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명] 보건의료개혁 과제에 대한 입장

의료폐업, 의료보험 수가인상, 의료보험료 인상 등 현 시기

보건의료개혁 과제에 대한 입장

 

지난 6월 이래로 계속되는 의료폐업으로 인하여 국민은 건강과 생명의 위협을 당하고 있다. 더불어 폐업의 와중에 인상을 거듭한 의료보험 수가는 환자의 본인부담금 상승과 국민들의 의료보험료 인상으로 이어지고 있다. 특히 지난 8월 10일 최선정 보건복지부 장관이 발표한 ‘보건의료발전계획’은 국민적 합의없는 일방적인 수가인상 방안을 핵심적인 내용으로 하고 있어, 이에 따른 2조 2천억의 추가부담이 고스란히 국민의 부담으로 전가되고 있다. 더불어 대통령 산하에 설치하기로 한 ‘보건의료발전 특별위원회’의 구성과 의제를 보면, 주로 의료계의 이해를 대변할 인사들로 구성되고, 의보수가인상, 전공의 처우개선, 의대정원동결 등 의료계의 일방적 요구사항만을 의제로 삼고 있다. 의쟁투와 전공의 비대위가 국가적 차원의 보건의료개혁을 명분으로 자신들의 폐업을 정당화하고 있지만, 그 결과는 국민들에게 건강과 생명의 위협과 경제적, 심리적 부담으로 이어지고 있다.

의료개혁대구시민연대는 책임성 없는 보건의료개혁을 내세우며, 폐업을 강행하고 있는 의쟁투와 전공의 비대위를 비롯한 의료계 폐업의 철회를 강력히 요구하며, 국민 다수의 입장에 서서, 국민 다수의 동의를 기반으로 하는, 국민과 함께 하는 보건의료개혁의 현시기 과제를 제시하고자 한다.

건강보험 수가인상 계획을 철회하고 보건의료기관의 경영투명성과 환자의 알권리를 보장하라.

 

국민들에게 일방적으로 전가되는 진료수가 인상을 국민적 동의없이 단행한 것은 절대 수용될 수 없다. 진료수가의 인상은 명확한 근거가 있어야 되며, 국민적 동의를 얻어야 한다. 또한 더 이상의 편법, 불법행위를 하지 않겠다는 담보가 있어야 하며, 국민들이 감시할 수 있는 알권리의 확보가 전제되어야 한다. 정부는 이러한 조건을 하나도 충족시키지 못한 채 지난 6월 1조 5천억원의 수가를 인상한데 이어, 8월 10일 2조 2천억, 합계 3조 7천억 원이라는 막대한 진료수가를 일방적으로 인상하여 그 비용을 국민에게 전가하였다. 절차와 내용에서 잘못된 이러한 결정을 우리는 결코 받아들일 수 없음을 천명하며 아래와 같은 요구사항을 제시한다.

 

  1. 병의원에서 진료비 수가표를 마련하여 수납창구 등에 반드시 비치하여야 한다.
  2. 보건의료기관은 진료비의 내역을 환자에게 소상히 알려 줄 의무를 이행하는 차원에서 진료비 (약제비)계산서의 뒷면에 환자의 알 권리와 권리구제 방안에 대한 설명을 반드시 기재하여야 한다. 또한 진료비 계산서에 기재된 내용보다 더 상세한 내역을 알고자 할 때는 보건의료기 관에 세부내역을 요청할 권리가 있고 이를 법으로 보장하여야 한다.
  3. 병원, 종합병원들은 전국적으로 통일된 회계준칙을 정해서 동일한 기준으로 회계를 처리하여 야 한다.
  4. 법인체인 병원, 종합병원은 경영의 투명성 강화를 위해 병원, 종합병원에 소속되지 않은 공 인회계상의 감사보고서를 반드시 첨부하여야 한다.
  5. 법인체인 병원, 종합병원은 공익적인 성격을 가진 외부인사가 참여하는 의약품 심의위원회 및 의료기기심의위원회 등에서 공정한 의사결정 절차를 거쳐 의약품 및 의료기기 등을 선정 하여야 한다.
  6. 법인체인 병원, 종합병원은 이사회에 이사장과 특별한 관계가 있는 자가 1/5 이상 참여하여 서는 안되며, 공익적인 성격을 갖는 인사가 공정한 추천 절차를 거쳐서 참여해야 한다.

