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동기자회견] 국민은 안전한 수돗물을 원한다. 낙동강보 즉각 개방하라!

 

[기자회견문]

국민은 마루타가 아니다. 우리는 안전한 수돗물을 원한다. 낙동강 보 즉각 개방하라!

낙동강유역 영남인들은 2등 국민이 아니다. 정부는 조속히 대책을 마련하라!

 

대구와 고령의 수돗물에서 발암물질인 총트리할로메탄(THMs)이 기준치(0.1ppm)를 초과해 검출된 사실이 세종대학교 맹승규 교수 연구팀을 통해 밝혀졌다.

맹승규 교수의 조사자료에 따르면 낙동강을 원수로 사용하는 대구시 A정수장의 경우, 정수장에서 공급하는 관말(가정집 등 사용자 수도꼭지) 8개 지점 중 4개 지점에서 총트리할로메탄 기준치(0.1ppm)를 초과(0.105~0.129ppm)했다. 고령군의 경우 같은 C정수장 공급 8개 지점 모두 기준치를 초과(0.106~0.17ppm)했다.

환경부·국립환경과학원의 <2017 먹는물 수질기준 해설서>에 따르면, 총트리할로메탄은 “발암성을 고려해 정해진 최초의 수질 항목”이다. 즉 수돗물 수질 검사 항목으로 수도사업자가 반드시 지켜야 할 법정 기준이란 소리다. 국내의 그 기준은 0.1ppm이고, 2014~2016년 전국 정수장 총트리할로메탄 평균 농도는 0.019ppm이였다.

총트리할로메탄은 정수장에서 미생물과 같은 유기물 억제를 위한 염소 투입(잔류염소)에 따른 소독 부산물로 잔류염소 반응 시간이 늘어날수록 소독 부산물이 증가하는 경향이 있다.

이에 따라 정수장에선 기준치 이내라도 가정집 수도꼭지에선 기준치를 초과할 수 있다는 우려가 계속됐다. 이번 세종대 건설환경공학과 연구팀 조사는 수도꼭지 분석 결과다.

이에 대해 대구시는 27일 발표한 해명자료에서 대구시상수도사업본부가 조사한 결과를 공개했다. 그 자료에 따르면 올 여름철인 8월의 매곡정수장을 통한 관말(가정집 수도꼭지) 수치는 0.085ppm였고, 문산정수장을 통한 관말(가정집 수도꼭지) 수치는 0.082ppm이었다.

대구시가 측정해서 제시하는 총트리할로메탄 농도조차도 국내 기준치(0.1ppm)은 넘지 않았지만, 독일(0.05ppm)과 네덜란드 기준치(0.025)를 훌쩍 초과하고, 미국(0.08ppm) 기준치도 넘어선다는 사실을 확인할 수 있다. 여전히 위험한 수치란 소리다.

이처럼 낙동강 권역 주민들은 2중, 3중 수돗물 불안 속에 살고 있다. 4대강사업 이후 대규모 녹조 창궐에 따라 수돗물 불안은 더 가중됐다는 것이 지역 시민단체들의 공통된 지적이다.

지난해엔 대구, 경남, 부산권 가정집 수도꼭지에서 대표적 녹조 독소인 마이크로시스틴이 미국 캘리포니아 임시 가이드 라인(0.03ppb)을 초과했다.(창원, 최대 0.175ppb) 이런 상황이지만, 윤석열 정부는 4대강사업으로 생물화학적산소요구량(BOD) 등이 개선되는 등 수질이 좋아졌다고 주장한다.

올해 유난히 잦은 강우에 따라 가시적 녹조 현상이 줄어든 걸 두고 한화진 환경부 장관은 정부의 노력으로 녹조가 줄어든 것인 양 말하고, 물을 고이게 하는 보는 녹조 발생 주요 요인이 아니라는 취지로 말하기도 했다.

