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론사 주장방식, 이대로 좋은가?

 전교조와 부산동의대 사건 민주화운동 인정에 대한 언론 보도경향 –

오늘은 최근 중앙언론의 쟁점이 되고 있는 ‘전교조와 부산 동의대 사건에 대한 민주화운동 인정’에 대한 언론보도경향을 정리했습니다.

오늘이 5월 3일이니 동의대 사태가 발생한 지 벌써 13주년이 되네요. 일단 동의대사건 당시 피해자와 유족들에게 삼가 조의를 표하면서 이야기를 시작해보겠습니다.

이 보도에 대한 관전포인트는 민주화보상심의위원회가 이 두 사건에 대해 민주화운동 인정 결정을 내린 것이 옳다 그르다가 아니라, 자신의 주장을 펼치는 언론의 태도입니다.

언론보도에서 깰 수 없는 관행 중 하나가 ‘자신들 입맛대로 보도’하는 것입니다. 즉 한국언론의 지향인 ‘객관보도’의 신화는 없다는 것입니다. 동일한 사실에 대해서도 각 언론사는 자신들에게 유리한 정보만을 근거로 제시해서 스스로의 주장을 펼치고 있습니다. 자신들의 주장에 어긋나는 사실에 대해서는 아예 묵살해 버리거나 보도자체를 거부하죠. 결국 독자들은 한쪽이 제시하는 일방적 주장만을 가지고 사실을 판단해야 하는 절름발이 정보를 접해야 하게 되는데요.

정보를 접할 수 있는 환경이 극히 제약적이었던 예년에는 이런 일이 있어도 모르고 지나칠 수 밖에 없었습니다. 하지만 최근에는 인터넷이나, 매체비평, 그리고 서로 논조를 달리하는 언론들이 경쟁하면서 위와 같은 오류들에 대한 지적이 지속적으로 제시되고 있어서 그나마 다행이라고 생각합니다. 독자들의 정보접근권은 하루가 다르게 변하고 있지만, ‘일부 언론의 오래된 관습’은 아직도 그대로 유지되고 있습니다.

‘자신들 입맛대로 보도’하는 사례는 여러 곳에서 찾아볼 수 있습니다. 지난달 22일이었죠. 뉴욕에 본부를 둔 비영리기구인 프리덤 하우스가 지난 22일 발표한 ‘연례 언론자유도보고서 2002’에 대한 조선과 중앙, 동아일보는 보고서 내용 중 주로 부정적인 측면을 부각시켜 현 정부의 언론사 세무조사를 ‘언론자유가 탄압사례’로 제시하고 있습니다. 이는 조중동이 작년 초 언론개혁국면에서부터 지속적으로 제기해오던 것이었는데요,

그런데 프리덤 하우스의 평가 내용을 보면 ▲ 보도내용에 영향을 미치는 법률과 규제 부분에 대한 언론자유도 신장 ▲ 정치적 압력과 통제 부분에서도 언론자유가 확장되었지만, ▲ 경제적 압력과 통제 부분에서는 국세청의 세무조사로 인해 언론사가 받은 경제적 압력이 큰 것으로 조사됐죠.

조중동은 세 번째 사실만 크게 다루었다는 것입니다.

이런 사례는 5월 2일 보도에서도 찾을 수 있습니다. 중앙일보가 5월 1일 단독 보도한 <김홍걸씨, 골프장서 최성규씨와 회동>에 대해 홍걸 씨 변호인 제임스 방의 기자회견이 이어졌죠. “홍걸 씨가 25일 골프장에 가지 않았으며, 중앙일보의 허위보도에 대해 법적인 책임을 묻겠다”는 내용이었는데요, 중앙일보는 이에 대해 후속보도, 보강취재 없이 정치공세를 계속하고 있는 한나라당과 자민련의 주장만을 편향적으로 부각시키고 있죠.

이러한 관행이 “전교조와 부산 동의대 사건에 대한 민주화운동 인정”과 관련된 각종 기사와 사설·칼럼에도 그대로 적용됩니다.

  문제의 핵심은 언론이 제기하는 “한쪽의 명예를 인정하면 다른 쪽은 불명예”라는 식의 이분법논리입니다. 또한 해당 사건을 전체적으로 소개하기 보다는 일부 특정부분만 부각함으로써 독자로 하여금 당시 상황을 왜곡되게 판단하는 근거가 된다는 것입니다. 그리고 두 사건이 모두 실정법을 위반한 사건인데 이것이 민주화운동으로 인정되었다는 것은 법치주의를 훼손한 결정이라는 비판인데요.  

