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렉산드리아와 대구박물관

뮤지움(Museum/박물관)은 우리 삶에 어떤 역할을 할까. 요즘 도시마다 박물관, 미술관, 도서관, 각종 문화센터 혹은 문화 복합공간을 얼마나 보유하고 있느냐로 경쟁한다.얼마나 문화적인가를 드러내기 위해서이다. ‘문화적인’것은 그 지역의 성숙도·세련도·경쟁력 등을 갖추었다고 추정하게 만들기 때문에 도시 간 나라 간 모두 이 지표가 적용되는 실정이다. 그러나 기실은 경쟁에 대응하기 위해서가 아니라, 우리의 미래가 <타인에 대한 이해 정도>에 달려있기 때문에, 무엇으로 타인을 이해할 것인가를 따져보면 문화적인 것의 나눔은 행복한 삶을 위해 당연히 골고루 나누고, 또한 나뉘어져야 한다는것이 드러난다. 소규모 공동체 문화로부터 시작되는 것이 우리가 희망을 가질 수 있는길이라 믿고, 또한 거대자본이 먹어치우는 우리네 삶의 작은 진심과 행복을 조금이라도 나눌 수 있는 해법이 되지 않을까 생각하고 있다. 실제로 다른 도시의 경우는 굵직한 박물관뿐만 아니라 진귀한 개인들의 수집물을 소규모 박물관으로 만들어 전시하면서 그 하나 하나가 다양한 재미와 문화의 볼거리를 만들어내고 있다.

우리 대구도 많은 문화공간이 있다. 이중에는 다소 잘 알려져 있는 공간도 있지만, 잘 알려지지 않은 것들도 꽤 된다. 우리 대구의 국립박물관은 규모로는 대구의 대표급 문화공간이지만, 실제로는 좀 덜 알려져 있는 것 같다. 대구 국립 박물관은 경북고등학교와 마주한 곳에 자리 잡고 있으며, 전철로는 수성경찰서 역에서 내려, 다시 대중교통으로 갈아타야 한다. 박물관은 유물을 통해 자신이 속한 곳의 문화와 역사를 정리하고 자랑하는 곳이기 때문에 현대의 화려하고 급박한 삶의 리듬과는 다소 동떨어진 느낌으로얼마 전까지만해도 좀 근엄하고 장중한 분위기 속에 화석처럼 잠들어 있던 곳이었다. 그러나 시대의 흐름을 따라 문화에 대한 욕구가 다원화되고, 저변부의 가치가 새롭게 주목되면서 화석같이 잠들어 있던 박물관의 유물전시는 <지금 여기>의 시점으로 시간을 일깨우고 또 학교 이외의 새로운 교육의 장으로 그 모습이 변화되고 있다. 전시의 내용도 거대한 문화사로부터 소소한 생활사로 개념을 바꿔 구성되며, 이의 이해를 돕기 위한 교육프로그램이 개발되고, 또 인접 문화부분들을 박물관 안으로 끌어들어 생동하는 모습으로 탈바꿈하고 있는 것이다. 아마 대구 국립박물관은 2000년 전후로 해서 근엄의 벽을 부수고자 집중된 노력을 기울였던 것으로 기억된다. 대구의 역사로부터 생활사, 보여 지는 유물 이 외에도 이를 심도 있게 알려주는 교육 프로그램, 전시를 설명해주는 도슨트 교육 프로그램, 박물관을 곳곳에서 안내하는 자원봉사자들, 각종 체험 프로그램 등 그 내용을 확대시켜가면서 공히 공적 교육의 장소로 커나가고 있다. 실제로박물관에 들어서면 보통 주말에 가족과 함께 나들이 온 사람들로 붐비고 있다. 특별전시 이외에 탁본을 직접 떠보는 체험, 도자기를 빚어보는 체험, 옛 악기를 다루어보는 체험, 보고 싶은 영화를 볼 수 있는 프로그램, 간단하게 책을 찾아볼 수 있는 도서관 등을구비하고 있어서 복합적인 문화공간으로서 그 영역을 확대해 가고 있는 것이 보인다.

