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명] 박정희기념조례 수정안 의결, 대구시의회 기획행정위 규탄

 

1. 박정희기념조례 수정안 의결로 홍준표 시장 손 들어준 대구시의회 기획행정위원회, 규탄한다.

오늘 오전 열린 대구시의회 기획행정위에서 박정희기념조례안이 수정 의결되었다. 기념사업을 추진하되 위원회를 구성하여 전문가와 시민의 의견을 수렴하여 추진하라는 조항을 덧붙인 것으로 결국은 홍준표 시장의 손을 들어준 것이다. 매우 개탄스럽다.

시의원들은 시민적 공론화나 의회와 협의도 없이 밀어붙이는 홍준표 시장의 독단, 조문의 조악함과 내용의 불명확성 등 조례의 부실 문제, 주민 복리와 상관없는 홍 시장의 개인적 판단의 문제 등을 지적하였다. 그렇다면 이 조례를 부결하거나 최소한 의결을 유보하고 재검토하는 것이 마땅했다.

그러나 의원들은 자신들을 무시하는 홍 시장의 독단에 대해서만 흥분하는 시늉을 했을 뿐 이 사업의 역사적 정당성과 현실적 필요성, 반대하는 시민들의 의견에 대해서는 제대로 검토하지 않은 채 ‘앞으로 할 때는 말 좀 들어가며 하라’는 의미 없는 주문을 붙여 조례를 의결했다. 사회적 합의가 없었다고 지적하면서도 추진할 때는 여론을 수렴해 가면서 하라는 앞뒤가 맞지 않은 결론을 내렸다. 기행위가 추가한 조항 ‘기념사업추진위’는 이 사업을 찬성하는 이들이 참여하는 기구고, 반대하는 시민들은 들어 설 자리가 없기 때문이다.

오늘 대구시의원들에게 ‘시민’과 ‘역사’는 안중에도 없이 홍 시장의 시대착오적 행정에 편승하였다. 홍준표 시장 앞에서 시의원들이 얼마나 작고 무기력한지, 보수 일당의 지방정치가 어떻게 망가질 수 있는지 적나라하게 보았다. 대구시의회 기획행정위 강력히 규탄한다.

2. 홍준표 시장과 대구시의 퇴행적 역사관과 시대착오적 가치관, 그들의 무지와 궤변을 규탄한다.

최근 홍 시장과 대구시 고위 공무원들의 무지와 궤변, 독단에 혀를 차지 않을 수 없다.

물론 이 일은 단순한 여론조사로 결정할 일도 아니지만 반대하는 여론이 버젓이 있는데 조사가 필요 없다는 논리는 ‘시민’을 지방자치의 주체가 아니라 왕의 명령이나 따르는 ‘신민’으로 여기는 것이다. 시민에 대한 더할 수 없는 모욕이다. 박정희의 국책사업을 지지하기 위해 그 후예들이 법으로 만들고 정부와 지자체의 예산으로 운영되는 관변단체가 낸 의견으로 여론을 호도하는 것도 놀랍다.

지방의회 자체가 공론장이므로 시민 공론화가 필요 없다는 논리는 그 자체로 독재적 발상이다. 그러면 대구시의 여러 위원회는 왜 있는 것이며, 공론화위원회를 운영하는 조례는 왜 있는 것인가. 하기야 모든 위원회 아니 의회도 없으면 좋아할 홍 시장에게 이런 지적이 무슨 의미가 있겠는가. 홍 시장, 차라리 이참에 대구 지방자치에서 ‘시민’을 지우고, 시장과 거수기 의회, 맹종하는 공무원만 남겨 두라. 그래야 시민들이 그 무슨 기대 자체를 하지 않을 테니 말이다.

3. 5.2 본회의, 대구시의회는 이 조례 부결 아니 최소한 유보하라! 아니면 박정희의 흉물에 의원들의 오명이 같이 새겨질 것이다.

지금까지 상임위에서 통과된 의안이 본회의에서 부결 또는 유보된 사례를 찾기 어렵다는 점에서 기대하기는 힘들지만, 그래도 촉구한다. 타 도시에 박정희 동상이 있는 것이 대구도 건립하는 명분이 될 수는 없다. 국채보상 민족도시, 2.28 민주도시 이곳 대구에 박정희 동상 건립은 역사적 정당성과 현실적 타당성이 입증되지 않았고, 시민적 합의도 없었다. 때문에 홍 시장이 막 나가도 시의회는 최소한의 견제를 해야 한다. 부결시키고 원점에서 재논의하거나 유보하고 재검토하는 것이 마땅하다.

정치는 짧고 역사는 길다. 정치인은 시민의 바다에 떠 있는 배다. 그들의 운명은 결국 바다의 출렁임에 좌우되고, 그 행적은 역사적 심판대에 반드시 오를 때가 있다. 시의원들이 이 조례안과 예산안을 의결한다면 역사의 죄인을 기념하는 역사의 죄인이 된다. 굳이 박정희 동상을 세운다면 하나가 아니라 여러 개를 세워야 한다. 공로가 있는지도 논쟁이지만 그 동상 앞에 친일 동상, 쿠데타 동상, 독재 동상, 인권탄압 동상, 부정축재 동상 등을 줄줄이 세우는 것부터 먼저 의결하라. 그렇지 않으면 히틀러와 그 일당의 비참한 종말처럼 박정희의 동상이 조롱받을 때 시의원들이 함께 비웃음당할 것이고, 그 동상이 시민의 손에 무너질 때 시의원들의 이름도 함께 무너져 내릴 것이다. 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