 

환자의 본인 부담금 체계를 재조정하여 본인부담금 인상이 이루어지지 않 도록 해야한다.

 

정부는 의약분업 실시에 따른 본인부담의 증가는 없을 것이라 약속했다. 그러나 잇따른 수가인상으로 인해 국민들의 본인부담금은 급속도로 증가하고 있다. 예로, 초진과 재진의 본인부담 격차가 지나치게 크게 되어 버렸다. 3일분 투약을 기준으로 볼 때, 6월 30일 이전에는 초진과 재진의 본인부담의 차이가 641원이었으나 9월 1일 이후부터는 1,507원으로 무려 2.4배나 격차가 증가하였다. 만성질환으로 장기투약을 필요로 하는 환자의 경우에는 경제적 부담이 더욱 가중된다. 재진의 경우 30일분 투약과 60일분 투약의 본인부담 인상률은 각각 23.8%, 18. 4%에 이르고 있다.

의료개혁 대구시민연대는 본인부담금 인상이 이루어지지 않도록 환자의 본인부담금 체계를 재조정할 것을 요구한다.

진료비 총액기준을 12.000원에서 12,500원으로, 조제료 총액기준을 8,000원에서 10,000원으로 올리고 기준 금액을 초과하는 경우 총액의 30% 본인부담비율을 23%로 인하하면 의약분업 실시 이전과 이후의 본인부담 수준이 유사해 진다.

 

건강보험의 급여를 조속한 시일 내에 대폭 확대하라.

 

국민의 입장에서 볼 때 현재 건강보험의 가장 중요한 문제는 낮은 수가가 아니라 건강보험의 보장성의 부족이다. 정부는 수가정상화를 위해서는 3조 7천억원의 막대한 재원을 쓰려는 반면 취약한 건강보험의 보장성 확대를 위해서는 아무런 조치를 취하고 있지 않다. 환자들은 총진료비의 35.8%를 직접 지불해야 한다(의료보험관리공단 자료. 1998) 특히 총본인부담금 중 전액 환자본인이 부담하는 비보험진료비는 전체 본인부담금의 52.8%를 차지하고 있다. 건강보험 재정지출을 줄이기 위한 급여제한이 역설적으로 총 국민의료비를 앙등시키는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

의료개혁대구시민연대는 국민들의 요구가 큰 비보험 항목인 초음파, MRI, 선택진료료의 보험적용 확대를 조속히 시행할 것을 요구한다.

 

응급의료관리료를 즉각 폐지하라.

 

지난 7월 1일부터 응급의료관리료가 신설되어 응급의료로 규정된 이외의 일반환자의 경우에는 응급의료관리료를 전액 본인부담하고 있다. 응급의료관리료 신설은 의약분업 실시 이후 응급실로 비응급환자들이 몰리는 것을 막고, 응급의료 제공의 효율성을 제고할 목적으로 이루어진 것이다. 그러나 일반 국민들이 응급질환과 비응급질환을 구분하기는 힘들다. 스스로 응급상황이라고 판단해 응급실을 방문했으나 비응급질환으로 규정된 경우에 응급의료관리료를 둘러싸고 병원과의 마찰이 빈번이 발생하고 있다. 또한 응급질환과 비응급질환을 구분하는 것은 다른 나라의 경우에 유래를 찾아볼 수 없다. 환자본인이 응급상황이라고 생각하는 것을 응급의료로 정의되어져야 한다. 가장 심각한 것은 응급의료관리료는 응급의료를 요하는 환자들이 경제적인 비용부담으로 인하여 응급의료를 받지 못하는 결과를 야기할 수 있다는 것이다.

 

 

 

보건소를 이용하는 저소득 노인계층에 대한 약국 조제료를 보건사업의 일환으로 지원해야 한다.

의약분업 실시 이후, 보건소에서 무료로 진료와 투약을 받던 의료보험 저소득 노인계층의 경우, 심각한 의료이용의 장벽에 직면해 있다. 보건소의 진료 및 처방료는 여전히 무료이지만 약국 조제료는 투약일수에 따라 본인이 직접 부담을 하게 되어 저소득 노인계층이 의료이용을 포기하고 있다. 정부와 기초자치단체는 저소득 노인계층의 약국 조제료 지원을 위한 법적, 제도적 장치를 마련하여야 한다.

