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동성명] 정부와 의료계는 진정으로 의료개혁을 원하고 있는가?

정부와 의료계는 근본적인 의료개혁을 원하고 있는가?

– 다시 문제는 의료개혁이다. 의사파업에 즈음한 우리의 입장 –

 

다시 의사들이 진료실을 떠났다.

의약분업 실시 이후 계속되고 있는 의사들의 파업은 더 이상 집단이기주의로만 치부할 문제가 아니다. 의료계 파업의 과정에서 우리나라 보건의료체계의 해묵은 모순들이 속살 그대로 드러났으며, 그 과정에서의 고통은 고스란히 국민들 몫이었다.

따라서 지금 가장 중요한 것은 국민건강권을 위협하는 보건의료체계의 문제점과 근본적인 원인이 무엇인지 그리고 그 책임이 어디에 있는지를 냉정히 밝히고, 그 위에서 올바른 의료개혁의 청사진을 제시하는 것이다. 결국, 다시 문제는 의료개혁이며 지금이 바로 이를 진지하게 논의할 적기이다.

 

우리는 이 혼란의 근본적 책임이 국민건강을 지키기 위한 책임을 회피하고 있는 정부에 있음을 지적한다.

우선 정부는 국민과의 약속이었던 의료보험재정 국고지원 약속을 지키지 않고 있다. 기업과 은행의 구조조정에는 100조원이 넘는 공적자금을 투입하면서 국민건강권을 위한 의료보험 재정지원에는 인색한 정부는 국민적 비판을 받아 마땅하다. 의료보험재정의 국고지원은 사회보장제도인 의료보험제도의 공공성을 확보하기 위한 첫 출발점임에도 정부는 나몰라라 하고 있다.

또한 의료계의 집단적 저항에 대해 근원적인 대책을 마련하기 보다는 미봉책으로 일관해 정부에 대한 국민의 불신을 더욱 가중시키고 있다. 나아가 정부는 「의사들의 집단행동을 돈으로 매수하기 위해 국민들의 쌈지돈을 훔칠 생각만 하고 있다」라는 인상을 지울 수 없다. 총체적인 의료개혁의 의지보다는 당장 발등의 불을 끄고 보자는 이러한 정부의 태도는 의료계와의 협상에서 협상력 부재로 나타났으며, 등을 돌린 의료계를 집단 이기주의로 매도하는 외에는 어떠한 정책 대안도 내놓지 못하는 정책부재의 모습으로 드러났다.

 

정부는 지금이라도 그 동안 국민건강권을 지키기 위한 의지가 부족했음을 국민들에게 사과하고, 보건의료체계의 공공성을 확보하기 위한 일련의 대책을 제시해야 한다. 의료보험재정의 국고지원 법제화와 실천은 그 시작임을 정부는 분명히 알아야 할 것이다.

 

정부의 근본적인 책임과 더불어 우리는 현재 진행되고 있는 의사파업에 대해서도 우려하지 않을 수 없다.

민주사회에서 권리를 지키기 위한 집단행동은 원칙적으로 보장되어야 하며, 의사들의 파업권 역시 보장되어야 함을 부인할 수 없다. 또한 의사파업의 요구 중 의료보험재정의 국고지원과 국민부담 없는 의약분업 실시 등은 그 내용에 있어서도 전적으로 타당하다. 그러나 의료계의 파업은 이러한 긍정적인 주장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몇가지 문제점을 안고 있다.

우선, 올바른 의약분업 시행을 위해 의료계가 파업을 한다고 하지만, 그 이면에는 의약분업 유보 또는 임의분업 형식으로 제도를 후퇴시킬려는 의도을 깔고 있다. 이 부분은 의료계 일각에서도 인정하는 부분이다. 이처럼 주장 따로 속마음 따로라면 누가 의료계를 믿고 현재의 파업을 지지하겠는가? 또한 의료보험제도의 기형과 파괴로 연결될 민간의료보험의 도입에 대한 의료계의 대응은 미진하기 짝이 없다. 이같은 상황에서 의료개혁을 외치는 그 자체가 국민들에게 혼란과 불신만 가중시키고 있다는 점을 의료계는 분명히 알아야 한다.

