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명] 정부의 주민소송제 도입과 관련한 입장

전국 73개 시민단체가 정부의 주민소송제 도입안의 문제점을 지적하는 공동의견을 채택하고, 행자부장관 면담을 공식요청했습니다.

– 행자부 입법예고안대로 주민소송제가 도입된다면, 실제 시민들이 소송을 내기도 어려울 뿐더러
주민소송을 통해 기대할 수 있는 여러 긍정적 효과가 크게 감소할 것으로 우려됩니다 –

6월 3일 전국 73개 시민단체는 행정자치부가 5월 18일 입법예고한 주민소송제도 도입을 골자로 하는 지방자치법개정안에 대한 공동의견서를 제출하고, 행자부장관에게 주민소송을 포함한 주민참여제도 관련 논의를 위한 시민사회 대표단과의 공식면담을 요청했습니다.
시민단체들은 위 의견서에서 정부 입법안의 문제점을 조목조목 지적하고, 시민사회가 요구하는 대안을 제시했으며, 만약 정부안대로 입법된다면 제소에 이르기까지의 제도적 장벽이 너무 높아 실제 주민들로서는 소송을 낼 엄두도 내기 어려운 사문화된 제도로 전락할 가능성이 높고, 제소기간을 늘리고 소송대상을 확대하는 등의 개선이 이뤄지지 않는다면 제도 도입의 의의와 효과가 크게 감소할 수밖에 없을 것임을 주장했습니다.

주민소송은 지방자치단체의 예산낭비를 주민들이 직접 통제할 수 있도록 하는 제도로서, 주민이 법원에 지방정부의 위법한 재무회계행위의 예방․금지 또는 원상회복(환수조치 등)을 청구할 수 있도록 하는 것입니다.
시민단체들은 이전부터 주민소송과 유사한 제도로서 중앙정부까지 대상에 포함하는 납세자(국민)소송제도를 도입할 것을 주장해왔고, 2000년 시범적 납세자소송 제기, 납세자소송법안 입법청원 등의 활동을 통해 이에 대한 여론을 환기시킨 바 있습니다.
이 제도는 미국, 일본 등에서는 이미 오래 전에 정착되어 있으며, 이번 정부의 입법안도 일본의 주민소송제를 주 모델로 하여 만든 것입니다.
그런데 이번 행자부 입법안은 일본 주민소송제 중 주민참여를 어렵게 하는 부분은 선뜻 받아들인 반면 참여를 쉽게 하는 부분은 외면한 것으로 보일 지경의 내용을 담고 있습니다.
특히 주민소송 전에 반드시 주민감사를 거치도록 한 점, 주민감사를 청구하려면 300~100여 명의 서명을 받도록 한 점, 소송대상이 되는 행위가 있은 때로부터 2년이 지나면 청구를 할 수 없도록 한 점, 주민이 책임자에게 직접 손해배상 등을 청구할 수 없도록 한 점 등이 큰 문제점으로 지적되고 있습니다.

이에 시민단체들은 정부안대로 입법이 추진될 경우 제도 도입의 의의가 실종되는 사태에 이를 우려가 크다고 판단하여 이번 공동의견서 제출과 장관면담 요청 등 대응활동을 준비하게 된 것입니다.
위 의견서에 연대서명한 73개 시민단체는 분권과 참여를 위한 시민사회네트워크, 예산감시네트워크, 참여자치지역운동연대 등 각지의 풀뿌리 시민단체까지 망라한 전국적 시민사회 연대조직의 구성단체들로서 앞으로도 주민소송 등 주민참여제도가 바람직한 방향으로 확립될 수 있도록 대정부․대국회 설득과 여론환기를 위한 홍보 등 지속적인 연대활동을 펼칠 계획입니다.
정부의 주민소송제 도입안에 대한 시민단체 공동의견서 요지는 첨부자료와 같습니다.

