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내버스 요금인상 무엇이 문제인가

‘어떻게 성수기의 요금수입이 비수기보다 적을 수 있나’
‘41대 가진 회사의 요금수입이 100대가 넘는 회사보다 많다?’
‘현장에서 보면 수많은 차들이 차고지에 서 있는데, 운행대수가 95%에 이른다니 이건 엉터리다’
‘수입금 조사하는 기간에는 기사들이 운행을 정상적으로 안해서 요금수입이 평시보다 적은 거다’
‘요금 삥당치고, 노조지부장에게 돈 주고 차 사주고, 일하지도 않은 친인척에게 봉급주고… 이런 식으로 하면서 적자라니…’
‘날마다 뛰는 물가에 힘들어 죽겠는데 버스요금까지 올려야 하나’
‘요금올리고 서비스가 좋아지면 그나마 참아줄 수나 있지’

대구시의 버스요금인상 결정을 접하는 대구시민, 시민단체들의 지적들이다.

대구시는 지난 8월 대중교통심의위원회(이하 교통위원회)를 열어 일반시내버스의 요금을 현행 700원에서 900원(할인 800원), 학생 500원에서 600(할인 550원)으로 심의한 후 9월 4일 공공요금 물가분과위원회(이하 물가위원회)를 개최하여 이를 결정하였다. 이제 대구시장의 시행일시 공표만 남은 상태이다.

그러나 우리 단체를 비롯 대구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이하 경실련), 대구버스노동자협의회(이하 버스노협), 민주노동당대구시지부(이하 민노당) 등 4개단체는 대구시의 이러한 결정이 부당하다는 데 공감하고 반대 성명 및 기자회견, 시민캠페인 등을 전개해 왔으며 향후 시민불복종운동을 전개할 것을 선언하였다. 시민들 또한 조직화된 움직임은 없었으나 반대의견이 분명하고 시민단체가 좀더 적극적인 활동을 전개해 줄 것을 요구하고 있다.

따라서 작금의 시내버스 요금인상 반대운동은 버스노조가 임금인상을 요구하며 파업을 하고, 회사들이 적자타령을 하면서 요금인상을 요구하고, 시당국이 어쩔수 없다는 듯 요금을 인상해 온 관행적 코스에 대한 관행적(?) 대응이 아니라 관련 사안에 대한 구체적 분석, 진단에 기초한 끈질긴 운동을 통해 요금문제를 넘어 대중교통 전반의 개혁이라는 목표를 향해 큰 맘 먹고 추진하는 운동이다.

그러나 요금문제는 대구시 버스교통의 수많은 문제점과 연관되어 있고, 이러한 문제들의 결과를 전적으로 시민들에게 전가하는 것이기에 이를 둘러싼 구체적 사항들을 세부적으로 분석하여 이해할 필요가 있다. 이번 시내버스 요금인상의 부당성은 크게 봐서 결정과정의 행정절차의 문제, 인상의 근거가 되는 원가 및 수입금 조사의 타당성 문제, 인상 이전 버스업체의 회계투명성 문제 등의 범주에서 살펴볼 수 있다.

행정절차의 부당성

● 교통위원회, 단 한차례의 회의로 심의를 끝내다.

무엇이 그리 급했는지 교통위원회는 지난 8월 19일 단 한차례의 회의로 요금인상안 심의를 끝내고 말았다. 시민 생활에 큰 영향을 미치는 사안을 예년과 달리 이토록 급작스럽게 결정한 이유를 납득하기 어렵다. 뿐만아니라 상당한 분량의 원가, 수입금 용역보고서를 심의일 2~3일 전에 위원들에게 제출되어 위원들은 이를 충분이 읽고 검토할 기회도 갖지 못했다. 회의에서도 마찬가지로 용역보고서에 대한 검토, 분석도 없이 시에서 제출한 인상안에 대한 단순투표로 강행처리하고 말았다. 시민단체 위원으로 참가한 회계사의 보고서의 문제점에 대한 문제제기가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 요금인상을 심의하는 자리에 버스회사, 노조가 왜 참여하나

요금인상은 업체에서 요구를 하고, 용역조사를 거친 후, 교통위원회에서 심의하여 물가위원회에서 결정한다. 그런데 몇 명 안되는 교통위원회에는 인상을 요구하는 업체와 노조의 대표자가 참가하여 결정한다. 이는 처음부터 결과가 왜곡될 수밖에 없는 구조인 것이다. 일반적 교통정책이라면 몰라도 요금인상을 결정하는 회의에 당사자가 참가해서 투표하는 것은 부당한 일이다.

● 물가위원회, 타당한 문제제기 무시

교통위원회 심의 결과를 지켜본 시민단체들이 원가, 수입금 용역보고서를 분석해 본 결과 여러 가지 문제점이 발견되었다. 이렇듯 요금인상의 근거자료에 문제가 있다면 이에 대한 검증부터 하는 것이 순서이다. 물가위원회는 문제제기 관계자를 불러 얘기를 들었고, 상당 부분 일리가 있는 주장이었음에도 불구하고, 검증의 필요성은 무시되고 말았다. 결국 문제제기를 했던 시민단체 위원이 이러한 방식의 의사결정에는 참가할 수 없다며 자리를 박차고나오는 사태가 벌어졌고 나머지 위원들은 투표를 강행, 시에서 제출안 원안을 결정하고 말았다.    

