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생가능 에너지에서 대안을 찾자!

전세계에는 440개의 원자력발전소가 있다. 그동안 이들 발전소에서 쏟아져나온 핵폐기물의 양도 엄청나다. 지금까지 쌓인 강한 방사능을 내뿜는 고준위 핵폐기물의 양은 255000톤에 달한다. 고준위 핵폐기물은 매우 위험하기 때문에, 오랫동안 사람과 동식물이 사는 생태계와 접촉하지 않게 격리해야 한다. 나라마다 기준이 다르지만 대략 수만년에서 100만년까지 안전하게 격리해야 하는 것으로 여겨진다.

고준위 핵폐기물이 방사능 덩어리라면 저준위 핵폐기물은 방사능이 약간 스치고 지나간 것이다. 원자력발전소에서는 정기점검을 하거나 수리를 할 때 또는 일상적인 가동 중에 방사능이 묻은 휴지, 작업복, 걸레 따위가 배출된다. 이것들은 방사능이 약하지만 그래도 인체와 접촉하면 해를 끼친다. 그리고 생태계에 퍼지면 커다란 피해를 줄 수 있기 때문에, 최소한 수백년은 안전하게 격리되어야 한다. 중저준위 핵폐기물은 가능한 한 압축해서 부피를 줄인다. 이렇게 부피를 줄인 다음에 드럼통에 넣어서 우선 지상의 창고에 보관한다. 그 다음에 한곳에 모아서 영구처분을 해야 하는데, 처분이 간단하게 이루어지는 것은 아니다.

핵폐기물은 위험하기 때문에 지상에 마냥 쌓아둘 수는 없다. 어떤 방법을 동원해서든 가능한 한 안전하게 처분해야만 우리가 그럭저럭 안심하고 지낼 수 있다. 쌓아만 놓았을 경우 시간이 흐를수록 대형 사고의 가능성도 점점 더 높아진다. 지금까지 핵폐기물로 인한 사고는 여러차례 발생했다. 가장 비극적인 사고는 옛소련에서 일어난 것이다. 이 사고는 1957년 9월 우랄 산맥 근처 첼랴빈스크 핵폐기물 처리공장의 폭발로 일어났고, 이로 인해 그 주변의 강과 23000제곱킬로미터에 달하는 대지가 방사능으로 오염되었다.

옛소련 정부가 정보를 제대로 공개하지 않았기 때문에 피해상황이 제대로 밝혀지지 않았지만, 방사능 피해는 아직까지 계속되고 있다. 그 당시는 물론이고 사고 후 30년이 지난 다음에 강에서 물장난을 하며 놀았던 아이들은 어른이 된 지금도 방사능 병으로 심한 고통을 겪고 있다. 이 지역 사람들의 평균수명은 40으로 줄어들었다. 70 넘게 사는 사람은 아주 드물다.

핵폐기물을 완벽하게 처분하는 일은 매우 어렵다. 수백, 수천년의 시간 동안 안전해야 하기 때문이다. 완벽해서 안전하게 처분할 수 있다고 확신하는 원자력 기술자라도 100년 후의 일을 예측할 수는 없다. 핵폐기물을 완벽하게 처분할 수 있는 방법은 핵폐기물이 나오지 않게 하는 것이다. 이는 원자력발전을 포기함으로써 이루어질 수 있다. 물론 원자력발전을 포기한다고 해서 반드시 현재 돌아가는 발전소를 한꺼번에 당장 모두 폐쇄하는 것은 아니다. 더 이상 건설하지 않고, 가동중인 발전소는 점진적으로 폐쇄하는 것이다. 스웨덴에서는 가동수명이 끝나는대로 폐쇄하기로 했고, 독일에서는 총 30년 가량의 가동기간을 정해놓고 이 기간이 차면 폐쇄하는 것으로 했다. 이에 따르면 독일의 경우 2020년이면 원자력발전소가 완전히 사라진다. 독일에서 원자력발전 포기 이유로 드는 가장 큰 이유는 핵폐기물 처분의 어려움과 대형사고의 위험이다. 언제 일어날지도 모르는 대형사고를 막고 핵폐기물의 양을 가능한 한 적게 하기 위해서 원자력발전을 포기하는 것이다.