 

의료보호 진료비의 연체해소를 위한 재정대책을 수립하고 진료비 청구방식 을 대폭간소화하여 병의원과 약국의 진료 및 조제 거부사태를 방지하라.

 

의료보호 진료비 체불상태는 매년 악순환을 계속하고 있다. 각 시도의 재정상태와 예산배정의 소요기간 등에 따라 진료비 지불이 추가적으로 지체되며, 이로 인해 지역간 격차도 나타나고 있다. 또한 의료보험 환자의 경우 진료비 청구에서 지급받기까지 소요되는 기간이 평균 1개월임에 비해 의료보호 환자의 경우는 3-8개월에 달하고 있다. 이것이 병의원이 의료보호 환자를 기피하고 차별하는 근원이 되고 있다.

의료보호 진료비는 각 시,군.구청이 지불하게 되어 있어 의료보호 환자를 진료한 병의원은 전국의 시,군,구에서 일일이 진료비를 지불 받아야 한다. 약국의 경우도 의료보호 환자의 조제료 및 약품비용의 지불을 각 시군,구,청에서 받아야 하는 복잡함이 있고, 체불의 위험이 상존하기 때문에 조제를 거부하게 된다.

의료개혁대구시민연대는 의료보호 진료비 체불을 일소할 수 있는 예산을 특별 배정하여 체불액을 해소하고, 향후 체불이 추가 발생하지 않을 수준의 예산을 매년 지속적으로 배정함과 동시에 보건의료기관과 약국이 건강보험 가입자와 동일하게 의료보호 환자의 진료비도 청구 및 지불 받을 수 있도록 의료보호기금을 중앙화하고 건강보험공단에 관리를 위임할 것을 요구한다.

 

건강보험 지역가입자에 대한 50% 국고지원 약속을 즉각 이행하라.

 

건강보험 수가인상, 환자 본인부담금 인상 최소화, 건강보험의 보장성 확대 등의 과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건강보험의 재정을 획기적으로 확충해야만 한다. 그러나 정부는 의료계에게는 수가인상을 보장해주고 있고, 사회보장의 국가적 책임에 있어서는 긴축재정의 논리로 회피하고 있다. 모든 부담은 국민에게 전가되고 있는 것이다. 지난 1989년 지역가입자에 대한 국고지원 50% 약속은 반드시 지켜져야 한다. 김대중 정부에 와서 2000년 국고지원 50% 약속은 더 이상 미룰 수 없는 절대절명의 과제이다. 보건의료개혁의 시작은 이것에서 시작되어야 한다. 이 약속을 이행하지 않는다는 것은 모든 부담을 국민에게 전가시키겠다는 것이며, 국민의 정부임을 던져 버리는 것이다.

 

보건의료발전특별위원회의 구성을 전면적으로 재편해야 한다. 또한 의제를 전면 확대해서 보건의료제도의 전면적 개혁과제 특히 국민의 건강과 직결된 과제를 중점적으로 다루어야 한다.

 

대통령 직속으로 설치하기로한 보건의료발전특별위원회는 의사들의 요구에 정부가 굴복한 또 하나의 조치이다. 보건의료발전특별위원회의 압도적 다수가 의료계 추천이거나 친의료계 인사들로 구성되어 있다. 의사단체는 의사회장, 의학회장, 의과대학장협의회장, 병원협회장과 서울대, 연세대, 고려대의 학장 또는 의무부총장이 참석하는 반면 의사 외에는 치과의사, 약사, 제약협회장이 각각 1명씩이며 국민을 대표하는 노동, 농민, 시민, 소비자 대표는 단 1명도 없다. 정부가 설치한 위원회 역사상 이렇게 편파적인 구성을 가진 위원회는 없을 것이다.

더구나 위원회가 다룰 내용도 국민건강과 관련된 내용은 거의 없이 의료공급자 특히 의사의 이익과 관련된 내용이 대부분이다. 이 위원회는 결국 국민이 아닌 의사의 이익을 옹호하는 위원회가 될 것이며, 보건의료개혁을 심각하게 왜곡하는 위원회가 될 것이다.

