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회견문] 10.29 이태원 참사 진상규명과 피해자 지원 시민사회가 함께 하겠습니다

10월 29일 이태원 참사로 희생되신 분들의 명복을 빌며, 가족과 소중한 이들을 잃은 분들께 위로의 마음을 전합니다. 부상자들의 쾌유를 비롯해 참혹한 상황을 지켜봐야 했을 동료시민들의 회복을 기원합니다.

지난 25일 동안 참사를 대하는 정부의 태도, 고위 공직자들의 책임 회피를 보면서 참을 수 없는 분노를 느낍니다. 가장 무겁게 책임을 느껴야 할 자들 중에 책임을 인정하는 자가 단 한 명도 없다는 사실이 참담합니다. 언론 보도와 댓글, 유튜브 등을 통한 2차 가해가 이어지고 있지만, 정부의 신속한 조치는 없습니다. 무엇보다 유가족을 비롯한 참사 피해자들의 알권리와 치유회복의 권리, 참여권 등을 제대로 보장하지 않고 있다는 점을 더 이상 묵과할 수 없습니다.

이에 시민사회단체들은 성역없는 진상 규명, 책임 규명과 유가족, 피해자들의 기억과 애도, 치유 회복의 권리, 알 권리와 진상 규명 과정에서의 참여권의 보장을 위해 적극 나서고 함께 하고자 합니다.

 

첫째, 정부는 10.29 이태원 참사 유가족의 요구에 응답해야 합니다.

어제 유가족들은 기자회견을 열고, 10.29 이태원 참사의 책임이 이태원을 방문한 시민들이 아니라 정부와 지자체, 경찰에 있다는 점을 명확히 하고 모든 피해자에게 진정성 있는 사과를 요구했습니다. 성역없는 철저한 책임규명과 피해자들의 참여를 보장하는 진상규명이 이루어져야 한다고 밝혔으며, 참사 피해자들의 소통 보장, 인도적 조치 등 적극적인 지원, 희생자들에 대한 온전한 기억과 추모를 위한 조치, 2차 가해를 방지하기 위한 구체적인 대책 마련을 요구하였습니다. 우리는 유가족들의 요구와 호소에 지지와 연대를 보내며, 재난 참사 해결의 시작은 피해자들의 목소리에서 출발해야 한다는 점을 강조하고자 합니다. 정부는 피해자들의 목소리에 귀 기울이고 이들의 요구에 기반한 지원체계를 마련하는데 최선을 다하길 바랍니다.

정부는 참사 발생 이후 지금까지 유가족, 피해자들에게 참사 발생 경위, 수사진행 상황 등에 대한 정보제공 등을 전혀 하지 않았고, 의견을 개진하거나 소통할 수 있는 방법도 마련하지 않았습니다. 생존자와 당시 구조에 나섰던 시민들, 이태원 지역주민들도 마찬가지입니다. 이들 역시 이번 참사의 명백한 피해자임에도 정부가 어떠한 지원책을 마련하고 제공하고 있는지 알려진 바가 없습니다. 참사의 피해자들이 사회적으로 고립되지 않도록 정부의 지원과 지역 사회의 노력이 절실합니다.

정부는 특수본과 중대본 차원의 참사 진상조사 경과에 대해 유가족과 피해자를 비롯해 국민 앞에 정례적으로 알리고, 피해자들이 의견을 개진하고 소통할 수 있는 체계를 즉각 마련해야 합니다. 나아가 희생자와 유가족, 구조된 시민과 목격자, 지역주민을 위한 종합적인 지원 대책 마련을 요구합니다. 우리도 유가족과 피해자들의 애도할 권리와 알권리가 보장되고, 치유와 회복을 위해 정부의 명확한 계획과 사회적 지원을 촉구하면서 피해자와 연대하겠습니다.

 

둘째, 어떤 형태의 2차 가해도, 2차 피해도 더 이상 용납할 수 없습니다.

10.29 이태원 참사에서도 언론은 무분별한 SNS·인터넷 커뮤니티 사진‧영상 사용, 비극적 현장에 대한 선정적 묘사, 미확인 주장과 유언비어의 여과 없는 인용, 충분한 사실 확인을 거치지 않은 참사 원인을 둘러싼 공방 중계, 진상규명을 가로막는 무리한 억측, 마녀사냥식 희생양 찾기, 정부 책임 물타기 보도 등 여러 문제점을 드러냈습니다. 이 같은 보도가 또 다른 2차 가해를 유발할 뿐만 아니라, 고인과 유가족, 생존자 등에게 2차 피해로 이어지고 있습니다.

우리는 언론보도와 댓글, 유튜브 등에서 벌어지고 있는 2차 피해를 막기 위해 시민들과 함께 모니터링 활동을 벌이고, 언론 및 포털 사이트와 유튜브 등 온라인 플랫폼의 재난보도준칙 준수를 요구할 것입니다. 또한 2차 가해로 지적된 보도, 댓글, 콘텐츠에 대한 신속한 차단 및 삭제 등 사회적 책임을 촉구할 것입니다. 심각한 가해 행위에 대해서는 법적 조치도 적극 검토해 피해를 줄여나가겠습니다.

 

셋째, 유가족과 피해자의 참여 아래, 참사 전후 재난안전관리 시스템 전반에 대한 성역 없는 수사와 독립적인 조사가 이루어져야 합니다.

