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논평] 대구지방법원의 의무휴업조례 판결에 대한 논평

법2

오늘 대구지방법원은 롯데마트 등 대형유통업체들이 대구지역 구군과 포항, 구미, 안동 등 대구경북지역의 13개 지방자치단체들을 상대로 제기한 의무휴업 처분취소 소송에 대해 한꺼번에 선고를 진행했다.

법원은 아래와 같은 이유를 들어 의무휴업을 규정한 조례가 위법하다고 판단하였다.

첫째, 의무휴업을 규정한 조례가 상위법인 유통산업발전법이 단체장에게 부여한 재량권을 박탈하도록 제정되어 조례 자체가 위법하고, 이 조례에 근거한 영업시간제한 및 의무휴업일 지정 처분도 위법하다는 것,

둘째, 단체장이 의뮤휴업 처분에 앞서 대형마트 등에 대한 사전통지와 의견제출 기회를 부여하지 않는 등 행정절차법을 위반하였으므로 처분 자체가 위법하다는 것,

셋째, 단체장이 대형마트들에 대해 지역별, 점포별로 구체적 사정을 검토하지 않고 일률적인 처분을 하여 대형마트들이 받게 되는 불이익과 처분으로 인한 공익의 양을 비교 검토해 보지 않았으므로 위법하다는 것이다.

더 불어, 피소된 지방자치단체들이 조례의 절차나 내용상의 문제에도 불구하고 그 효력을 유지시킬 수 있는 사정판결을 요청하였지만, 법원은 이에 대해서도 위법한 처분을 유지하는 것 자체가 공공복리에 반하는 것이고, 조례개정 후에 적법한 절차와 이익의 경중을 따지는 과정을 거쳐 다시 행정처분을 할 수 있다는 이유를 들어 거부했다.

이러한 법원의 판결은 이미 다른 지역의 법원판결 사례와 견주어 어느 정도 예견된 것이기는 하다. 하지만 우리는 이러한 대구지방법원의 판결에 아쉬움과 유감을 표하지 않을 수 없다.

첫 번째, 두 번째 이유는 논리적, 절차적 문제로 소송과 함께 제기한 집행정지 가처분신청에서도 확인된 내용이다. 피소된 지방자치단체들이 이러한 법원의 판단을 존중하여 이미 조례를 개정하는 절차를 진행하고 있다.
그러나, 대형마트의 사적인 불이익과 처분으로 인한 공익의 양을 비교해야 한다는 세 번째 지적에는 쉽게 동의되지 않는 측면이 있다. 그 이익의 양을 누구의 관점에서 어떻게 저울질하느냐는 쉬운 문제가 아닌 것이다.
한 국사회에서 대형마트들이 진출함에 따라, 소규모 자영업과 골목상권이 붕괴되어온 10여년의 역사적인 과정에서부터 시작하여 여러 가지 사회적인 요소들을 함께 고려해야 되는 복잡한 문제이다. 현재의 특정한 한 시점에서만 관찰하여 어느 한쪽에서 손실이 발생한다고 판단할 수 있는 단순한 문제는 아니라는 것이다.
그 간 대형마트의 무분별한 진출로 인해 소리 없이 사라져간 영세 자영업자들의 손실은 누가 저울질할 것인지 묻고 싶다. 소비의 총량이 일정하게 한정된 시장이라는 공간에서 의무휴업으로 인해서 대형마트들의 손실이 발생한다면 그것은 그동안에는 잘 보이지 않았던 중소상인들과 소규모자영업의 손실이 다시 원래자리로 돌아온 것일 수도 있다는 것이다. 도리어, 의무휴업으로 인한 대형마트들의 매출감소는 그간의 보이지 않았던 손실들과 비교하기도 힘든 작은 것일지도 모를 일이다. 이는 아직은 우리사회에서 현재 진행형인 민주주의의 방향에 대한 토론의 영역에 있는 것이다.
이러한 이유로, 법원의 이번 판결논리는 새로 개정되는 조례에도 또 다른 소송의 빌미를 제공하는 명분으로 활용될까 더 염려스럽다.

예견된 아쉬움은 뒤로하고, 이제는 대구지역 각 구군의 조례개정이 마무리된 이후를 염려한다. 개정된 조례에 대한 대형유통업체들의 무력화 노력은 끊임없이 진행될 것이다.
이들은 개정조례에 대해 다시 소송을 제기하겠다고 공공연하게 말하고 있다. 애초부터 의무휴업이라는 취지에 동의할 생각이 없었던 것이다. 지방자치단체로 분산된 소모적 공방을 넘어서야 한다. 국회입법이 중요한 이유다.

현재 국회에는 대형마트 규제, 중소상공인 보호를 위한 관련 법률의 개정안이 30여개나 발의되어 있다.
만신창이가 된 의무휴업 제도를 법률개정을 통해 제대로 실행하고, 공정한 경쟁과 상생의 제도를 마련하는 것이 지금 국회에 주어진 과제이다.

국회의 조속한 마무리를 촉구한다.

2012년 10월 5일

대형마트․중소상인 상생 대구연석회의

[대구광역시상인연합회, 대구경북먹거리연대, 대구경북녹색연합, 대구녹색소비자연대, 대구참여연대, 대구YMCA, 대구YWCA, 지방분권운동대구경북본부, 참언론대구시민연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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