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동성명] 수성구 영세주민 아사사건 성명

아동학대, 인권적 차원에서 접근해야 한다

수성구 영구임대아파트 사건을 계기로

 

지난 1월4일 범물동의 한 영구임대아파트에서 어머니는 사망하고 딸(13세)은 탈진상태로 발견되는 사건이 발생했다. 언론보도에 의하면, 비참한 이번 사건의 최초 신고자는 아사직전에 있었던 어린 딸이었다.

 

이번 사건이 언론에 보도되면서, 행정관청의 요란한 움직임 이면에는 각계각층의 온정의 손길 또한 계속 이어지고 있다고 한다.

 

그러나 우리는 이번 사건의 해결과 재발방지를 위해 철저하게 다시 해부해 봐야 한다고 생각한다. 그리고 그 한 가운데 한 아동의 인권이 어떻게 짓밟혔고, 또 어떻게 상처를 치유해야 할 것인가에 대한 의문을 우리들에게 던져주고 있다. 따라서 대구시와 수성구청은 언론을 의식해 드러난 사실만을 빨리 덮거나 필요한 조치를 취했다는 식으로 서둘러 해결해서는 안된다.

 

이번 사건의 최대 피해자이면서 어머니의 사망을 직접 목격하는 등 정신적 충격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는 한 아동의 인권은 지금 제대로 접근해서 치료하지 못한다면 평생 고통속에 시달릴 수 밖에 없다. 그러나 이번 사건을 보면서, 오랜 시간동안 아동이 학대받아 왔고 또한 어머니가 사망한 후 다시 한번 아동학대 사실을 확인했음에도 불구하고 책임있는 단위에서 일관된 지원체계를 갖고 접근한 흔적은 거의 보이지 않는다.

 

아동복지법 제26조에 의하면, 누구든지 아동학대를 아는 순간 아동보호 전문기관인 아동학대예방센터나 수사기관에 신고하도록 되어 있으며, 특히 교사, 의료인, 아동복지지도원이나 사회복지전담공무원 등은 아동학대를 알게 되는 순간 신고를 의무화하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아동이 학교를 다니지 않아도, 주위에서 알아도 아무도 신고하지 않았으며, 사건 발생이후에도 아동의 치료를 위해서 아동보호 전문기관인 아동학대예방센터에 어느 누구도 신고하지 않았다. 심지어 사건을 맡은 수사기관에서 조차 탈진상태에 빠진 아동의 영양상태만을 걱정해서 가까운 병원에 입원조치한 것이 전부다. 또한 학대아동의 발견과 보호, 치료에 대한 신속한 처리를 위해 설치된 아동학대전담기구인 아동학대예방센터에서도 공식적으로 접수가 되지 않았다는 이유만으로 아무런 조치도 취하지 않고 있다. 언론․방송에 연일 대서특필되었음에도 불구하고…

 

우리는 이번 사건에 대해 다시 한번 아동의 인권적 측면에서 다뤄지길 기대한다. 따라서 아동학대가 일어나지 않도록 예방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아동학대 사건이 발생했을 때 이 문제 해결을 위한 긴급지원체계 마련 또한 대단히 중요하다. 해당 기관과의 협조와 역할분담에 따른 자기 책임성을 강제하는 일이야말로 더 이상 미룰 수 없는 과제다. 사건이 터질때마다 분주하게 행정적으로 일을 처리하면서도 진작 피해아동에 대해서는 책임있는 조치를 취하지 못하는 것은 학대아동 신고에 대한 전달체계에 큰 허점이 있음을 보여주는 반증이다.

 

전문가들에 의해 아동의 상태를 정확하고 신속하게 파악하고, 가장 적절한 조치를 취할 수 있는 시스템을 만들어내지 못한다면 피해아동은 이중 삼중으로 고통를 받을 수 밖에 없고 그 피해는 고스란히 사회로 되돌아오기 때문이다. 따라서 우리는 이번 사건의 피해아동의 인권이 어떻게 지켜질 것인가를 예의 주시하고자 한다.

 

거듭 밝히지만, 피해아동을 국민기초생활보장제도의 수급자로 선정하거나 친인척 가정위탁으로 보호하는 것은 행정이 취할 수 있는 필요한 조치임은 틀림없지만, 이것으로 아동이 상처받고 고통으로 신음하던 아픔을 치유할 수는 없는 일이다.

 

이번 사건을 계기로 아동학대 사건이 발생하면 행정당국과 경찰, 아동학대예방센터 등 관련기관들의 긴밀한 협조와 역할분담을 통해 피해아동의 인권을 더 이상 침해받지 않도록 전달체계를 확립할 것을 거듭 촉구한다.

 

2002년 2월 6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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