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시 도시계획에 대한 전반적 조명

전문가의 부족
도시계획 비전문가이면서 더구나 시민운동을 하는 사람이 대구 도시계획의 문제점에 대해 이야기를 한다는 것은 적절하지 않을 뿐더러 자칫 드러나는 현상만을 가지고 이야기함으로써 정작 꼬집어야 할 보다 근본적인 문제에 대해서는 간과할 수 있을 소지가 다분히 존재한다고 생각한다.
우리 지역에 많은 도시계획 전문가가 있지만 나에게 이런 원고청탁이 들어온 것은 우리지역의 현실을 그대로 보여주는 것이 아닌가 싶다. 대구시와의 관계에서 벗어나 대구시가 나아가야할 도시계획의 방향을 시민의 입장에서 소신 있게 이야기할 수 있는 전문가가 부족한 것이 대구시 도시계획 분야의 가장 큰 문제가 아닌가 생각한다. 시민운동이지속적으로 도시계획위원회의 구성과 운영의 문제점을 지적하고 개선방안을 촉구하는 것은 바로 그런 이유 때문이다. 도시계획위원회를 도시계획전문가와 행정관료 뿐 아니라 공원계획전문가, 생태계획전문가, 인문사회전문가 등 다양한 분야의 전문가를 참여시키고, 공개추천 및 임기제한 등을 도입함으로서 특정 그룹에 의해 좌지우지되는 도시계획의 폐단을 없애는 것이 현재 대구 도시계획이 안고 있는 문제점을 해결하는 첩경이다.

대구시도시계획 문제점이 드러난 구체적 현안

대표적인 사례로 수창공원 개발과 앞산관통도로 건설 사업을 들 수 있다. 2005년도 수창공원 개발 사업은 KT&G가 현재 공원부지로 지정되어 있는 옛 전매청 부지를 중심상업지역으로 용도 변경을 해 초고층주상복합건물을 짓게 해 주는 대신에 4천여 평을 공원으로 조성하여 대구시에 기부채납 하겠다는 제안을 대구시가 수용하여 양해각서를 체결하면서 불거진 현안문제이다. 도심 내 공원조성은 반드시 필요하다는 시민운동진영의 계속된 문제제기에도 불구하고 대구시의 입장은 바뀌지 않았으며, 내년부터 본격적인 사업이 진행될 것으로 보인다. 앞산관통도로 사업은 먼 장래의 대구의 모습을 결정하는 대형 프로젝트이다. 대구사회의 사회, 문화, 환경 등에 지대한 영향을 미칠 사업이기 때문에 정확한 사전 조사와 분석에 의한 사업 결정과 철저한 사전환경성 검토 등이 필수적이다. 총체적으로 사업 예측이 부실한 가운데 입안된 이 사업은 12월 대구시의회가 예산 심의 과정에서 상임위에 의한 관련 예산 전액 삭감, 예결특위에 의한 관련 예산 일부 부활 등을 통해 내년도에 본격적으로 사업을 추진하기 위해서는 좀 더 정밀한 토론이 필요함을 확인시켰다.

자연을 배제시키는 대구시 도시계획

도시계획의 사전적 의미는 도시 생활에 필요한 교통, 위생, 환경, 산업, 보안, 국방, 후생, 주택, 행정 및 문화 따위에 관하여 주민의 복리를 증진하고 공공의 안녕을 유지하도록 능률적, 효과적으로 공간을 배치하는 계획이다. 이러한 이유로 도시계획은 종합성, 장래성, 전문성, 공공복리성, 강제성 등의 성격을 가진다. 특히 도시환경의 계획적 변화를 유도하기 위하여 도시계획에서는 불가피하게 공공의 간섭을 통해 사유지조차도 공공의 이익을 위하여 재산권 행사를 제한하는 강제성을 용납하는 것이다. 도시계획을 어떻게 결정하느냐는 몇 백 년 후에도 우리 후손들이 살아가야 할 땅에 대한 미래가 결정되는 것이기 때문에 권력을 가진 특정 집단이 도시계획을 좌지우지해서는 안 되는 것이다.

