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동성명] 결혼이주여성 란씨의 죽음에 대해 경산경찰서는 철저한 수사를 책임지고, 정부는 인신매매성 결혼중개업체에 대한 해결방안을 마련하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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란씨의 죽음에 대해 경산경찰서는 철저한 수사를 책임지고,
정부는 인신매매성 결혼중개업체에 대한 해결방안을 마련하라!

온 국민이 오랫만에 가족친지와 만나 즐거운 설 연휴를 즐기던 지난 2월 6일, 먼 베트남에서 한국으로 시집 온 ‘베트남 신부’ 쩐타인란 씨는 결혼해 살던 아파트 14층에서 떨어져 쓸쓸한 죽음을 맞았다. 이 사건은 수많은 ‘베트남 신부’중에 한 명의 자살로, 한국사회에서는 즐거운 연휴 속에 묻혀 사라질 뻔한 평범한 사건중의 하나였다. 그러나 한국으로 시집간 지 한달도 채 되지 않은 외동딸이 동의하지도 않은 상태에서 화장되어 유골로 집에 도착한 어머니의 비통함을 베트남 언론에서 대대적으로 보도하면서 한국사회는 비로소 란씨의 죽음을 알게 되었다.

우리는 주변 곳곳에서 “착하고 어여쁜 베트남아가씨와 결혼하세요”라는 문구를 어디서나 볼 수 있었다. 인신매매성 결혼을 부추기는 사회에서 결혼한 결혼이주여성은 우리사회 편견의 그늘 곳곳에 존재하고 있다. 이들을 일상적으로 힘들게 하는 것은 결혼이주여성에 대한 왜곡된 인식과 뿌리 깊은 차별이다. 국가, 언어, 문화, 생활습관 모든 것이 다르고 다른 방식으로 살아온 사람들이 서로를 이해하고 배려하고 받아들이는 준비과정 없이 일방적인 한국문화, 언어습득에 대한 강요를 하는 것이다.

란씨의 죽음은 ‘국제결혼’이라는 허울 속에 결혼이주여성의 현실을 반영한다. 통계청 자료에 의하면 우리나라 혼인의 11.4%가 될 정도로 한국인과 외국인의 혼인은 증가하고 있다. 증가하고 있는 국제결혼의 경로는 여러 가지가 있지만 가장 흔한 경우가 국제결혼중개업체를 통한 유입이다. 국제결혼중개업체들은 여성을 노골적으로 상품화하며 여성들에게 배우자에 대한 왜곡된 정보를 제공한다. 또한 이 과정에서 인신매매적 요소, 결혼 중개업체의 횡포 등의 문제도 존재한다. 사실상 이주이성에게는 결혼여부와 배우자를 결정할 수 있는 선택권이 없는 것이다.

이번 란씨의 죽음을 둘러싸고 많은 의혹들이 제기되고 있다. 특히 ‘특별한 외상이 없어 자살로 추정했고, 그래서 화장을 하도록 허락했다’라는 경찰의 말은 의학적인 전문성이 없는 경찰들의 자의적 판단으로 초기 증거를 확보하지 못하는 우를 경찰 스스로가 자초하였다고 판단된다. 사망했다고 추정하는 날로부터 이틀 후 바로 화장을 하도록 허락한 경찰의 방기는 도무지 이해할 수가 없다. 또한 시신처리에 있어 결혼정보업체는 이미 화장을 하고 난 후 베트남에 계신 어머니에게 화장할 의사가 있는지 묻는 반인권적인 행태를 저질렀다. 먼 곳에서 딸의 죽음의 진실을 밝히기 위해 날아온 어머니는 눈물로써 간곡히 철저한 수사가 이루어지기를 호소하고 있다. 이번 란씨 죽음을 둘러싼 의혹이 해소될 때까지 《결혼이주여성 란씨 사망사건 진상규명 긴급대책위원회》는 다음과 같은 요구안을 걸고 란씨 어머니와 진상규명 공동행동을 진행해 나갈 것이다.

하나. 경산경찰서는 수사과정을 투명하게 공개하고, 철저한 수사를 진행하라.

하나. 결혼중개업체 ‘박○○ 결혼정보업체’에 대해 철저한 수사와 처벌을 진행하라.

하나. 정부는 인신매매성 결혼중개업체를 없애고, 재발방지를 위해 국제결혼중개업체에 대한 관리감독체계를 마련하라.

 

2008년 3월 13일

《결혼이주여성 란씨 사망사건 진상규명 긴급대책위원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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