성있는 감시운동과 주민의 생활근거지가 뿌리박는 운동으로의 변화와 개발, 그리고 이러한 힘을 제도영역에서 실현할 수 있는 능력있는 대안적 세력과 인물 만들기, 이 세가지가 동시에 진행되어야 세상은 시민의 힘에 의해 바뀔 수 있을 것 같다. 대구참여연대는 그 일부분을 담당하면 되는 것이다.

대선이 다가오고 있다. 지방선거보다는 관심이 높을 것이다. 왜냐하면 누가 당선되느냐에 따라 실제로 많은 변화를 몰고 오기 때문이다. 쟁점도 뚜렷할 것이다. 박빙의 승부이기 때문에 재미도 있을 것이다. 문제는 선택의 기준을 만드는 것이다.

우리는 또다시 유권자의 선택을 돕는 정보를 제공할 것이다. 온 세상에 널려있는 대통령 후보에 대한 자료를 주어 담아 유권자에게 제공할 것이다. 그리고 우리가 쟁점을 만들고자 노력할 것이다. 아마 그 쟁점은 정치개혁이 될 듯하다. 그 내용을 미리보면 고위공직자의 비리를 어떻게 방지할 것인가에 대한 대책, 권력의 시녀로 전락해 있는 또 하나의 권력인 검찰을 어떻게 개혁할 것인가에 대한 대책, 부정부패 척결차원에서 돈세탁을 어떻게 방지할 것인가에 대한 대책, 공직자들의 윤리실천을 비상히 높일 제도적 방안, 정치권의 부정부패의 원인인 정치자금에 대한 대책 등이 될 것이다. 이것이 쟁점이 된다면 우리는 이것을 적극적으로 받아들이는 후보를 자율적으로 선택하면 되는 것이다.

선거가 끝나니 또 선거다. 또 다시 농락당할 지도 모른다. 분명한 것은 어떠한 방식이든지 유권자가 표현하지 않으면 정치인은 신경쓰지 않는다. 선택하고 주장해야 한다. 선거에 참여하지 않는 것이 당연한 현실이지만 더 이상 당연시된다면 우리사회는 감당하기 어려운 수렁에 빠질 것이다. 그 피해는 고스란히 우리가 감내해야 한다. 우리는 그것을 거부해야 한다.

시민감시국장  권혁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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