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명] 판공비 네트워크의 입장

납세자의 알 권리를 보장하고, 모든 예산집행을 투명하게 하라!!

‘판공비 공개운동 전국 네트워크(이하 “네트워크”라고 한다)’는 예산집행의 투명성을 확보하고 납세자들의 알 권리 실현을 위해 정보공개운동을 벌이고 있는 34개 시민단체들이 모여 지난 6월 29일 발족했다. 네트워크는 지난 6월 29일 발족과 동시에 전국 114개 지방자치단체에 대해 판공비 지출서류 및 관련장부를 공개할 것을 요구하는 정보공개청구를 일제히 하였고, 직접 지방자치단체의 민원실을 방문하여 정보공개제도 운영에 관한 실태조사를 하였다. 그리고 오늘 그 결과를 이렇게 발표하기에 이르렀다.

시민단체들이 네트워크를 구성하면서까지 정보공개운동을 하고 있는 것은, 마땅히 공개되어야 할 지방자치단체의 살림살이가 납세자들에게 공개되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특히 판공비와 같은 낭비성 경비가 어디에 어떻게 쓰여지는지에 대해 많은 납세자들이 의구심을 가지고 있고, 전국 각지의 여러 시민단체들이 정보공개청구를 하고 소송까지 제기해 왔음에도 불구하고 판공비 집행의 투명성은 여전히 보장되지 않고 있다. 이러한 상황에서 시민단체들은 납세자의 권리를 찾기 위해 ‘일제 정보공개청구’와 ‘정보공개성실도 평가’라는 길을 택할 수밖에 없었다. 이러한 방법을 통해 시민단체들이 힘을 모은다면 지방자치단체들의 태도에도 변화가 일어날 것이라고 기대했고, 다른 한편으로는 이를 계기로 하여 뜻있는 지방자치단체들이 경쟁적으로 정보공개에 나서기를 기대했기 때문이다.

그러나 전국 지방자치단체에 대해 최초로 실시한 정보공개성실도 평가결과는 상당히 실망스럽다. 일부 지방자치단체들이 판공비 지출과 관련된 장부와 서류들을 모두 사본으로 공개하는 전향적인 태도를 보인 것은 높이 평가할 만하지만, 대다수의 지방자치단체들은 여전히 정보공개에 소극적인 자세를 보이고 있다. 그동안 수차례 법원의 판결을 통해 예산집행과 관련된 서류들은 원칙적으로 공개되어야 한다는 것이 확인되었지만, 많은 지방자치단체들은 꿈쩍도 하지 않고 있는 것이다. 이렇게 정보공개법을 정면으로 무시하고 지방재정의 부담자인 지역주민들을 무시하는 지방자치단체가 어떻게 세금을 아껴쓰고 책임있는 행정을 구현하기를 기대할 수가 있겠는가?

지금까지 네트워크가 문제제기해 온 판공비 문제만 해도 그렇다. 판공비(예산항목상으로는 업무추진비)의 규모는 결코 적지 않다. 어려운 지방자치단체의 살림살이를 생각한다면, 더욱 그러하다. 98년도 지방자치단체 예산서상 업무추진비로 편성된 총액은 7천억원이 넘고, 그중에서 월 정액으로 지급되는 직급보조비 등을 제외하더라도 그 규모는 1,649억에 달한다. 이중 30%만 절감해도 500억 이상의 예산을 절감할 수있다. 판공비 지출관련 서류들이 투명하게 공개되기만 해도 30%이상의 예산이 절감될 것이라는 점은 관료들도 인정하고 있는 바이다. 그것이 정보공개의 효과다. 예산집행이 투명하게 되면, 부정과 비리가 줄어들 수밖에 없고 예산도 절약해서 쓸 수밖에 없는 것이다.

또한 지방정부의 재정을 부담하는 지역주민이 세금이 어디에 쓰여지는지를 알 수가 없다면 과연 지방자치의 존재의미는 도대체 어디에 있는것인지 의문을 던질 수밖에 없다. 지방자치에 주민이 참여해야 한다는 것은 풀뿌리 민주주의를 위해 도입된 지방자치의 근본이념상 너무나 당연한 것이다. 그리고 참여의 전제는 주민들에게 충분한 정보가 제공되는 것이다. 그런데 지금처럼 세금을 납부하는 지역주민들에게 세금을 어디에 사용하는지에 관한 정보조차 제공되지 않는다면, 그 지방정부는 정당한 주민의 기관이라고 할 수없을 것이다.