이번 참사는 10만 명 이상의 시민들이 운집할 것이 예상되었고 당일에도 절박한 신고가 빗발치는 등 예견된 징후에도 불구하고, 국가가 국민의 생명과 안전을 보호할 책무를 다하지 않았다는 점이 본질입니다. 참사가 발생하게 된 구조적인 문제와 작동하지 않은 재난안전관리 시스템, 정부와 지자체, 경찰 대응의 적절성 등이 철저하게 밝혀져야 합니다. 또한 모든 수사와 조사 과정에서 유가족과 피해자, 그 대리인의 참여가 보장되어야 합니다.

‘꼬리자르기 셀프수사’ 비판을 자초해온 경찰 특수본이 최근 행안부 등 이른바 ‘윗선’에 대한 수사를 시작했지만 경찰의 인사권을 갖고 있는 행안부와 행안부 장관에 대한 수사가 제대로 이루어질지 의구심은 여전합니다. 객관성과 공정성이 담보된 독립적인 기구의 진상 조사가 필요하다는 제안이 나오는 이유입니다. 뿐만 아니라 특수본은 수사 진행 상황에 대한 공식 브리핑도 없이, 일부 기자들 대상 백브리핑만으로 수사 관련 내용을 알리고 있어 불투명성의 문제도 심각합니다.

현재, 국회는 10.29 이태원 참사 진상규명을 위한 국정조사를 앞두고 있습니다. 철저한 진상 규명과 책임 규명은 특수본의 수사와 형사적 책임에만 국한되지 않습니다.

이번 참사의 원인을 제대로 규명하기 위해 지자체와 경찰 등의 사전 안전관리 대책은 왜 없었는지, 참사 당일 재난상황 보고체계와 관련 기관 간 협조체계는 왜 작동하지 않았는지, 인파 통제를 위한 인력배치 등은 왜 이루어지지 않았는지 조사해야 합니다. 당일 경찰 인력의 운용 계획과 지시 등 정책 결정의 책임 소재를 밝히고, 참사 이전부터 위험신호가 계속 있었음에도 국가는 왜 위기로 인식하지 않았는지 그 구조적 배경과 원인은 어디에 있는지도 반드시 규명되어야 합니다. 참사 당일과 그 이후 피해자들에 대해 인권적 조치가 이루어졌는지, 은폐나 축소를 위한 시도는 없었는지 등도 철저히 조사되어야 합니다. 국정조사가 정쟁의 수단이 되지 않고 생명권 보호를 위한 국가의 책임과 과제를 밝히는 과정이 되도록 여야 모두 성실히 임할 것을 촉구합니다.

우리는 유가족과 피해자의 참여 속에 성역없는 진상규명, 책임규명, 책임자 처벌 전 과정이 흔들림없이 철저하게 진행될 수 있도록, 유가족 및 피해자의 목소리를 대변하고 그들의 권리를 옹호할 것입니다. 국회 국정조사와 수사 등 진상규명의 전 과정에서 유가족 및 피해자의 입장을 대변하고 든든히 연대하겠습니다.

 

넷째, 추모의 기록, 참사 관련 기록을 투명하게 공개하고 보존해야 합니다.

10.29 이태원 참사를 제대로 추모하고 진상을 규명하기 위해 가장 중요한 일 중 하나는 참사 관련 기록을 투명하게 공개하고, 수집∙보존하는 것입니다. 참사의 원인을 밝힐 기록과 대응, 수습 기록은 물론이고, 시민들의 추모 발언과 기록들까지 철저히 공개, 보존, 관리되어야 합니다.

그러나 용산구는 그동안 공개해온 이태원 관련 문건을 갑작스럽게 비공개 전환하고, 중대본은 시민단체들이 10.29 이태원 참사 진상규명을 위해 정보공개 청구한 회의자료에 비공개 결정을 통보해왔습니다. 용산서 정보과에서 작성한 이태원 핼러윈 축제 인파 밀집에 따른 안전사고를 우려한 정보보고서는 이미 삭제된 상황입니다. 참사를 전후해 모든 국가기관이 생산한 참사 관련 기록의 보존과 공개는 성역없는 진상규명, 책임규명을 위해 필수입니다. 10.29 이태원 참사 관련 기록들이 의도적으로 생산되지 않거나, 삭제∙은폐되는 일은 결코 없어야 합니다.

한편, 이태원역 1번 출구 앞 추모 공간에 쌓이고 있는 추모의 기록을 현재는 자발적인 시민 자원활동가들이 관리하고 있지만 이대로 계속 감당할 수는 없습니다. 서울시가 나서서 국가지정기록물 지정을 요청하는 등 추모 기록의 유실 방지 대책을 마련하고, 유족과 피해자들에게 기록에 대한 접근권을 철저히 보장해야 합니다. 나아가 시민추모공간을 마련하기 위한 사회적 논의를 시작할 것을 요구합니다.

 

두 번 다시 국가의 부재로 인한 억울한 죽음, 사회적 참사가 벌어지는 일이 없도록 10.29 이태원 참사의 진정한 추모와 애도, 철저한 진상규명과 책임규명, 치유와 회복, 합당한 배보상이 이루어지도록 시민사회가 유가족과 피해자와 끝까지 함께 하겠습니다.

 

 

 

2022년 11월 23일

163개 재난∙산재 참사 피해단체, 종교∙시민사회∙노동단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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