의료개혁대구시민연대는 보건의료발전특별위원회에 국민을 대표하는 위원이 전체 위원의 1/2이 되도록 할 것을 강력히 촉구한다. 또한 건강보험과 의료보호의 보장성 확대, 공공의료 강화방안, 동네의원 및 동네약국 강화를 위한 정책방안, 의약분업 후 본인부담금 인하를 위한 방안, 의료기관의 경영투명성과 국민의 알권리 강화를 위한 방안 등 국민의 건강과 보건의료의 전면적 개혁을 위한 과제를 중점적인 의제로 하는 위원회로 재 설정될 것을 강력히 요구한다.

 

공공의료기관과 1차 의료기관의 확대 및 강화 방안을 수립해야 한다.

 

의료폐업이 장기화되는 가운데 공공의료의 중요성에 대한 인식이 커져가고 있다. 보건의료체계에서 공공부문의 기본적인 역할은 국민건강의 기본선을 확보하고 빈부간 격차를 없애며 보건의료체계의 조정자 역할을 수행하는 것인데 두차례의 의사파업을 통해 이의 필요성이 여실히 드러나게 된 것이다.

1차의료가 한 국가 보건의료체계의 근간을 이루어야 함에도 불구하고 종합병원이 차지하는 비율이 점차 강화되고 있는 추세이다. 국민들은 언제든 믿고 찾아가 진료하고 상담 받을 수 있는 주치의를 갖고 있지 않고서 ‘무조건 의사장보기’를 하고 있는 실정이다. 의료의 책임성과 지속성은 기대하기 어려운 상황에 직면해 있다.

공공의료기관의 시설을 현대화하고 단순한 진료에서 포괄적 보건의료의 제공기관으로 기능을 할 수 있도록 질적 전환을 모색해야 한다. 또한 보건소 이하에 보건지소를 설치하여 주민보건센터로 이용해 공공성격의 1차기관을 확보해야 한다.

1차 의료기관의 강화를 위해 주치의 제도의 도입, 수가차등제의 도입, 의사인력의 과도한 전문화 방지, 질높은 가정의 양성등 경제적 인센티브와 적정 의사인력의 양성을 통해 1차 의료의사의 확충을 추진해야 할 것이다.

 

의료계는 국민의 불편을 최소화하기 위해 상용처방의약품 목록을 공개해야 하며 약계는 불법적인 임의조제 및 대체조제 행위를 중단해야 한다. 그리고 병,의원과 약국간의 담합행위를 중단하라.

 

병,의원을 이용해 처방전을 발행받은 다수의 환자들이 약을 구하지 못해 거리를 헤매는 사태가 속출하고 있다. 특히 매일 약을 복용해야 하는 환자의 경우는 의료폐업 사태와 맞물려 더욱 가중된 고통을 당하고 있다.

아직까지도 일부의 약국에서 불법적인 임의조제와 대체조제가 행해지고 있는 것으로 파악되며, 특히 끼워팔기의 경우는 상당수의 약국에서 행해지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병,의원과 약국간의 담합행위 또한 심각한 상황에 있다. 병,의원을 이용하는 환자에게 특정 약국을 지정하여 조제할 것을 요구하고 있으며, 더욱 심한 경우는 병,의원의 재정을 투입하여 약국을 개업하거나, 칸막이 하나 사이에 약국을 설치하는 경우도 있다.

의료계의 상용처방의약품 목록의 공개와 불법적인 임의조제와 대체조제의 근절, 끼워팔기 행위의 근절, 병원과 약국과의 담합행위 근절 등은 의약분업이 시행되고 있는 현재 시급히 해결해야 할 과제이다.

 

국민건강권 확보와 의료개혁을 위한 대구시민연대는 의료폐업의 과정에서 의료계의 요구에 굴복당하는 정부의 태도를 규탄함과 아울러 현재 모색되고 있는 의료계와 정부의 협상이 국민적 입장에 선 보건의료개혁과는 하등의 연관성을 갖고 있지 않다고 판단하고 있다.

대구지역 시민사회단체는 의료폐업의 철회, 의약분업의 올바른 정착, 보건의료개혁의 추진을 위해 국민의 입장에 서서 강력한 활동을 전개할 것이다. 또한 이와 관련한 논의에 있어서 어떠한 장이든 적극적으로 참가하여 국민의 목소리를 전달 할 것이다. 시민사회가 배제된 채 진행되는 의료계와 정부의 협상은 전국민적 저항을 불러올 수 있음을 경고하며, 진정으로 국민을 위한 보건의료개혁의 과제를 겸허히 받아들일 것을 정부와 의료계에 간곡히 촉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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