앞산의 마구잡이식 개발 ‘정중히’ 거절한다

1. 파동 예6찬

파동. 공기 좋고 물 좋고 조용한 곳이다. ‘1파 2무'(첫째로 살기좋은 곳은 파동이며 둘째로 살기좋은 곳은 무태이다)라는 옛말이 있다며 남편의 파동 자랑은 대단했다. 이 골짜기가 뭐가 좋은지 이해할 수 없었지만, 이곳에서 산지 4년째 되는 지금에는 대형 쇼핑몰이나, 마트, 은행, 음식점, 옷가게 등 생활편의시설은 상대적으로 적지만, 눈을 뜨면 산이 보이고, 아침에 일어나 창문을 열면 상쾌하게 다가오는 공기 있는 것이 얼마나 고마운 것인지를 알게 되었다.

영현이가 아직 뱃속에 있을때 내 하루의 주요한 일과는 산책이었다. 신천변을 따라서 걷다가 용두골 진입로 벤치에 앉아서 지친 다리를 쉬었다. 앞산은 나에게 그리고 많은 대구 시민들에게 쉼을 주는 곳이다. 아마도 남편의 파동 자랑에는 앞산이 바로 옆에 있기에 가능한 것이 아닐까 싶다.

2. 누구를 위한 도로인가

얼마전 TV에서 앞산에서 도시근교에서는 관찰하기에 매우 희귀한 식물종이 발견되었다는 뉴스를 보았다. 앞산이 살아있구나 하는 생각이 들어 참 흐뭇했다. 그런데 시민들의 휴식처가 되어 주었던 앞산이 위기에 처했다.
범물-상인간 앞산 관통도로를 건설한다는 대구시의 발표에 여러 시민단체들과 환경과 미래를 걱정하는 많은 사람들, 고가도로로 인한 배기가스나 매연 등의 피해를 직접적으로 볼 수 밖에 없는 파동과 상인동의 주민들도 강력하게 반발하고 있다.

무엇을 위한 도로인지 다시 한번 생각해 보아야 할 것이다. 용두골과 달비골을 관통하는 터널이 뚫리면서 필연적으로 일어나는 환경의 훼손과 생태계에 미치는 치명적인 영향과 민자건설로 인한 시민의 부담은 불을 보듯 뻔한 일이 아닌가.
대구시는 교통체증해소와 경기활성화를 내걸고 있지만 앞산을 뚫으면서까지 반드시 건설되어야 하는 도로인지 재검토되어야 할 것이다.
문제는 첫 번째 단추에 있다. 이 도로가 필연적으로 건설되어야  한다면 각계의 전문가들과 도로 근처의 주민들과의 충분한 대화가 이루어졌어야 한다. 대구시의 예산도 부족해서 민자사업으로 건설하여 26년간 통행료를 받는다는 것은 결국 시민의 부담으로 도로를 건설한다는 말인데 한번 건설되면 몇 십년을 우리와 함께 살아야할 도로를 이렇게 졸속으로 결정할 이유가 없지 않은가. 올바른 환경성 검토를 위한 재조사와 이 결과를 바탕으로 사업의 타당성 여부를 다시 결정해야 될 것이다.

3. 느림이 아름답다.

지도를 펼쳐보면 우리나라는 참 작다. 좁은 땅에서 살고 있기 때문에 개발과 성장을 위해 집을 짓고, 도로를 만들고, 산을 깎고, 바다를 메우는 일들이 불가피한 것일 수 있다. 그렇지만 이 땅은 사람이 살고 있고 앞으로도 우리의 아이들이 살아가야 할 곳이기에 과거에서 지금까지 그랬던 것처럼 마구잡이식의 개발은 ‘정중히’ 사양한다.
우리는 흙에서 왔다가 흙으로 돌아간다. 우리 생명의 근원인 자연이 없다면 우리가 존재할 수 없다는 것을 기억해야 할 것이다.

댓글 달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