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논평] 홍준표 당선자의 시정철학과 정책과제, 수정 필요  

홍준표 당선자의 시장직인수위원회(이하 인수위)가 최근 3일간 발표한 시정과제를 종합적으로 살펴본 결과 유의미한 내용들도 있지만 예상한 대로 많은 부분에서 문제가 있다. 발표 내용 중 문제점을 지적하며 앞으로 구체화, 실행할 때 시민사회의 의견을 더 폭넓게 경청하여 변경, 보완하기를 바란다.

1. 먼저 시정철학의 문제다.

‘돈만 들고 오면 모든 행정 절차는 대구시가 처리한다’는 것이 당선인의 철학이고 이를 반영하여 ‘기업에는 자유를, 시민에게는 기회를 통한 활력’을 제공하기 위해 경제부시장 직속으로 ‘원스톱기업투자센터’를 설치하고, 규제를 혁파하겠다, 특히 AI·빅데이터·블록체인 산업은 아예 규제자유특구를 지정하겠다고 한다. 영리 행위의 자유를 극단까지 보장하겠다는 것이다.

그러나 이미 경제자유구역이 있고, 기업 유치를 위해 온갖 특혜를 제공해 왔다. 그러나 대구시에 얼마나 일자리가 늘었으며, 시민의 소득, 삶의 질은 얼마나 향상되었는가. 시민 혈세를 쏟아부은 이런 정책들이야말로 투자 대비 성과는 적은 반면 생태 파괴, 사회 양극화를 초래하였다. 그럼에도 홍 당선자는 이미 실패한 시장 중심, 성장 일변도의 정책을 더 극단적으로 추진하겠다는 것이다. 성장의 열매를 독차지할 대기업들은 쌍수를 들어 환영하겠지만 대구 사회의 문제는 더욱 심각해질 것이다.

물론 정부와 공무원들이 기업, 시민들에게 갑질하는 수단이나 될 뿐인 불필요한 규제나 행정절차, 해석하기 나름인 법규를 공무원 자신의 정당화를 위해 적용하는 등의 관료주의, 권위주의 요소들은 당연히 폐지하거나 간소화되어야 한다. 그러나 자본의 이윤추구를 끝없이 보장하는 방향으로 가는 것은 안 될 일이다.

이미 선진 국가와 선진 기업들의 정책은 CSR(기업의 사회적 책임), ESG(환경,사회,거버넌스)를 확대하는 방향으로 전개되고 있다. 그러나 홍 당선자의 정책에는 대기업 위주의 성장정책만 있을 뿐 이들이 사회적 책임을 어떻게 지게 할 것인지, 성장의 결과를 어떻게 나누어 양극화를 해소할 것인지에 대한 고민은 찾아보기 어렵다. 정말 낡고 불필요한 규제는 줄여야 하지만 사회 양극화와 생태 위기를 극복하기 위한 정책 방향을 잡고 이를 위해 자본을 규제하여 사회적 책임을 지게 해야 할 것이다.

2. 정책내용 또한 이러한 시정철학이 반영된 것이어서 우려가 크다.

대부분은 통합신공항 건설, 공항산단 조성, 금호강 르네상스, 5대 미래산업 집중 육성, 시청·도청 후적지 개발 등 토목개발 사업과 이를 원활하게 추진하기 위한 대구시 조직 및 산하 기관 구조조정에 중점을 두고 있다.

홍 당선자의 산업정책에는 지역경제의 99%를 차지하는 중소기업, 전통시장, 골목상권, 사회적경제에 대한 고민을 찾아보기 어렵고, 오히려 이를 위축시키는 정책들이 많다. 당장 대형마트 휴일 휴업 폐지는 전통시장과 골목상권의 생존을 위협하고, 이제 자리를 잡아가고 있는 사회적기업, 마을기업 등 사회적경제는 크게 위축될 것이다.

대구의 강과 산을 개발하겠다는 정책도 우려된다. 금호강 르네상스로 파크골프장 117홀 건설, 수중보 건설,  신규 교량 건설 등이 진행되면 금호강의 생태계를 크게 위협할 것이며. 팔공산과 비슬산의 보존을 위해 이미 백지화된 케이블카 사업을 다시 하겠다는 것 역시 마찬가지다. 맑은물 하이웨이 사업으로 안동댐 물을 끌어오는 것도 안동댐은 이미 오염되어 있다는 점에서 혈세를 낭비하는 토목사업이자 낙동강 수질개선을 방치하여 오염을 더욱 심화시키게 될 것이다.

