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동성명] 섬유산업 정책주체와 섬유기관의 구조개혁을 요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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섬유산업정책 주체, 섬유관련 기관의 개혁을 요구한다.

중소기업청이 중소기업연구원에 의뢰해 지난해 9월부터 올해 2월 1일까지 전국 16개 시·도별 경쟁력우위 업종 등을 분석한 결과에 의하면 대구의 섬유제품은 밀집 업종에는 포함되었지만 경쟁력우위 업종에는 들지 못했다고 한다. 반면에 부산은 섬유제품이 밀집업종과 경쟁력우위 업종에 모두 포함되었고, 서울·충북·충남·전북·경남의 경우에도 섬유제품은 경쟁력우위 제품에 포함되었다고 한다. 밀라노프로젝트로 섬유산업에 막대한 예산을 투입했는데도 그렇다.

밀라노프로젝트가 실패한 중요한 원인 중의 하나는 섬유산업의 활로를 기술혁신, 경영혁신이 아니라 정치권력의 지원에서 찾으려고 하는 추진 주체들의 낡은 사고와 관행이다. 이로 인해 밀라노프로젝트 추진과정에서 ‘특정인맥 중심의 사업주체 구성’, ‘사적 이해에 따른 사업목표와 과제설정’, ‘사업의 비효율성’, ‘불법과 비리’ 등의 문제가 발생하고, 막대한 지원에도 불구하고 지역 섬유산업의 위기는 심화되고 있는 것이다. 그래서 밀라노프로젝트가 지역산업진흥을 위한 지원이 아니라 일부 섬유자본 만을 위한 특혜로 전락하고, 재원배분의 왜곡을 초래하여 지역경제를 더욱 어렵게 했다는 혹평까지 제기되고, 섬유산업과 섬유업계에 대한 지역사회의 불신이 심화되고 있는 것이다.

그런데도 대구염색공단 현 이사장이 임기 3년의 새 이사장으로 선출되었다고 한다. 16년째 이사장으로 재임하고 있는 한국염색기술연구소의 이사장은 염색공단 이사장이 겸직한다는 기묘한 규정에 따라 한국염색기술연구소 이사장도 연임한다고 한다. 한국섬유개발연구원 이사장의 연임도 확정적이라고 한다. 대구경북섬유산업협회는 현 회장이 ‘연임 거부 뜻을 밝혔지만 마땅한 후임자가 나타나지 않아 연임할 수밖에 없는 형편’이라고 한다. 밀라노프로젝트 결정과 집행과정에서 상당한 영향력을 행사하고 참여했던, 따라서 그 책임에서 자유로울 수 없는 섬유관련 기관, 단체의 장들에게 그 역할을 또 맡기려는 것이다. 지역 섬유업계는 유일한 활로라고 할 수 있는 체질개선을 포기해 버린 것이다.

섬유관련 기관, 단체 대표자의 선출은 그 구성원들의 고유권한이다. 그러나 한국염색기술연구소, 한국섬유개발연구원 등은 전문기관으로 운영비, 사업비의 상당한 부분을 국민의 세금으로 충당하는 공적인 성격을 지닌 기관이고, 대구경북섬유산업협회는 사적인 단체이긴 하지만 공적역할도 상당부분 수행하는 단체이다. 그리고 이들 기관, 단체는 밀라노프로젝트의 주체들이다. 따라서 이들 기관, 단체들의 문제는 구성원뿐만 아니라 지역사회 전체의 문제이기도 한 것이다.

밀라노프로젝트 등으로 일반시민은 물론 타 업종과 비교할 수 없을 정도의 특혜를 받은 섬유관련 기관, 단체의 대표자가 ‘대구시가 다른 산업에 비해 섬유를 홀대하고 있다’는 인식에 머물고 있는 한 섬유산업의 미래는 없다. 지역사회에서 섬유산업과 업계에 대한 불신만 심화시킬 뿐이다. 지역의 주력산업이라는 섬유업계의 기관, 단체에서 ‘마땅한 연임자가 없다’ 이유로 지나칠 정도로 오랜 기간 연임하게 하고, ‘연임 거부 뜻을 밝힌’ 현 대표자를 억지로 연임시키려 하는 것은 누가 봐도 정상적인 일은 아니다. 이에 이미 선출되었거나 선출될 예정인 섬유관련 기관, 단체의 대표자들과 그 구성원들에게 지역 섬유산업의 미래를 위해 현명한 결정을 해 줄 것을 요청한다.

섬유관련 기관, 단체들의 대표자 선출에 대해 대구광역시는 노령화, 장기재임 등을 이유로 1년 전부터 각 섬유단체의 대표를 바꾸라고 권유했지만 뚜렷한 효과를 거두지 못했다고 한다. 그렇다고 대구광역시가 섬유관련 기관, 단체의 대표자 선출에 직접적으로 개입할 수는 없다. 가능하다고 해도 그렇게 해서는 안 된다. 보다 근본적인 개선대책을 마련해야 한다.
이에 우리는 대구광역시에 섬유관련 기관, 단체에 대한 예산지원 등 각종 지원을 폐지하거나 대폭 축소할 것을 요구한다. 밀라노프로젝트 등 섬유관련 정책의 결정, 집행과정에서 기존 기관, 단체 및 대표자들의 비중을 대폭 줄일 것을 요구한다. 대신 기술, 경영혁신을 위해 노력하는 기업인, 지역사회 구성원들의 참여를 확대시킬 것을 요구한다. 그래서 섬유산업에 대한 지원이 나눠먹기가 아니라 정말로 필요로 하는 곳에 가도록 해야 한다.  이는 기존의 섬유관련 기관, 단체 및 그 대표자가 지나치게 누려온 특권을 해소하는 길이기도 하다.
또한 우리는 한국염색기술연구소, 한국섬유개발연구원 등 섬유관련 전문연구기관에 대한 공적 통제, 시민통제가 가능하도록 이들 기관을 ‘공공기관의 운영에 관한 법률’의 적용을 받는 공공기관으로 지정될 수 있도록 대구광역시가 적극적인 역할을 해 줄 것을 요구한다. 기형적인 지배구조 개선, 업무의 효율성과 연계성을 높이기 위한 기관통폐합, 단일이사회 구성 등 섬유관련 전문연구기관의 개혁을 위해 노력해 줄 것을 요구한다.

 

2008년 3월 13일

대구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대구참여연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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