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논평] ‘취업 후 상환 학자금 대출제도’ 도입에 대한 전국등록금네트워크 논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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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업 후 상환 학자금 대출제도’ 도입은 긍정적!

– 그동안 학생, 학부모, 교수, 시민단체들이 한목소리로 촉구해온 ‘등록금 후불제’에 근접한 것으로 평가 가능
– 하지만, 이미 천정부지로 올랐고 또 매년 대폭 오르고 있는 초고액 등록금 문제에 대한 합리적 규제가 반드시 동반돼야(등록금 상한제도 동시에 도입해야)
– 또 저소득층 대학생에 대한 지원이 축소된 것은 납득하기 어려워

1. 오늘(30일) 교과부는 ‘취업 후 상환 학자금 대출제도’를 도입하겠다고 밝혔다. 정부가 도입 의지를 밝힌 ‘취업 후 상환 학자금 대출제도’는 대학 재학 중에서는 정부가 대출을 통해 대납을 해주고, 졸업 후 일정 수준의 소득이 발생한 시점부터 원리금을 분할하여 상환하는 제도이다. 기존의 학자금 대출과 비교해본다면 매우 진전된 제도라고 할 수 있다. 이 제도가 도입된다면, 대학생들이 졸업도 하기 전에 금융채무 불이행자라는 불명예를 쓰는 일도, 등록금 부담 때문에 학업을 중단해야하는 일도 대폭 줄어들 것으로 보인다. 이에 등록금넷은 ‘취업 후 상환 학자금 대출제도’ 도입은 일단 환영한다. 하지만 오늘 발표한 방식대로만 시행된다면 ‘빈 수레가 요란하다’는 비판에서 자유로울 수 없을 것이다. 진정으로 등록금 문제를 해결할 의지가 있다면, 현행 제도를 빠르게 수정 보완해야할 것이다.

2. 그동안 등록금넷은 이와 유사한 ‘등록금 후불제’ 도입에 대해 논의할 것에 대해 적극적으로 요구해왔다. 하지만 정부는 ‘재정 부담’을 이유로 여기에 대해 묵묵부답으로 일관했다. 그랬던 정부의 급작스러운 발표는 ‘중도 실용’을 강조하며 ‘민생 행보’를 걷고 있는 이명박 대통령의 발걸음에 서둘러 맞춘 것으로 보인다. 그런 측면에서 ‘반값 등록금’처럼 정치 선전물로만 제시되는 것이 아니냐, ‘반값 등록금’ 공약 무마용이 아니냐는 우려들도 함께 제기되고 있다. 정부가 이러한 의문을 불식시키고자한다면 학생, 학부모, 시민사회단체의 의견을 적극적으로 수용해서 ‘취업 후 상환 학자금 대출제도’를 더욱 실효성 있게 수정 보완 해야할 것이다. 정부의 ‘취업 후 상환 학자금 대출제도’와 영국,호주 등의 ‘소득연계형 등록금 후불제도’는 분명히 다르다. 소득연계 학자금 대출은 대학을 졸업한 후 일정수준 이상 소득이 발생하였을 때부터 그 초과부분중 일정비율(예 : 영국 연소득 3,000만원 초과시 초과된 부분의 9%, 즉 4,000만원 소득의 경우 90만원)씩을 원금과 이자의 상환 완료시까지 변제하는 제도이다. 정부발표에서는 영국, 호주 등의 경우도 정부가 도입하려는 소득연계형 학자금대출제도를 운영하는 것처럼 하고 있으나 이들 나라의 제도는 학자금대출이 아니라 소득연계형 졸업세(세금) 제도이어서 졸업 후 고소득을 올리는 경우 원리금 상환액 보다 더 많은 변제를 할 수도 있는 제도이다. 졸업후 일정 소득을 올리지 못해 원리금을 갚지 못하는 졸업생으로 인하여 발생하는 손실을 이러한 고소득 졸업생을 통하여 어느 정도 충당하게 되므로 재정적자를 줄이거나 발생하지 않게 할 수 있는 것이다. 따라서, 정부의 발표와 영국, 호주 등의 제도는 상당한 차이가 있는 제도이다.

3. 이렇게 차이점이 명확한 상황에서 ‘재정 부담을 운운했던 정부’는 오히려 영국, 호주 등의 선례국가에 비하여 재정부담이 많이 소요되는 방식을 도입하려고 하고 있다. 변제를 시작하는 일정수준의 소득기준이나 대출이자 등을 정하지 않고 다분히 급하게 제도를 내놓고 있어 구체적으로 얼마의 재정부담이 소요될지 정확한 예측이 어려우나 이후 재정부담을 이유로 i) 기준소득을 지나치게 낮게 책정하거나 ii) 대출이자를 높이거나 iii) 대상계층을 줄이는 등의 조치가 따르지 않을까 우려된다. 따라서 청년실업, 비정규직화 등으로 졸업 후 변제를 시작하지 못하는 계층이 늘어날 경우 재정부담이 악화될 수 있으므로 세금방식으로 고소득자들이 원리금 상환 이외에 좀 더 재원을 염출하도록 하는 제도의 도입을 검토해야할 것이다. 이는 제도의 안정적 정착에 큰 기여를 할 것이다.