한국에도 핵폐기물은 아주 많다. 앞으로도 계속 나온다. 사용후 핵연료가 6000톤 가량 되고, 중저준위 핵폐기물은 2008년이면 저장고가 넘치는 곳이 생긴다. 이 점에만 주목하면 처분장이 당장 필요한 것 같이 보인다. 그렇기 때문에 정부에서는 처분장 건설이 아주 시급하다고 말한다. 그러나 지역의 주민들은 종종 격렬하게 반대한다. 많은 사람들은 종종 핵폐기장 반대운동에 대해서 대안도 없이 반대만 하면 어떻게 하느냐고 비난한다. 그런데 이들이야말로 대안에 대한 고민을 조금도 하지 않는 사람들 같다. 이들은 원자력발전소가 있어야만 전기가 끊어지지 않는다는 주장을 철썩같이 믿는다.

그런데 우리가 반드시 알아야 할 사실은, 원자력발전소를 대대적으로 확대하는 것이야말로 핵폐기물 처분을 불가능하게 만든다는 것이다. 지금 한국의 원자력발전소에서 쏟아져나오는 핵폐기물을 제대로 처분한다는 것은 거의 불가능하다. 그렇다면 해결책은 원자력발전을 포기하고 대안을 찾는 것이다. 대안은 있다. 태양에너지, 풍력, 수력, 조력, 바이오매스 같은 재생가능 에너지원을 이용해서 에너지를 만드는 것이다. 세계적 추세는 원자력발전을 확대하는 것이 아니다. 재생가능 에너지를 널리 개발하는 것이 현재 세계가 나아가는 방향이다.

유럽연합은 원자력과 석유로부터의 해방을 위해 많은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대부분의 국가가 원자력발전을 점진적으로 포기하기로 했다. 이렇게 하려면 한편으로는 에너지 소비를 줄이고, 다른 한편으로는 대체물을 찾아야 한다. 독일에서는 2050년에 에너지 소비를 2000년의 50% 정도로 줄이고, 재생가능에너지의 비율을 전체 에너지의 50%로 늘리기로 했다. 독일 같은 유럽국가의 에너지소비와 재생가능에너지 확대를 위한 노력은 1990년대 초부터 시작된 것이다. 10년이 지난 지금 이 노력은 서서히 결실을 맺고 있다. 당시에 비해 에너지소비는 줄어들었고, 재생가능에너지의 비중은 크게 증가했다.

한국의 상황은 정반대이다. 에너지소비는 계속늘어나고 있고, 석유를 대신할 에너지원의 개발은 지지부진하다. 재생가능 에너지로는 필요한 에너지를 얻을 수 없고, 오직 석유와 원자력으로만 에너지 조달이 가능하다는 믿음을 놓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누가 재생가능 에너지를 퍼뜨리고 에너지소비를 줄이는 일을 시작해야 하는가? 시민이 자발적으로 나서지 않으면 안된다. 시민들이 수백만개의 설비를 전국 방방곡곡에 설치해야 한다. 이러한 일은 중앙의 정부는 할 수 없다. 시민들이 자발적으로 지붕이나 바람 잘 부는 곳에 설치해야만 하는 것이다. 에너지전환에서 가장 앞서가는 독일에서도 시작은 원자력과 화석연료에서 벗어나려는 시민들의 몫이었다. 이들은 자기 돈을 들여서 햇빛발전기와 태양열설비를 설치하고, 주위 사람들을 감염시키기 시작했다. 그리고 이들이 지방정부를 움직이고, 결국에는 중앙정부까지 움직여서 원자력을 포기하게 하고 재생가능에너지로의 방향전환을 이룩했던 것이다.

원자력에서 벗어나 재생가능에너지로 전환하는 것은 시민들의 자발적인 운동에서 시작되어야 한다. 이 운동에 많은 시민이 참여하면 중앙정부도 방향을 바꿀 수밖에 없다. 원자력을 고집하는 정책을 재생가능에너지 중심의 정책으로 바꾸게 되는 것이다. 지금 풀뿌리 시민단체인 에너지대안센터에서 이 운동을 벌이고 있다. 부안에서도 세 개의 시민발전소를 건설하고 시민발전 운동을 전개하고 있다. 원자력과 석유위기와 기후변화를 극복하리라는 희망은 이러한 운동에 더 많은 시민이 참여하는 바로 그곳에서 싹트는 것이다.

 

댓글 달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