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명] 의료 대란 속 믿을 곳은 공공병원, 제2 대구의료원 설립 재추진 촉구

전공의들의 파업이 2주째 계속되면서 환자들의 피해가 속출하고 병원에 남은 의사들의 고충 또한 커지고 있다. 의사 증원에 반대하며 벌이는 진료 거부도 문제지만 응급실, 중환자실까지 떠나는 행위는 의료인의 도리가 아니다. 전공의들은 즉각 병원으로 복귀해야 한다. 엄중한 국민의 요구다. 의사들이 특권의식을 갖는 것도 문제지만 어떠한 특권도 국민을 이기지 못한다는 것을 명심해야 한다.

그러나 정부의 책임 또한 크다. 의사 수 증원은 꼭 필요하지만, 총선을 앞두고 급조하여 발표, 강행하는 것은 오해를 사기에 충분하다. 의대 증원의 방향, 내용도 틀렸다. 의료 공백은 대도시가 아니라 지역에서 나타나는 문제이며, 민간 대형병원이 아니라 지역 공공병원의 부족에 기인한 것이다. 아울러 필수 의료 공백은 생명을 살리는 힘든 영역은 기피하고 쉽게 돈을 벌 수 있는 피부 미용 영역으로 의사들이 몰리면서 빚어지는 것이다.

이러한 필수 의료, 지역 의료 붕괴의 원인 중 하나는 취약한 공공의료에 있다. ‘필수 의료’, ‘지역 의료’를 꺼리는 민간병원이 95%에 달하고, 이윤이 아니라 국민의 건강권을 우선으로 여기는 공공병원은 약 5%에 불과하기 때문이다. 따라서 단순히 의대 입학정원을 늘리는 것만으로는 ‘필수 의료’, ‘지역 의료’의 공백 문제를 해결하기 어렵다.

의대 증원으로 늘어날 의사가 ‘필수 의료’, ‘지역 의료’, ‘공공 의료’ 영역에서 일할 수 있는 시스템부터 먼저 갖추어야 한다. 지역에서 지원자를 선발해 국가나 지자체가 교육과 수련 비용을 부담하고 의사가 된 이후 지역에서 일정 기간 의무적으로 복무하는 ‘지역 의사제’ 등의 도입이 필요하다. 물론 이렇게 배출될 의사들이 일할 수 있는 공공병원을 지역에 더 많이 설립해야 한다.

코로나19 대유행 당시 전체 입원 환자의 70~80%를 공공병원에서 치료했다. 환자가 급증하자 입원할 병상이 부족했지만 나서는 민간병원은 거의 없었다. 공공병원 덕분에 코로나19의 위기를 극복할 수 있었다. 그러나 전국의 공공병원은 코로나19가 어느 정도 진정되자 ‘토사구팽’당했다. 최전선에서 사투를 벌이는 과정에서 전국의 공공병원이 3,200억 원의 적자를 떠안았지만, 윤석열 정부의 제대로 된 지원은 없었다. 시민의 오랜 염원이었던 울산의료원, 광주의료원 설립도 좌초되고 말았다. 많은 공공병원이 심각한 경영난을 겪고 있으며 이제는 공공병원의 민간 위탁까지 추진되고 있다.

그런데 정부는 전공의 파업으로 의료대란이 우려되자 대책이라며 다시 공공병원을 말하고 있다. 그야말로 ‘후안무치’다. 홍준표 시장도 마찬가지다. 코로나19 1차 대유행의 고통을 겪은 대구 시민들은 재난 시 생명과 안전을 지키는 최후의 보루는 대구의료원과 같은 공공병원임을 확인하고 제2 대구의료원 설립을 요구했다. 이에 전임 권영진 시장은 제2 대구의료원 설립을 약속하고 로드맵까지 발표하였으나 홍 시장은 취임하자마자 이를 백지화하고 말았다.

그러나 홍 시장은 지역 대학병원 전공의 공백으로 의료대란이 우려되자 대구의료원 등 지역 5개 공공의료기관의 진료 시간을 연장하고 전문의 중심 당직 체계를 운영하며, 구․군 보건소의 평일 진료 시간을 22시까지 연장하는 등 비상 진료 대책을 내놓았다. 2024년 대구시의 대구의료원 공익적 비용 결손 보전 출연금이 20억 원이나 삭감하는 등 그동안 지역 공공의료 강화를 위한 노력이 미흡했던 점을 고려하면 참으로 염치없는 것이다.

홍준표 시장에게 촉구한다. 지금이라도 제2 대구의료원 설립을 재추진해야 한다. 기존 대구의료원의 획기적 확충 방안도 함께 제시해야 한다. 아울러 의대 증원으로 늘어날 의사가 지역의 공공병원에서 일할 수 있도록 정부에 요구해야 한다. 대구는 2015년 메르스 사태, 2020년 코로나19 사태에 이어 또다시 전공의 파업으로 인한 의료대란의 위기에 놓여있다. 세 번이나 소를 잃고도 외양간을 고치지 않는 농부는 없을 것이다. 의료 공백 사태는 언제라도 반복될 수 있다. 지금이야말로 홍준표 대구시장이 지역 공공의료 강화를 위해 제2 대구의료원 설립을 결단할 때다. 이는 또한 이번 4.10 총선에 출마한 후보들도 마찬가지다. 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