현대사회에서는 지속가능한 도시 발전을 위해 도시철학, 인간과 자연을 고려한 공간배치, 인간과 도시의 조화로운 공간 구성 등을 고려한 도시계획 수립은 거역할 수 없는 흐름이다. 인간과 자연의 공생은 전 지구적 화두이지만 대구 지역 사회에서 자연 (혹은 환경)은 여전히 인간이 살아가는 데 필요한 부수적 요소일 뿐이다.

2020 대구도시기본계획에서 설정하고 있는 도시 미래상은“세계로 열린 매력 있는 문화 기술도시”로 삼고 이를 위해“개성 있고 활기 넘치는 열린 도시”, “살고 싶은 인간친화형 문화도시”, “경쟁력 있는 지식 기반형 기술도시”로 설정하고 있다. 쉽게 이야기 하면 인간이 지금보다 더 풍요롭게 살 수 있는 도시를 만들겠다는 것이다. 현재 대구를 움직이는 주도세력들에게는 성장 중심의 개발 지상주의가 여전히 포기할 수 없는 확고한 방향인 것 같다. 문제는 이러한 방향이 현재 정치, 경제, 사회, 문화 등 다방면에 걸쳐 안고 있는 대구사회의 고질적인 문제를 더욱 고착화시킬지도 모른다는 것이다.

시민운동의 과제

그렇다면, 도시계획수립에서의 시민운동의 역할은 무엇인가? 우선은 관심이다. 시민사회에서 도시계획이 가지는 중요성에 대한 인식이 시급히 이루어져야 한다. 도시 내에서 살아가는 모든 구성원들에게 도시계획만큼 현실적이고 직접적인 영향을 미치는 것이 또 있을까? 정치, 사회적 변화가 이루어 진다고 도시계획이 함께 변화되는 것이 아니다. 엄밀하게 이야기하면 정치, 사회적 변화와는 무관하게 도시계획은 항상 있어왔고또 있을 것이기 때문에 이에 대한 새로운 인식 전환과 접근이 필요하다.

둘째는 현실적으로 발생하는 도시계획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노력이 선행되어야 한다.수창공원 개발과 앞산관통도로사업이 시민사회의 아무런 문제제기 없이 추진되었다고가정하면 향후 수십 년 동안 대다수 대구시민이 이로 인해 직간접적인 피해를 입게 될것이다. 사실 지역사회에서 대두되는 도시 공간과 관련된 모든 현안 문제는 바로 도시계획의 문제이다.

셋째 제도적으로 도시계획 결정 과정을 민주화시키는 것이다. 앞서 이야기했듯이 도시계획위원회를 제대로 꾸리는 것은 더 이상 미룰 수 없는 과제이다. 한번 위원이 되면 끝까지 감으로써 특정 개인이나 그룹에 의해 도시계획을 독점하는 폐단을 없애야 한다. 위원 공개 추천제와 임기제를 도입해야 한다. 그리고 도시계획 관련 자료와 정보가 일반시민에게 투명하게 공개되도록 해야 한다.

넷째는 시민운동진영에 소신 있는 도시계획전문가의 자발적 참여를 유도해야 한다. 이것은 시민단체에 참여하면 거의 왕따 당한다는 오해를 우리 스스로가 불식시킬 때 가능하다. 시민단체가 비판만 하는 단체가 아니라 합리적인 토론을 즐기고 그러한 토론을 통해 대안을 제시하며, 시민단체가 추천하는 전문가로 도시계획위원회 등에 참여하는 기회를 최대한 확보하는 것이 중요하다.

도시계획에 대해서는 거의 문외한에 가까운 시민운동가가 수창공원 개발 문제와 앞산관통도로 건설사업 대응활동을 통해 느낀 점을 바탕으로 정리되지 않은 생각을 적었다. 2006년에는 시민운동진영이 대구의 도시계획에 대해 더욱 계획적으로 간섭할
수 있기를 바라는 마음 간절하다.

문창식 환경운동연합 운영위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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