그런데도 마이크로시스틴과 같은 녹조 독소 문제, 총트리할로메탄과 같은 소독 부산물 등 수돗물 수질 문제는 왜 계속 터지는 것일까? 윤석열 정부는 안전한 수돗물 공급에 대한 의지가 있긴 한 것일까?

이번 총트리할로메탄 기준 초과는 기후변화에 따른 수온 상승과 관계가 깊다. 또한 녹조를 잡겠다고 소독제를 과도하게 사용하는 경향에 따라 발생한 사건으로도 볼 수 있다.

실지로 수온이 높을 때 총트리할로메탄 농도도 높다는 연구 결과(맹승규, 2023)가 있다. 즉 여름철 수온과 총트리할로메탄 검출량은 비례한다는 것이다. 또한 녹조 발생 지역에서 총트리할로메탄 검출량 증가 경향(Jiyoung Lee·Seungjun Lee 외, 2023)도 있다. 즉 수온이 높을 때 녹조 발생이 증가하고, 그에 따라 총트리할로메탄도 증가하는 경향을 보인다는 것이다.

이처럼 문제는 기후위기 가속화에 따라 녹조 발생이 앞으로 더 늘어날 수 있다는 점이다. 정부는 수돗물 안전의 상징으로 고도정수시스템을 강조했다. 그러나 이번 조사 결과는 고도정수시스템도 만능이 아닐 수 있다는 걸 보여준다.

따라서 대규모 녹조 창궐 등 극단적 수질오염은 고도정수시스템과 같은 기술 관리주의로는 해결하기 어렵다는 것이다. 고인 물을 흐르게 하는 것 다시 말해 우리 강의 자연성을 회복하는 게 가장 확실하고 안전한 녹조 문제 해결 방법 중 하나란 사실이다. 그것이 녹조 발생을 원천적으로 차단할 수 있는 유일한 길이기 때문이다. 이것은 일찍이 보를 개방한 금강과 영산강 사례가 증명해준다.

정부와 지자체는 이번 총트리할로메탄 기준 초과 문제를 얼렁뚱땅 넘어가서는 절대 안 된다. 녹조라떼를 만든 것도, 이 문제를 10년 넘게 방치한 것도 국가 등 행정기관이다. 의지와 실력도 없어 보이는 게 현실이다. 그만큼 신뢰도가 극에 떨어졌다.

청산가리 6600배의 녹조 독에, 총트리할로메탄이란 발암물질까지 고농도로 수돗물에서 검출되는 이 사태에 대해 국민은 분노하고 있고 불안에 떨고 있다. 철저한 원인 규명과 대책 마련이 시급히 필요하다.

그런데 대학 연구진의 조사자료와 대구시의 자료가 상당한 차이를 보이고 있다. 민관학 공동조사가 필요한 이유다. 따라서 이같은 사태를 정부와 지자체에만 맡겨둘 것이 아니라 민관학이 함께 조사하고 그 결과를 통해 이 사태의 심각성을 확인하고 함께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

민관학이 함께하는 대책기구를 조속히 마련할 것을 촉구한다. 또한 강의 자연성을 되찾아 주는 것이 녹조 문제와 소독 부산물 문제를 완화하는 지름길이란 사실을 명심하고 하루빨리 낙동강의 자연성을 회복해줄 것을 촉구한다.

국민은 마루타가 아니다. 국민은 안전한 수돗물을 원한다. 낙동강유역 영남인들은 2등 국민도 결코 아니다. 정부는 조속히 대책을 마련해줄 것을 1300만 영남인의 이름으로 강력히 촉구한다.

대구와 고령 수돗물에 발암물질 웬말이냐! 정부는 이 사태를 조속히 해결하라!

우리는 발암물질 없는 안전한 수돗물을 원한다. 낙동강 보 즉각 개방하라!

영남인은 2등 국민이 아니다. 1300만 영남인의 식수원 낙동강을 살려내라!

2023.10.31.

낙동강네트워크 / 대구시민단체연대회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