지난 12월부터는 넓어지는 기능의 확대를 소화하기 위해서인지, 박물관 증축을 위해 좀 어수선했고, 또 정비를 위해 휴관 중이었으며, 지금은 별도의 특별전이 없이 조용히운영되고 있다. 그러나 평소 대구 박물관은 항상 아이들과 나들이 가족으로 붐비고 있었던 것으로 기억된다. 물론, 대부분이 각종 수행능력 평가항목으로 전시장 방문이라는 숙제 때문이라고는 하나, 어떤 이유든 그 공간에 접촉해보는 경험은 매우 중요한 것같다. 지난해 특별전시와 관련되어 대구 박물관에 자주 드나들 기회가 있었는데, 그 때느꼈던 아쉬운 점은 ‘말로만 듣던 것보다 괜찮네’하는 평이 자주 나오는 것으로 보아 박물관 위치나 프로그램 운영에 대한 홍보가 아직은 좀 덜되었구나 하는 점과, 박물관 내도서관 기능이 다소 미흡하다는 점이었다. 모르긴 몰라도, 진행되는 각종 프로그램들의 질적인 면이나 도서관 같은 공간의 운영 등은 박물관의 예산 규모가 결정하지 않을까 하는데, 보다 나은 내용구축을 위해서는 대구 시민들의 적극적인 관심이 있어야 될것으로 생각된다. 그래야 실질적인 지원이 증대될 것이고, 이럴때 대중 문화공간으로서의 역할도 떳떳히 수행할 수 있을 터.

얼마 전 용산에서 새로 문을 연 국립 중앙박물관을 가 보았다. 아시아 최대규모라고 하니, 그 내용이 궁금하고, 그 큰 공간을 어떻게 운영하는지도 몹시 궁금하여 찾아가 봤지만, 후– 끝간데 없이 서있는 줄을 보고, 이내 발길을 돌리고 말았다. 가로로 주욱 펼쳐있는 건물 앞에서 100m 달리기 한번 해보면 좋겠다는 생뚱 맞은 생각을 하면서 아직은 휑한 주변만 주욱 훑어보고 돌아와야 했다. 서울 국립중앙박물관이야, 전국적인 전파망을 타고 입소문을 타서 그런 탓도 있었지만, 사람들의 관심이 생각보다 많았고, 또실제로 방문하는 사람들도 많았다는 데에 놀랐다. 이런 관심이 내실을 키우는 요소가될 터이다.

원래 뮤지엄은 알렉산드리아의 뮤세온(도서관)에 그 기원을 두고 있다. 우리가 박물관이라고 하는 것은 서양에서 들어온 말인데, 뮤지엄을 번역한 말이다. 뮤지엄은 원래 Museon이라고 하는 희랍어가 라틴어 Museum으로 되었고, 이를 번역한 것이‘박물관’이다. museon은 우리가 잘 아는 알렉산더왕이 거주하던 알렉산드리아에 있는 도서관의이름이었다. 이 고대 도서관은 전대미문의 규모로 유명하며, 동서양 고루 유명 고전과번역본들이 수장되어 있었고, 성경의 70인 번역이 이루어져 소장되어 있던 곳으로도 유명하다. 헬레니즘 시기의 모든 문화적 집적물들이 이곳에 모였다고 생각해보면, 엄청나 보고중의 하나가 아닐 수 없다. 마지막 그리스 교도들에 의해 파괴된 이후 이 뮤세온은 전설로 남아 후세에게 경외감을 주고 있다. 오늘날이야 도서관과 박물관의 기능이 서로 분리되어 있지만, 고대 시절에는 서로 분리되지 않고 인류의 문화유산, 모든 지적산물 등을 뮤세온이라고 하는 시설에 집적시켰던 모양이다. 뮤세온의 이런 역사를 비추어 볼 때, 우리의 박물관이 문화 지도를 그려볼 수 있는 복합 공간의 역할을 하는 것이하나도 이상할 것이 없다.

전시를 관람하고, 다른 프로그램에 참여하며, 관련된 문화나 역사 등의 서적들을 도서관에서 찾아 볼 수 있게 한다면 보다 완성된 모습의 박물관이 되지 않을까 한다. 박물관에서 운영되는 도서관은 관련 문화나 유물 등에 집중된 자료를 구비함으로써, 보다 전문화된 문화공간으로써 그 위상을 굳힐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대구 박물관도 보다적극적으로 개방의 호출을 시도하고, 제도적인 곳으로부터 소외되거나 멀어져 있는 사람들도 끌어안는 문화공간으로서, 대구 문화뿐만 아니라 알렉산드리아의 뮤세온처럼 인류의 문화, 세계의 문화까지 이해할 수 있게 되는 공적 문화공간으로서의 역할을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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