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명] 자치경찰위원회, 자치경찰 독립성 위협 홍 시장 발언에 대한 입장 밝혀야

홍준표 시장의 자치경찰에 대한 인식이 위험하다. 대구 퀴어축제의 도로점용 문제를 두고 대구시와 대구경찰청이 충돌한 지난 17일 홍 시장은 페이스북에 “불법을 옹호하고 시민 불편을 초래한 대구경찰청장은 교체됐으면 한다. 완전한 지방자치 경찰 시대라면 내가 즉각 파면했을 것”이라는 글을 올리고, 19일에는 이틀 뒤에는 “충남과 티케이 출신이 있길래 티케이 출신이 낫겠다고 찍었는데, 이렇게 엉터리인 줄 몰랐다”고 말했다.

지방자치가 부활한 지 30년이 넘고, 자치경찰제로 이행하고 있는 시대에 경찰 및 자치경찰에 대한 홍 시장의 인식은 지나치게 권위주의적이고 정파적이어서 매우 위험하다. 규탄하지 않을 수 없다. 국가경찰이든 자치경찰이든 경찰의 정치적 중립성은 백번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을 만큼 중요하다. 그러나 홍 시장은 대구시민을 위한 역량과 자질이 아닌 정파적 판단으로 현 대구경찰청장의 임용에 관여했다는 점을 스스로 밝히고, 인사권이 있었다면 자신에게 맹종하지 않은 사람은 단번에 잘랐을 것이라며 왕조시대의 폭군이나 다름 없는 인식을 드러내었다.

홍 시장의 이러한 인식으로 볼 때 더욱 우려되는 것은 시작된 지 2년에 불과하고, 그렇지 않아도 인사와 재정, 업무의 권한이 부족하여 반쪽짜리 제도로 평가되는 현행 자치경찰제 하 대구시 자치경찰위원회의 존재와 역할이다. 반민주성과 정파성을 이토록 노골적으로 드러내는 시장으로부터 자치경찰위원회가 과연 얼마나 독립성을 유지하며, 시민의 안전과 인권을 보장할 수 있을 것인지 걱정이 앞서기 때문이다.

대구시 자치경찰위원회가 시민들의 이러한 우려를 불식시키고 자치경찰의 위상을 확립하고자 한다면 이 상황에 대한 입장을 분명히 밝혀야 한다.

자치경찰위원회의 존립 목적은 주민 생활 밀착형 지역치안이고, 이를 위해서는 정치적 중립을 지키고 시민의 인권을 보장하는 것이 핵심이며, 업무 중에는 ▴ 안전사고 및 재해 재난 등으로 부터의 주민보호 ▴교통안전에 대한 교육 및 홍보 등이 있다. 따라서 자치경찰위원회는 지난 17일 퀴어축제의 안전한 개최를 위한 대구경찰청의 적법한 행정을 방해한 홍 시장의 행위를 강 건너 불구경하듯 보고만 있을 것이 아니라 명확한 입장을 표명할 필요가 있다.

자치경찰위원회는 또한 자치경찰에 대한 홍 시장의 말에 대한 입장도 밝혀야 한다. 대구시의 예산지원으로 운영되고 시장이 인사에도 관여하지만 어떤 경우라도 정치적 중립을 지키고, 시장에게 맹종하지 않고 시민의 안전과 인권 보호라는 원칙을 지켜야 한다. 대구시 자치경찰위원회는 이러한 입장을 분명히 표명해야 할 것이다. 그렇지 않으면 현재도 불안정한 자치경찰위원회의 위상과 역할은 더욱 추락하고, 시민들의 신뢰는 더욱 멀어질 것이다.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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