4. 즉, 우선적으로는 제도 도입 시에 시행령에서 변제의 기준이 되는 발생 소득의 금액을 대폭 내려서 악용되지 않도록 해야 할 것이다. 소득기준이 정부발표문에서 예시하고 있는 것처럼 4인 가족 최저생계비 1,596만원 과 같이 낮을 경우 졸업 후 고소득의 직장을 얻지 못한 대부분의 대학졸업생에게는 큰 부담이 될 것이다. 기본 생활비 이외에 결혼자금, 주택구입 등 미래를 준비하기 위해 기본적인 저축이 필요한 상태에서 청년들은 남은 미래를 ‘학자금 상환’에 허덕거리는 현상이 발생할 수 있다. 정부의 최저생계비 책정은 현실 생활을 감안했다기보다 국민기초생활보장법상이 수급대상자에 대한 급여충당비용 등 재정능력을 중심에 두고 책정하기 때문에 매우 낮은 편이다. 그래서 법원의 회생절차에서도 정기소득 중 변제에 충당해야 할 소득의 기준이 되는 기준소득은 최저생계비의 150%를 초과하는 금원으로 정하고 있다. 따라서 ‘학자금 상환’에 또다시 청년들의 미래가 저당잡히지 않도록 하기 위해서는 기준 소득을 적정 수준으로 잡아야할 것이다. 대출이자 또한 더욱 줄여야할 것이다. 현행 제도는 기초생활수급자와 1~3분위 계층에 대한 무상지원 규모가 줄어들 뿐만 아니라, 4-5분위의 경우 상환 도래 시 대출액과 거치 기간 중 이자 합산액에 대해 원리금을 상환하고, 6-7분위는 거치기간에도 이자를 납부하도록 하고 있다. 역시 이자율을 억제하지 않는다면 여전히 학생과 청년세대들은 학자금 부담에서 자유로울 수 없게 되는 것이다.

5. 더 나아가 고액 등록금 문제 해결과 함께 제도 도입이 될 수 있도록 해야 할 것이다. 현재 등록금 문제의 핵심은 ‘등록금액이 지나치게 높다’는 것이다. 따라서 ‘등록금 상한제’와 ‘등록금 책정을 위한 사회적 합의기구’가 병행되지 않는다면, 힘겹게 도입한 이 제도의 실효성은 큰 문제가 발생하게 될 것이다. 졸업장이 청년실업자라는 간판이 되는 현 시점에서는 더욱 그러하다. 원금에 해당하는 등록금이 억제되지 않는다면, ‘취업 후 상환 학자금 대출제도’는 현재의 고통(초고액 등록금액)을 미래로 유예시키는 것에 불과할 것이다. 대학 당국의 비효율적이고 투명하지 않은 예산 편성 또한 등록금 문제가 발생하는 중요한 요인이다. 이러한 현실을 바꾸지 않고, 정부의 예산을 그대로 대학에 지원하는 ‘취업 후 상환 학자금 대출제도’를 도입한다면, 사학 배불리기에 악용될 수 있다. 현재 많은 대학 당국들은 등록금 외 수입예산을 축소하고 지출예산을 부풀리기하는 방식으로 등록금을 과잉으로 걷고 있다. 등록금넷은 이러한 탓에 현행의 등록금액에 최소한 15-20%의 거품이 있으며, 이렇게 남은 예산이 과잉 적립되고 있음을 수십 차례 지적해왔다.

6. 따라서 ‘등록금 상한제’와 함께 ‘적립금의 과도한 적립과 그 적립금을 건물신축과 부동산구입 등에 지나치게 사용하지 못하도록 적립의 한도와 그 용도를 제한하는 사립학교법개정’을 함께 추진하면서 ‘취업 후 상환 학자금 대출제도’를 도입해야할 것이다. 그리고 대학이 정부의 예산 지원을 받게 되는 것이므로, 국회, 정부, 학부모 등의 심의 절차 또한 함께 도입해야할 것이다. 이러한 등록금넷의 요구가 받아들여질 때, ‘취업 후 학자금 상환 대출제도’는 등록금 문제를 해결하는 제도로서의 제대로 된 실효성을 거둘 수 있을 것이다.

7. ‘취업 후 상환 학자금 대출제도’는 대단히 긍정적이나, ‘취업 후 상환 학자금 대출제도’가 ‘돈 없어도 공부할 수 있도록’하는 제도로 제대로 정착하기 위해서 더 많은 수정, 보완이 필요하다. 이에 등록금넷은 이 제도의 제도로 된 도입과 빠른 안착화를 위한 간담회를, 청와대와 교과부에 제안한다. 진정으로 좋은 제도를 만들고 싶다면, 지금 당장 학생-학부모-교수-시민단체들, 등록금넷과 함께 끝장 간담회라도 열어야 하지 않겠는가. 등록금 문제의 제대로 된 해결, 나라의 미래인 대학생과 청년세대에 대한 획기적 지원을 위해 본격적인 수정과 보완을 논의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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