2004년 6월 4일

전국 73개 시민단체

【 분권과 참여를 위한 시민사회네트워크 소속 14개 단체 】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 대한YWCA연합회, 녹색연합, 녹색정치준비모임, 문화연대, 시민자치정책센터, 열린사회시민연합, 한국여성민우회, 한국여성의전화연합, 한국청년연합회, 한국YMCA전국연맹, 행정개혁시민연합, 환경운동연합, 환경정의시민연대

【 예산감시네트워크 소속 12개 단체 】
공주녹색소비자연대, 금천주민연대, 부천시민연합, 서울남서여성민우회, 수원자치시민연대, 쓰레기문제해결을위한시민운동협의회, 원주참여자치시민센터, 인천참여자치연대, 청양시민연대, 태안참여자치시민연대, 하남민주연대, 함께하는시민행동

【 지역경실련협의회 소속 30개 단체 】
강릉경실련, 거제경실련, 경주경실련, 광명경실련, 광주경실련, 구미경실련, 군산경실련, 군포경실련, 남원경실련, 대구경실련, 대전경실련, 목포경실련, 부산경실련, 부천경실련, 속초경실련, 수원경실련, 순천경실련, 안산경실련, 안양.의왕경실련, 여수경실련, 영천경실련, 울산경실련, 익산경실련, 인천경실련, 전주경실련, 정읍경실련, 제주경실련, 청주경실련, 춘천경실련, 포항경실련

【 참여자치지역운동연대 소속 17개 단체 】
광주참여자치21, 대구참여연대, 대전참여자치시민연대, 마창진참여자치시민연대, 부산참여자치시민연대, 성남시민모임, 여수시민협, 울산참여연대, 의정부참여연대, 제주참여환경연대, 참여연대, 참여자치전북시민연대, 춘천시민연대, 충남참여자치지역운동연대, 충북참여자치시민연대, 평택참여자치시민연대, 평화와참여로가는인천연대

<첨 부> 정부 주민소송제 도입 입법예고안에 대한 시민단체 공동의견서 요지

1. 정부안은 ‘소송 남발로 인한 지방행정의 위축’을 우려하여 제소를 억제하는 데 주안점을 두고 있다.

– 주민소송은 개인의 이익과 무관한 대표적 공익소송으로서 소송을 통한 이득이 모두 자치단체 등 공공에 귀속되는 만큼 근거없는 ‘소송 남발 우려’ 등을 이유로 소송제기를 어렵게 하는 방향으로 입법할 경우 제도 도입의 실효성이 크게 감소할 것이다.

2. 정부안은 주민소송 전에 반드시 주민감사청구를 거치도록 하고 있다.

– 주민감사청구를 거쳐야만 소송을 제기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은 불필요한 시간과 노력의 낭비를 초래할 뿐이며, 합당한 이유없이 주민의 권리를 제한하는 안이므로 수정해야 한다.
자체감사의 독립성, 효율성이 확보되지 못한 우리 상황에서 소송 전에 주민감사청구를 거치게 하는 것은 불필요한 시간과 노력의 낭비만 초래할 가능성이 크며, 정부안조차 자체감사의 한계를 인정하여 상급기관에 감사청구를 하도록 하고 있는 현실에서 지방분권 원칙에 위배되는 상급기관 감사를 주민소송 전에 반드시 거치도록 해야 할 합리적 이유가 없다.
또한 행정소송 전에 행정심판을 거치도록 하는 제도도 없애는 등 국민의 재판받을 권리를 충분한 이유없이 제약하지 않는 것이 법원칙으로 확립되어 가고 있는 마당에 유독 주민소송에서만 행정절차를 거치도록 강제한다는 것은 시대착오적이며, 국민 기본권 보장에 반하는 것이다.

3. 정부안은 주민소송은 1인이라도 제기할 수 있지만, 사전단계인 주민감사청구를 하려면 지역규모에 따라 300~100여 명의 서명을 받도록 하고 있다.