원가, 수입금보고서의 문제점

현재 버스업체들은 운송원가는 갈수록 늘고, 수입금은 갈수록 줄어 적자상태를 면치 못하고 있으며, 요금인상이나 보조금을 증액하지 않으면 운행을 중단할 수밖에 없는 상태라고 주장한다. 때문에 이러한 주장의 사실여부, 또 적자규모가 어느 정도인가를 밝히는 문제야 말로 요금문제를 둘러싼 논의의 핵심이다. 그러나 원가가 부풀려져 있고, 수입금이 축소되어 있다면 요금인상은 원천적으로 근거가 없는 것이다.

● 방학 때가 성수기인가, 성수기가 비수기보다 요금수입이 적은 경우는 어떻게?

일반적으로 버스요금 수입은 성수기가 비수기에 비해 최소 20%에서 최대 40%까지 차이가 있는 것으로 본다. 이번의 용역보고서는 비수기를 11월말부터 12월초로 정하여 조사하였고, 나머지 기간을 성수기로 적용하고 있다. 그런데 버스를 많이 이용하는 대학생 등이 수업을 종강하거나 방학에 접어드는 시기가 어떻게 성수기가 될 수 있는가? 성수기의 요금수입을 적게 잡고 거기에다 성수기를 75%로 적용하게 되면 전체 수입금이 엄청나게 축소되고, 적자규모가 커지는 것이다. 이를 요금인상에 감안하면 적어도 50원 이상의 인하요인이 발생하는 것이다. 그러나 이번 요금인상은 이를 무시하고 결정되었다. 그 뿐인가? 보고서를 살펴보면 성수기의 수입금이 비수기와 비슷하거나 오히려 적은 경우도 많이 발견되고 있다. 도대체 믿을 수가 없는 것이다.

● 가동률 95%, 믿을 수 없다.

원가가 수입보다 많아서 적자라면, 버스는 운행할수록 적자가 커지는 것이다. 버스를 직접 운행하는 현장 기사들의 주장과 자료에 따르면 현실적으로 가동되는 차량대수는 80%이하라고 한다. 그렇다면 가동율을 95%로 산정할 경우 원가가 그만큼 과다계상 되어 적자가 늘어나는 것이다. 운행할수록 적자라 하면서 이렇게까지 성실하게 운행하는 회사가 어디 있겠는가. 뿐만아니라 이렇게 성실하게 운행하는데 왜 배차시간은 갈수록 제대로 지켜지지 않고 있는가. 버스타는 시민들은 도저히 납득할 수 없는 일이다.

● 원가에 이윤이 포함, 보조금 미지급시의 인상율

회계방법상 이윤을 포함하여 원가를 책정하고 있다. 그만큼 원가가 늘어나는 것이다. 그렇다면 인상안 검토시에는 이를 차감하여야 하는 것이다. 또한 현재의 인상율은 올해 버스업체에 지원하는 보조금 196억원을 뺀 상태에서 업체의 손실을 전액 보전하는 방식으로 결정되었다. 그렇다면 이윤을 차감하고, 보조금을 차입하여 인상율을 인하하거나 보조금을 삭감하거나 해야하는 것이다.

● 100대 회사보다 40대 회사의 수입금이 더 많다?

보고서를 살펴보면 어처구니없는 부분이 많이 발견된다. 먼저, 차량을 100대 이상 보유한 업체의 운송수입금이 40대 보유한 회사보다 적게 나타난 경우다. 평균 95%를 가동한다면서 이러한 결과라니 상식적으로 이해할 수 없다. 또한 몇몇 노선의 경우 실제 수입금이 10여만원 이상 적게 기재된 경우도 있다. 실수로 기재를 잘못했다, 그래도 전체수입금은 변함이 없다고 주장한다. 어떻게 믿을 수 있는가.

● 공동배차제에서 차량 대당수입이 이렇게 다를 수 있나?

공동배차제는 여러 회사들이 일정한 기간으로 노선을 옮겨가면서 전노선을 골고루 운행하는 체제이다. 이런 방식하에서는 회사별 차량대당수입은 비슷하게 나와야 타당하고, 단지 보유대수에 따라 총수입에 차이가 발생해야 하는 것이다. 그런데 보고서에서는 회사별 대당운송수입이 지나치게 차이가 많은 것으로 나타나 있다. 쉽게 이해할 수 없는 부분이다.

버스업체 회계투명성 문제

● 회계감사 한번 안 받은 업체 보고자료, 믿을 수 있나

현재의 용역보고서는 대부분 업체에서 제출한 원가, 수입금 자료에 의존하고 있다. 그러나 외부로부터 회계감사한번 제대로 받지 않은 업체의 보고자료를 과연 믿을 수 있는가. 이것이 모든 시민들이 근본적으로 제기하는 의혹이다. 수입금이 제대로 기재되고 있는지, 기사들이 그날 운행한 수입금 얼마인지 확인하여 사인하도록 하고 있지만 제대로 하는 경우는 거의 없다. 사장과 경리가 작당해서 수입금을 허위 기재할 경우 어쩔수가 없는 것이다.

