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동성명] 4.19혁명의 숭고한 정신을 훼손하는 박정희 동상 건립을 거부한다

1960년 4월 19일, 대한민국 국민은 자유와 정의, 민주주의를 위해 일어섰다. 수많은 시민과 청년들이 목숨을 잃었다. 그렇게 뜨겁게 쟁취한 4.19정신은 오늘날에도 우리 사회의 근본적인 가치로 자리 잡고 있다. 그런데 지금 대구시는 4.19정신에 반하는 시대착오적인 우상화 사업을 하겠다고 한다.

박정희 동상 건립은 대통령 박정희의 명암에 대한 논쟁이 있는 상황이므로 신중해야 한다. 박정희 대통령의 산업화 공로 여부 역시 논쟁 중인 사안이다. 그러나 민주주의 인사에 대한 탈법적 탄압, 장기집권의 시도 등 온갖 독재행위로 한국 사회의 발전을 가로막은 인물이라는 것은 누구도 부정할 수 없다.

논쟁적인 역사적 인물은 학문적 논쟁의 영역으로 남아 있어야 한다. 박정희가 현실 정치에 붙잡히는 오늘날의 대구 현실이 개탄스럽다. 박정희의 시대적 역할은 그 소임을 다했고 더 이상 미래 대구가 박정희로부터 얻을 수 있는 것은 없다. 이러한 논쟁적 인물의 동상을 대구의 관문인 동대구역에 설치한다면 만천하에 대구의 민주주의 수준을 보여줄 것이 명확하다.

득은 없고 실만 있는 이러한 결정을 왜 하는가? 우리는 한국 사회의 민주주의를 더 성숙하게 발전시켜야 한다는 사명이 있는 민주시민이자 연구자로서 박정희 동상의 동대구역 설치는 정치적으로도, 시대적으로도 민주주의의 퇴행을 상징할 수 있음을 우려한다.

홍준표 시장은 닫힌 귀를 열고 시민의 소리를 들어야 한다. 박정희 동상 건립이 왜 문제가 되는지 각계에서 제출한 의견을 겸허히 받아들이고 가슴에 새겨야 한다. 대구 시민 900여명은 지난 4월 1일 대구시의 ‘박정희 기념사업 지원에 관한 조례(박정희기념조례)’제정에 반대하면서 의견서를 제출했다. 그러나 대구시는 이에 대한 답으로 “‘타 지자체에도 전직 대통령 기념사업 관련 조례가 있으며, 대한민국 산업화를 이끈 박정희 대통령 기념사업 추진 근거 마련을 위해 조례 제정”을 추진한다고 했다. 민주적인 절차를 무시한 답이다. 대구 시민들의 다양한 의견을 수렴하기는커녕 근거가 될 수 없는 일방적이고 독단적인 통보다. 이미 박정희의 고향인 구미가 하고 있는 사업을 동일하게 하면서 내놓는 근거로도 빈약하기 짝이 없다. 예산안을 일방적으로 편성한 것 또한 민주주의의 근본인 ‘시민의 목소리에 귀 기울이기’를 저버린 오만한 행위이다.

대구 시민들의 반대에도 불구하고 이토록 무리하게 우상화 사업을 추진하는 것은 홍준표 시장의 사심이 개입되어 있지 않은지, 다음 대선을 위한 정치적 의도가 있는 것은 아닌지 실로 의심하지 않을 수 없다.

2024년 4월 19일, 혁명의 정신을 추모하고 자유, 정의, 민주주의를 외치기 위해 우리는 다시 오늘 여기에 모였다. 오늘 우리의 호소는 과거 민주주의를 위해 투쟁한 수많은 시민과 청년들의 희생에 대한 추모이며, 역사가 반복되지 않도록 하겠다는 의지의 선언이기도 하다.

우리는 자유와 정의, 민주주의를 위해 다시 외친다. 대구시가 역사의 시계를 거꾸로 돌리려 하는 것을 두고만 본다면 민주주의를 위해 목숨을 잃은 수많은 시민과 청년들을 우리가 어찌 볼 수 있겠는가. 4.19를 이끈 2.28 민주화 운동의 도시 대구에서 우리는 이 뜻깊은 날에 다시 한번 외친다. 대구시는 대구를 사랑하는 선진적이고 미래지향적인 대구 시민의 자긍심을 위해 박정희의 환상에서 빨리 떨쳐 일어나 민주주의의 대구 공동체를 만드는 데 앞장서야 할 것이다.

이에 다음과 같이 요구한다.

하나, 대구시는 시민 의견 수렴하여 박정희 우상화 사업을 즉각 중단하라!

하나, 대구시의회는 시민의 대표기관으로서의 역할을 충실히 수행하고, 홍준표 시장의 독선 적인 행정에 맞서 시민의 권리와 의견을 보호하라!

하나, 대구시는 모든 공공 사업에 있어 투명성과 공정성을 확보하고, 시민 참여를 적극 장 려하라!

대구시와 대구시의회가 진정으로 대구 시민의 자긍심을 높이고자 한다면, 4.19정신에 입각한 이러한 요구사항을 성실히 이행해야 할 것이다. 우리는 대구시의 민주주의와 정의가 실현될 그 날까지 결코 투쟁을 멈추지 않을 것이다.

2024년 4월 19일

민주평등사회를 위한 대구경북교수연구자 연대회의 / 박정희 우상화 사업 반대 범시민운동본부 준비위원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