– 주민감사를 청구할 때 집단서명을 받아야 하도록 하는 안은 사실상 소송을 제기하려면 집단서명을 받도록 하는 것과 다를 바 없으며, 제소에 이르기까지 불필요한 시간과 노력을 들이게 하여 소송을 내기 힘들게 하는 효과 외에 별달리 기대할 수 있는 공익적 효과가 없다.
정부안대로 300~100여 명 정도의 서명을 받으려면 상당한 기간이 소요될 것인데, 그 동안 주민들을 대상으로 회유와 압력이 들어오거나, 지역이기주의 등에 반하여 소수 주민이 올바른 주장을 할 경우 원천적으로 제소 가능성을 봉쇄할 수 있고, 신원노출 등 우려가 커져 공익제보자가 내부비밀을 근거로 공익소송을 제기하지 못하게 되는 결과를 초래할 수 있다.
일본에서는 주민소송 전에 감사청구를 거치게 하고는 있으나, 단 1명이라도 청구가 가능하게 되어 있다.

4. 지방자치법은 주민감사청구 제외대상으로 ‘수사 또는 재판에 관여하게 되는 사실’, ‘개인의 사생활을 침해할 우려가 있는 사항’ 등을 규정하고 있는데, 이런 추상적인 제약조건은 상당수 주민감사청구를 불가능하게 만들 것이다.

5. 정부안은 주민감사청구를 할 수 있는 기간을 ‘감사청구 대상이 되는 사무처리로부터 2년내’로 정하고 있다.

– 최소한 지방자치단체가 가지는 손해배상청구권의 소멸시효인 5년에 준하여 개선해야 한다.
위법․부당한 행정행위가 알려지게 되기까지 많은 시간이 필요한 것이 현실인데, 제소기간을 짧게 정할 경우 도리어 위법행위에 면죄부를 주는 역효과가 발생할 우려가 크다. 더구나 자치단체의 손해배상과 부당이득반환 청구권의 소멸시효가 5년인 점을 감안하면, 최소한 예산낭비 책임자에 대해 자치단체가 청구권을 행사할 수 있는 5년 동안에는 주민의 제소권도 보장되어야 마땅하다.

6. 정부안은 자치단체에 손해를 끼친 자에 대한 손해배상청구 등을 소송제기자가 직접 할 수 없도록 하고, 자치단체에 그러한 청구를 하라고 간접적으로 요구하는 소송만 가능하도록 하고 있다.

– 정부는 주민이 책임자 개인에게 소송을 걸 경우 공무원 개인이 소송비용을 지출하는 등 부담이 과중하여 업무가 지나치게 위축될 수 있다는 논리를 펴고 있다. 그러나 이러한 문제점은 법률구조제도 등을 활용하면 충분히 해결 가능한 것이다. 반면 간접소송의 경우 직접소송에서와 달리 보전조치가 어려워 책임자의 재산은닉 등에 대처할 방법이 없게 되는 큰 문제점이 있다. 양자간의 중요성을 비교할 때 공무원 보호에 과도하게 중점을 둔 이 조항은 개선되어야 마땅하다.

7. 정부안은 준비기간이 필요하다는 이유로 개정법률의 발효시기를 2006년부터로 정하고 있다.

– 주민소송제도 시행에는 별도의 행정적, 재정적 준비가 크게 필요치 않다. 특히 주민감사청구를 거치도록 하는 규정을 고집하지 않는다면 더욱 그러하다.

8. 정부안에는 공익제보자에 대한 보호 내지 보상규정이 없으며, 피고인 자치단체가 사실상 독점하고 있는 소송관련 정보에 대한 제출의무규정 등이 없다.

– 위법한 재무행위 정보는 쉽게 일반인들이 접할 수 없는 것이다. 따라서 그러한 정보를 알고 있는 내부관계자가 소송을 제기할 경우 받게 될 개인적 불이익으로부터의 보호 및 보상이 이뤄지지 않으면, 공익제보자에 의한 주민소송은 어려울 수밖에 없다.
또한 주민소송에서는 피고인 자치단체가 중요한 정보를 대부분 독점하고 있게 되므로, 증거자료 제출의무 등을 명확히 규정하지 않으면 매우 불평등한 상황에서 소송이 진행될 수밖에 없을 것이다.

2004년 6월 4일

댓글 달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