● 회사는 적자, 사장은 흑자? 광남자동차는 흑자라는데…

업체의 주장대로라면 과연 이런 구조에서 버스회사를 운영할 업주가 몇 되겠는가. 회사를 살 사람도 없고해서 울며겨자먹기식으로 운행한다고? 시보조금이 그나마 손실을 보전해 주기 때문에? 손실이 보전된다해도 이익이 없는 회사를 왜 운영할까. 그러나 한편에서는 버스회사들은 결코 적자가 아니라는 주장이 상당한 설득력을 얻고 있다. 노동자 주식회사인 광남자동차는 흑자를 기록하고 있고, 대당 수입이 타사에 비해 2만원가량 많다고 한다. 이는 요금 삥땅이 없고 성실히 운행하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물론 광남은 타사에 비해 임금을 적게 받고 있기는 하다. 그러나 그것이 타사의 적자를 합리화해 줄 정도는 결코 아니다. 그리고 또 다른 주장에 따르면 회사는 적자라면서 사장은 여기저기 투자하고 있고, 재산이 늘었다고도 한다. 적자라고 보조금 받고, 요금인상을 요구할 정도면 자기재산을 공개해 볼 필요가 있지 않은가.  

● 짜고치는 고스톱, 버스노조도 문제다.

‘짜고치는 고스톱’이라는 표현은 이제 버스문제에 대한 시민들의 보편적 이미지가 되어 버렸다. 실제로 버스파업을 전후로 운송조합과 노조대표들이 거액의 자금을 수수했다, 어떤 업체 사장은 노조지부장에게 회사돈으로 차를 사 줬다, 버스기사가 되려면 노조지부장에게 돈 좀 써야한다, 일부 기사들이 요금을 삥땅친다, 이러한 세간의 의혹들은 언론의 보도와 검찰의 수사에 의해 이제 사실로 입증되었다. 이런 식으로 경영을 조작하고, 짜고 파업하고, 갖가지 부정을 일삼으면서 적자타령인가, 시민들에게 모든 결과는 전가하는가. 그냥 둘 수 없는 문제이다.  

운동의 방향과 내용

이렇듯 많은 문제점을 안고 있고, 그 점에 대한 재검증, 조사의 필요성이 증대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대구시는 단지 요금인상만을 강행하려고 하고 있다. 따라서 우리는 이런 문제들이 해소되지 않는 상태에서의 요금인상은 절대 용납할 수 없다는 점을 분명히 하며 아래와 같이 주장한다. 또 이러한 주장이 수용되지 않을 경우 각종의 방법으로 불복종운동을 전개하고자 한다.

요금인상 타당성 검증 및 인상안 재검토

● 원가, 수입금 타당성 검증위원회 구성

위에 열거한 원가, 수입금 보고서의 문제점을 객관적으로 검증해야 한다. 이를 위해 시, 시의회, 시민단체, 버스조합이 검즈위원회를 구성하여 재검증해야 한다. 이 과정에는 시와 시민단체가 추천하는 회계사가 함께 참여하여 용역보고서의 문제점을 비롯, 보고서 작성의 근거자료가 되는 버스업체의 재무제표 등 회계자료를 확인해야 할 것이다.

● 요금인상안 재검토

이러한 검증 연후에 요금인상의 여부와 적정인상율을 재검토해야 한다. 검증결과 제시된 의견을 반영하여 교통위원회, 물가위원회를 심의, 결정과정을 다시 밟아야 하는 것이다.

시민감사청구 등 불복종 운동

● 시민감사청구 등 행정적 대응

이러한 우리의 주장이 수용되지 않고 요금인상을 강행할 경우 원가, 수입금 조사의 부당성, 요금인상 결정과정의 부당성에 대한 시민감사청구운동을 전개할 것이다. 다수 시민의 연서를 받아 건설교통부에 감사를 청구하는 것이다.

● 손해배상청구소송 등 법적 대응

감사청구의 결과, 요금인상의 부당성이 확인된다면 그로 인해 입은 시민들의 손해에 대해 시민들이 직접 배상을 요구하는 손해배상청구공익소송을 전개할 수 있을 것이다.

버스업체 회계감사실시

버스업체의 회계투명성을 검증하는 것은 버스요금 뿐만아니라 내년말 시행될 준공영제 등이 제대로 시행되기 위해서도 선행적으로 해결해야할 문제이다. 대구시의 보조금이나 준공영제도 손실을 보전하는 것이 업체의 배만 불리는 결과가 되어서는 안되기 때문이다. 이를 위해서는 몇몇 업체를 추출하여 시민단체가 추천하는 회계법인에 외부감사를 의뢰하는 방식이어야 객관성을 획득할 수 있다. 대구시는 이를 즉각 수용해야 한다.

글_강금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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