이에 우리는 다시 한번 중앙정부와 국회에 대해 아래와 같은 사항을 강력히 요구한다.

첫째, 중앙정부와 국회는 불명확한 비공개사유를 정비하는 등 정보공개법을 개정하여야 한다. 특히 공무원의 직무집행과 관련한 정보는 프라이버시와는 무관하다는 것을 법에 명시함으로써 예산집행과 관련된 서류들이 투명하게 공개될 수있도록 해야 한다.
둘째, 정보공개법의 취지를 정면으로 위반하여 예산집행에 관한 정보공개에 소극적인 부처와 지방자치단체에 대해서는 마땅히 제재가 가해져야 한다. 정보공개에 소극적인 부처에나 지방자치단체에 대해서는 예산삭감 등의 조치가 이루어져야 한다.
셋째, 행정자치부는 지방자치단체 예산편성지침을 개정하여, 국민의 세금이 낭비되는 일이 없도록 예산지출에 대한 규율을 강화하여야 한다. 구분의 의미가 없는 기관운영업무추진비와 시책추진업무추진비를 통합하고, 지출결의서나 관련장부에 기재해야 하는 사항을 명확하게 하여 국민의 혈세가 헛되이 사용되는 일이 없도록 해야 할 것이다. 그리고 또한 감사원은 판공비와 같은 낭비성 경비에 대한 감사를 강화하여 더이상 낭비가 지속되지 않도록 해야 할 것이다.
넷째, 예산낭비를 근절하기 위해 시민에게 예산환수권을 부여하는 납세자 소송제도를 도입해야 한다. 지금 국민의 혈세는 곳곳에서 새고 있다. 방만한 공기업경영, 판공비 등의 낭비성 지출, 각종 공사, 사업과 관련한 비리 등이 연일 우리의 곳간을 갉아먹고 있는 것이다. 이런 상황을 극복하기 위해서는 납세자에게 권리를 부여행 한다.

한편 우리는 지방자치단체와 지방의회에 대해 아래와 같은 사항을 요구한다.
첫째, 지금이라도 지방자치단체는 지역주민들은 진정한 참여의 주체로 인정하고, 스스로 정보공개에 적극적으로 나서야 할 것이다. 특히 주민들의 정당한 정보공개청구에 대해 비공개로 일관하는 지방자치단체들은 즉시 그 태도를 바꿔야 할 것이다.
둘째, 지방의회는 지방자치단체의 결산승인시에 판공비 등 낭비성 예산항목에 대한 정보공개를 요구하고, 이에 불응하는 자치단체의 경우에는 판공비를 대폭 삭감해야 할 것이다. 또한 주민의 알권리를 신장하기 위해 ‘판공비 정보공개조례’를 제정해야 할 것이다.

이러한 우리의 요구에도 불구하고, 지방자치단체들이 조속한 시일내에 태도변화를 보이지 않을 경우 네트워크에 소속된 시민단체들은 이에 대해 강력히 대응해 나갈 것이다. 우선 이번 일제 정보공개청구에 대해 비공개로 일관한 지방자치단체에 대해서는 소송을 제기해서라도 잘못된 행태를 바로잡아 나갈 것이다. 네트워크 참가단체들은 정보비공개 결정을 내린 70여개 지방자치단체들을 상대로 소송을 제기할 예정이다. 그리고 지방자치법상의 조례 제.개정청구권이나 청원제도를 이용하여 ‘판공비 정보공개조례’ 제정운동도 벌여 나갈 것이다. 조례제정을 통한 정보공개는 납세자의 알권리 실현을 위한 새로운 시도가 될 수있을 것이다.
밀실행정, 폐쇄행정을 방치해 두고서 진정한 개혁은 있을 수없다. 명실상부한 참여민주주의 실현을 위해 다시 한번 지방자치단체의 투명한 정보공개를 요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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