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회견] 아름다운 청년 전태일 45주기 대구시민문화제 추진위원회 기자회견

전태일 대구시민문화제2

기자회견문

 

1970년 11월 13일. 평화시장 재단사 22살의 청년 노동자 전태일은 ‘노동자는 기계가 아니다’, ‘근로기준법을 준수하라’는 절규를 남기고 불꽃 속으로 사라져갔다.

당시를 돌아보자. 14~18살 어린 노동자들은 하루 15시간을 일하고 일요일도 쉬지 못 하면서 하루 임금으로 커피 한 잔 값도 되지 않는 돈을 받았다. 졸지 않기 위해 각성제까지 먹으면서 일했고, 열악한 작업환경과 장시간 노동에 시달리다 폐렴에 걸리기라도 하면 가차 없이 해고를 당하기도 했다.

가난을 몸소 겪고 있던 전태일은 자신과 같은 노동자들의 비참한 현실을 개선하기 위해 모든 노력을 기울였다. 노동청과 시청 등 모든 기관에 진정서를 제출하고, ‘대통령에게 보내는 편지’까지 써서 노동환경 개선을 호소했지만 돌아온 건 참담한 묵살뿐이었다. 근로기준법이 규정한 최소한의 조건조차 지켜지지 않았다. 결국 그가 선택할 수 있는 마지막 길은 스스로 불꽃이 되는 것이었다.

이 결단을 앞두고 나는 얼마나 오랜 시간을 망설이고 괴로워했던가? 나는 돌아가야 한다. 꼭 돌아가야 한다. 불쌍한 내형제의 곁으로, 내 마음의 고향으로. 내이상의 전부인 평화시장의 어린 동심 곁으로, 나를 버리고 가마, 나를 죽이고 가마 조금만 참고 견디어라 너희들의 곁을 떠나지 않기 위해 나약한 나를 다 바치마‘ –전태일의 일기 중에서

그가 일기에서 썼듯이 ‘인간을 물질화하는 시대…..한 인간이 인간으로서의 모든 것을 박탈당하고 박탈하고 있는 그 무시무시한 시대’에 전태일은 노동자도 사람이라는 ‘인간선언’을 스스로의 몸을 불살라 보여주었던 것이다.

2015년. 그로부터 45년이 흘렀다. 그러나 민중들의 상태는 변하지 않았고 수많은 전태일 들의 절규는 아직도 이 땅 곳곳에서 이어지고 있다. 신자유주의의 노동유연화 정책은 일반 해고라는 무차별적 칼날로 일하는 사람들의 목을 겨누고 있다. 일할 곳 없는 청년은 마른 꽃처럼 시들어가고, 일자리를 잃은 사람들은 남은 삶을 빚과 불안에 시달리며 살아가고 있다. 전태일이 목 놓아 부른 ‘대학생 친구’는 높은 등록금과 학자금 대출 탓에 채무자로 사회생활을 시작해야 한다. 그래서 우리는 이 시대를 쉽게 해고당할 권리가 있고 청년 백수가 될 자유가 있는, 대부분이 빚에 짓눌리는 가난의 평등 사회로 규정한다.

그리하여 이 암담한 현실이 우리로 하여금 다시 전태일을 생각하게 하고, 그를 다시 불러오게 한다. 가난하게 살면서도 사람에 대한 연민과 동료애를 놓치지 않았던 사람. 돈보다 사람이 먼저라고 외쳤던 사람. 불의에 맞서 불꽃의 실천을 해낸 사람. 전태일. 우리는 이제 그의 정신을 다시 기억하고자 한다. 그리고 그의 이름으로 우리의 현실과 미래를 상상하고자 한다.

대구는 전태일의 고향이다.

1948년 8월 26일 전태일은 대구시 중구 남산동 50번지에서 태어났다. 대구시 중구 남산로 8길 25-16번지에서 살았고, 대구의 청옥고등공민학교를 다녔다. 그러나 대구는 그의 단순한 호적상 출생지만은 아니다. 전태일은 일기 곳곳에 ‘가장 행복했던 시절’, ‘인간으로서의 자각과 기쁨과 우애와 사랑을 충만히 느꼈던 시절’이라고 대구를 회상하고 기록했다. 대구는 전태일의 인간선언이 시작된 바로 그 마음의 고향인 것이다.

그동안 대구는 네 명의 대통령을 낸 권력자의 고향으로만 기억됐다. 그리하여 ‘고담대구’, 보수와 수구의 도시라는 원치 않은 낙인이 찍혔다. 대구는 한국 현대사에서 저항의 중심 도시였지만 언제부턴가 전태일과 같은 저항 정신에 대한 기원과 기억은 철저히 외면 받았다. 그러나 이제부터라도 대구는 전태일을 대구의 역사로, 대구가 지켜야 할 정신으로 불러와야 한다. 그의 인간선언을 노동자 시민 대중의 인권 선언으로 구체화해야 한다. 부당한 권력과 자본에 맞서 현실을 바꾸려고 한 전태일, 그를 기억하고 그를 통해 상상하는 일은 대구의 미래를 위해 마땅히 해야 할 일일 것이다.

‘전태일 대구시민문화제’는 전태일의 치열했던 노동자의 삶과 고귀한 인간존엄 정신을 고향 대구의 더 많은 시민들에게 알리고 함께하고자 시작되었다. 시민의 자발적인 의지와 참여로 추진위원회를 만들고 문화제를 준비하는 것이 중요한 우리의 목표다. 시민들의 자발성이 전태일의 정신을 살리는 첫 발걸음이 될 것으로 우리는 기대한다. 우리는 이 문화제가 힘들고 어려운 모든 사람에 대한 따뜻한 격려이자 연대의 시작이 되기를 희망한다. 그리하여 이제 우리는 다음과 같이 전태일을 호명한다.

전태일의 고향 대구에서 시민의 힘으로 전태일을 부른다!!

모든 노동자들의 이름 전태일, 세상 모든 전태일을 위해!!

자본이 아닌 인간을 위한 노동으로!! 99%인 을들의 따뜻한 연대를 위해!!

미래세대가 이어가야 할 정신의 역사. 전태일의 정신을 위해!!

아름다운청년 전태일 대구시민문화제 추진위원회

공동추진위원장 노태맹. 오규섭. 정중규. 허은영

2015.11.2

기자회견 자료-전태일대구시민문화제.pdf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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