지난 29일, 조중동은 일제히 ‘민주화운동 평가 성급하다’는 제목의 사설을 싣고 있습니다. 이미 짐작하시겠지만 이들 주장 중 특이한 점은 ‘전교조 활동하면 민주적이고 활동하지 않았으면 비민주적이냐?’는 것과 ’89년 5·3 동의대 사건을 ‘학생들이 도서관에 전경 5명을 납치.감금한 상태에서 진입 경찰에 화염병을 던져 경관 7명이 숨지고 11명에게 중화상을 입혀 최고 무기징역까지 유죄 판결이 내려진 사건이다”로 묘사하고 있다는 것입니다.

물론 지역매일신문도 이들 조중동의 주장에 동의하고 있는데요.

“민주화 운동에 대한 가치 판단에 앞서 묵묵히 교단을 지키는 대부분의 교사들과 과격 시위 때마다 희생된 경찰관들을 민주화의 반대쪽에 선 집단으로 규정하는 것이 문제”라는 지적과 함께 동의대 사태에 대해서는 조중동과 동일한 주장을 펼치고 있습니다.

그리고 이 두 사안은 모두 실정법 위반인 점을 감안하다면 이에 대한 인정은 법치주의를 훼손하는 것이라고 주장하고 있죠.

과연 그럴까요?

첫 번째주장에 대한 반론입니다. “한쪽이 명예면 다른 쪽은 불명예”라는 주장은 이 문제의 핵심을 비켜간 정치공세일 수 밖에 없는데요. 보상심위원회의 결정은 전교조 교사와 동의대 시위 학생들의 행동이 한국사회 ‘민주화’에 기여했다는 것이지 이에 참가하지 않은 다른 사람을 반민주세력으로 단죄하는 것은 아니지 않습니까?

두 번째 주장에 대한 반론입니다. 동의대 사태에 대한 해석은 다양할 수 있는데요, 하지만 그 사실은 분명하게 제시해야 합니다. 언론이 극히 일부분을 제시하는 동의대 사태는 언론의 표현대로 “학생들이 도서관에 전경 5명을 납치.감금한 상태에서 진입 경찰에 화염병을 던져 경관 7명이 숨지고 11명에게 중화상을 입혀 최고 무기징역까지 받은 사건”만으로 결론 지워지는 것이 아니죠. 89년 당시 부산 상황을 보면요 “4월 부산교대 학생이 경찰 방패에 맞아 뇌사상태에 빠지고, 동아대에서 학원정찰소가 발견되는 등 학교와 경찰간에 팽팽한 긴장이 형성되었다는 점., 당시 파출소장이 총알 10여발을 쏘면서 학생들의 시위를 제지했다는 점 등 정황이 있었구요, 당시 사건은 대법원까지 가서 학생 31명은 징영형에, 81명은 제적되었죠, 제적학생 대부분은 사면복권되었구요, 당시 사고로 죽은 경찰은 대전국립묘지에 묻혔습니다”

이런 정황에 대한 충분한 설명없이 언론사의 일방적인 주장은 당시 현장에서 희생된 경찰관이나 죄 값을 치른 학생들을 또한번 죽이는 결과를 초래하게 될 뿐입니다.

마지막으로 두 사안이 실정법을 위반했다는 것에 대한 반론입니다.

이에 대해서는 한겨레 신문 정의길 기자의 주장이 설득력있는데요, 당시는 실정법이 민주적 질서와 가치를 억압하고 제약하는 수단이었기 때문에 이에 항거하는 `민주화운동’이라는 명제가 성립된 것이다. 실정법 위반자는 민주화유공자가 될 수 없다면, 애초부터 `민주화 운동’이란 개념과 `보상심의’라는 행정절차는 성립되지 않을 것이다라고 제시하고 있습니다.

결국, 민주화운동에 대한 보상은 합법영역을 가리지 않고 당시 시대상황에서 불이익을 받았던 이들의 명예를 회복시켜주는 것이지, 사건의 불법성 여부가 핵심이 아니라는 것입니다.

한 사회의 발전은 수많은 개인들의 보이지 않는 희생, 문제제기, 그리고 도전 등이 전제되어야 합니다. 이들의 희생과 노력에 대한 대가가 뒤늦게라도 정당한 평가가 되지 않는다면 사회의 지속적인 발전을 기약할 수 없다고 생각하는데요..

전교조나 동의대 사태에 대한 이번 결정은 논란의 여지가 있다는 것에 많은 사람들은 동의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이에 문제를 제기하는 사람들은 ‘한쪽의 명예가 회복되면 다른 쪽은 불명예’식의 극단적인 이분법 논리, 사건에 대한 일부 소개 등의 언론 관행은 사회발전에도, 건강한 토론문화형성에도 전혀 기여하지 못한다는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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