둘째, 의료계는 국민들과 함께하는 의료개혁을 주장하고 있지 않다. 교과서대로 진료하고 싶다는 전공의들의 말은 일면 타당하나 일면 부적절하다. 교과서의 지식은 시대의 가치관에 따라 변하기 마련이다. 의사들의 진실한 교과서는 환자들의 아픔이요, 생명임을 히포크라테스 선서가 말해주고 있지 않은가! 국민들이 무엇을 원하는지 알고 국민의 요구를 가지고 국민들과 함께 의료개혁을 주장하고 함께할 때 비로소 올바른 의료개혁은 이루어질 수 있음을 알아야 한다. 메아리 없는 외침은 공허할 뿐이다. 이를 위해 먼저 의료계는 스스로 사회적 책임을 통감하고, 반성함과 동시에 국민과 함께하는 의료개혁의 청사진을 밝혀야 할 것이다.

 

따라서 국민건강권을 확보하기 위해 우리는 다음과 같이 주장하며 이를 실현하기 위한 다양하고 적극적인 노력을 할 것이다.

 

  1. 정부는 현재 의료사태에 대해 국민앞에 사죄하고, 의료보험재정 국고지원의 법제화와 실천 등 총체적 의료개혁 프로그램을 제시하라.

 

  1. 정부는 의료계의 집단행동에 미봉책으로 대처하는 것을 반대하며, 특히 국민부담을 증대하는 보험료 인상을 강력히 규탄한다.

 

  1. 정부는 근원적인 의료개혁을 위해 노동자, 농민 등 국민들이 참여하는 국민적 논의구조를 마련하고, 이를 통해 합리적 해결책을 도출하라.

 

  1. 의료계는 현 시기의 의료계 파업이 국민을 배제한 배타적 전문주의로 국민들에게 의정야합으로 비쳐질 수 있다는 점을 경고하며 국민과 함께하는 의료개혁투쟁에 나설 것을 촉구한다.

 

  1. 의료계는 의료계 파업에 따른 국민적 고통을 직시하고 진지하고 끈기있는 협상에 임할 것을 촉구한다.

 

만약, 이같은 우리의 요구에 대해 정부와 의료계가 진지하게 고민하지 않은 채, 의료보험료 인상 등과 같은 방식의 미봉책으로 일관한다면 시민사회단체들은 의료보험료 납부거부운동 등 대정부 투쟁을 강력히 전개할 것임을 경고하는 바이다.

 

2000.10.5

 

국민건강권 확보와 의료개혁을 위한 대구시민연대

대구경실련, 대구녹색소비자연대, 대구참여연대, 대구흥사단, 대학인녹색네트워크, 대구여성회, 자원봉사능력개발원, 장애우권익문제연구소, 생명민회, 아파트생활문화연구소, 참길복지사회연구소

 

의료보험료 인상반대와 국민건강보험공단 사태의 올바른 해결을 위한 대구경북범시민대책위

민주노총 대구지역본부, 민주노총 경북본부(구미․경주․포항․북부시협의회), 건강사회를 위한 치과의사회, 건강사회를 위한 안경인회, 우리복지시민연합, 대구산업보건연구회, NCC 대구인권선교위원회, 함께하는 주부모임, 아파트생활문화연구소, 대구참여연대, 대구여성회, 대구환경운동연합, 전국농민회 경북도연맹, 대경연합, 양심수후원회, 대경총련, 민주노동당 대구지부(준), 서구주민연합, 청년진보당대구지부, 대구노동운동단체협의회, 현장연대, 노동사목, 노동자회 일벗, 일하는 사람, 청년연석회의(대구민주청년회, 대구새로운청년회, 경주민주청년회, 경산민주청년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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