갈수록 중요성이 높아지고 있는 비정규직 노동차별 문제, 돌봄과 보육, 보건의료와 사회복지에 대한 정책과제가 거의 제시되지 않고 있는 것은 더 큰 문제다. 물론 어르신 대중교통 무료화, 산모 지원, 서민 자녀교육 지원 등 몇 가지 유의미한 것도 있다. 그러나 산업구조와 노동환경의 변화에 따른 비정규직 노동 등에 대한 노동권 신장은 아예 찾아볼 수조차 없고, 더욱 확대하고 촘촘하게 설계되어야 할 돌봄과 복지 정책도 후퇴하고 있으며, 특히 코로나19 이후 더욱 절박한 과제인 제2 대구의료원 설립은 기한도 없이 재검토만 반복하고 있다. 서민과 사회적 약자 등 대다수 대구시민의 삶의 문제가 홍 당선자의 안중에는 없는 것인가.

3. 시정혁신 및 공공기관 혁신과제로 제시된 정책들도 같은 맥락에서 다루어지고 있다.

물론 공공기관장 연봉 상한제 등은 의미 있지만 어떻게 구체화 되는가에 따라 염려되는 정책들이 상당히 많다. 무엇보다 돌봄, 공공의료, 사회적경제, 주민참여와 거버넌스 등 새롭게 부각된 지역사회 문제들을 해결하기 위한 정책, 이를 위해 시민이 시정에 참여하는 최소한의 장치들이 축소, 폐기될 우려가 있다.

각종 위원회의 정비는 정말 형식만 있는 위원회, 기능이 중복된 위원회 등은 정비할 필요는 있다. 그러나 위원회 정비는 특정 인사의 다수 위원회 참여를 방지하고, 투명성과 민주성을 높이기 위해 권영진 시장 때 이미 정비된 바 있으며 신설된 위원회는 지역사회의 새로운 과제들을 추진하기 위한 것들도 상당수 있다. 홍 당선자가 자신이 중시하는 성장, 개발 분야만 남겨 놓고 시민이 요청하는 새로운 정책을 추진하기 위해 만들어진 위원회들까지 축소, 폐지하면 안 될 것이다.

18개의 공사·공단, 출자·출연기관을 10개로 개편하겠다고 하는 데 짧은 시간에 수많은 기관과 수행하는 정책들을 얼마나 다각도로 깊이 검토했는지 의문이다. 통폐합 개편을 통해 효율성과 통합성을 높일 필요가 있는 기관들도 있지만 그 자체로 전문성과 공공성, 사업 대상 확대와 질적 수준 향상을 기해야 할 기관들도 있을 것이다. 또한 시민사회에서 오랫동안 제기해 왔던 과제들도 포함되어야 하는데 교통공사의 경우 도시철도와 시내버스를 통합하는 대중교통공사를 우선으로 검토하고, 한국패션연구원 등 섬유전문생산기술연구소들은 통합하여 시 출연 연구소를 설립하는 것도 검토해야 한다.

따라서 지금 필요한 것은 ‘몇 개를 통합하여 몇 개로 줄이겠다’며 도표를 보여주는 것이 아니라 신중하게 검토하여 대안을 마련하기 위한 ‘공공기관 혁신 거버넌스 기구’를 구성하는 것이 먼저다. 시장이 일방적으로 추진하는 혁신이 아니라 당사자 집단과 시민사회가 참여하는 민주적 과정을 통해 깊이 있고 세심하게 검토하여 필요한 부분은 더 강화하고, 아닌 부분은 과감한 재편을 추진해야 할 것이다.

4. 모든 정책의 방향과 과제의 중심은 ‘시민’이어야 한다.

시민의 삶에 위협이 되는 문제를 해결하고, 시민의 삶의 질을 높이고, 공무원이 시민을 위해 일하도록 혁신하고, 세금이 시민복지를 위해 제대로 쓰이도록 해야 한다. 홍준표 당선자는 이러한 대원칙하에, 이미 발표된 정책이라 할지라도, 시민들의 의견을 더 많이 경청하여 필요에 따라 강화, 수정, 보완, 폐기를 신중하게 검토해야 할 것이다. 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