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회견] 참사반년, 용산참사 대책위 기자회견문

<참사 반년, 전국 용산참사 대책위 기자회견문>

대통령 사과 없이 장례를 치를 수 없다.

이럴 수는 없습니다. 이래서는 안 됩니다. 고인들을 벼랑끝에서 떠밀더니 이제는 유가족마저 벼랑끝으로 내몰고 있습니다.

그동안 참사 해결을 위해 백방으로 뛰어다녔습니다. 안 가본 데가 없습니다. 고인들에게 덧씌워진 ‘도시테러범’이라는 무시무시한 낙인을 지우기 위해 영정을 들고 거리를 헤맸습니다. 그러나 아직까지 그 누구도 답이 없었습니다. 기껏 한다는 말이 철거민이 불질러 스스로 죽었으니, 자기들은 아무런 책임이 없다는 말뿐입니다.

그런데 정부 말대로 ‘사인들 간의 문제’라면 왜 공권력을 투입했단 말입니까? 국민 모두가 알다시피, 용산 참사는 허점투성이 법제도와 잘못된 정부 정책, 그리고 경찰의 강경진압이 초래한 비극입니다. 자신의 책임을 모면하고자 정부는 정치검찰, 공안검찰을 앞세워 진실을 은폐, 조작한 뒤 그것을 법과 원칙이라고 강변하며 그 뒤에 비겁하게 숨어 있습니다.

이명박 정부는 더 이상 국민의 존엄과 생명을 지키는 정부라 할 수 없습니다. 유가족의 인내심도 한계에 도달했습니다. 그래서 우리는 더 이상 병원 장례식장에 머물러 있지 않겠습니다. 계속 우리의 존재를 무시하고 있는 대통령이 똑똑히 볼 수 있도록 영안실을 서울시청광장으로 옮길 것입니다.

유가족이 오늘과 같은 극단적 선택을 할 수밖에 없었던 것은 전적으로 대통령과 정부, 관계기관의 책임입니다. 대통령과 정부는 유가족이 지쳐 나가떨어지기만을 기다리고 있겠지만, 충분히 각오가 되어 있습니다. 대통령과 정부의 사과 없이 장례를 치를 수는 없습니다. 용산 참사의 해결을 위해, 끝까지 싸울 것입니다.

뿐만 아닙니다. 유가족과 전국 용산참사 대책위는 이명박 정부의 실정에 반대하는 모든 세력과 함께 연대하여 전면적인 반정부 투쟁을 펼칠 것입니다. 시국선언을 통해 용산 참사 해결을 바라는 모든 여론과 힘을 다시 한 번 모아낼 것입니다. 쌍용자동차 노동자와 가족들, ‘MB악법’ 저지와 4대강 운하 백지화를 위해 싸우는 정당과 시민들과 함께 전국적인 반정권 투쟁을 펼칠 것입니다.

대구 시민 여러분께 호소합니다.

노동자, 서민 여러분, 용산참사의 올바른 해결을 위해 노력해 주시기 바랍니다. 용산참사는 더 이상 철거민만의 아픔이 아닙니다. 하루빨리 용산참사가 해결되고 고인과 유족들이 편히 쉴 수 있도록 정부를 규탄해 주십시오. 유가족과 철거민 역시 노동자 서민 여러분의 싸움에 적극 연대하겠습니다.

성직자 여러분, 그동안 베풀어주신 은혜에 고개 숙여 감사드립니다. 유가족의 아픔을 어루만지고 상처가 아물 수 있도록 앞으로도 힘을 모아주십시오. 용산참사는 정치적, 정책적 문제 이전에 인륜과 도덕의 문제입니다. 무엇보다도 유가족들이 하루 속히 장례를 치를 수 있도록 성직자 여러분들의 역할을 기대하고 있습니다.

교수․지식인 여러분, 용산참사의 진실을 알려주시기 바랍니다. 많은 국민들이 용산참사가 이미 해결된 일이 아닌가 생각하고 있습니다. 용산참사의 진실이 알려지고 잘못된 법․제도와 정부 정책을 바로잡아 주십시오.

청년 학생 여러분, 미래를 짊어진 청년 학생들이야말로 용산참사 해결의 주체입니다. 용산에 와서 유가족과 철거민의 아픔에 함께하고 다시는 이러한 비극이 일어나지 않도록 청년학생들이 나서기를 바랍니다.

정당, 정치인 여러분, 유가족과 철거민 세입자들의 고통과 아픔을 치유할 수 있는 길로 나아가야 합니다. 용산참사의 올바른 해결없이 어떠한 민주주의도 어떠한 국정쇄신도 있을 수 없습니다. 용산참사의 올바른 정치적 해결만이 가로막힌 우리사회의 민주적 진전을 보장할 일임을 직시해 주기 바랍니다.

대구 시민 여러분, 저 불의한 정권을 심판하고 인간의 존엄과 민중의 생존, 우리의 민주주의를 쟁취하기 위한 이 의로운 싸움에 힘을 모아주십시오. 진실과 정의가 승리하는 순간까지 함께 투쟁합시다.

– 대통령은 고인과 유가족에게 무릎꿇고 사죄하라!
– 청와대와 정부는 희생자의 명예회복과 유가족에 대한 배상, 보상 등 관련 대책을 총괄적으로 제시하라!
– 검찰은 은닉한 수사기록 3천쪽을 공개하고 구속자를 석방하라!

 

2009년 7월 20일

이명박정권 용산철거세입자 살인진압 대구경북 대책회의

 

090720_용산참사반년_대구기자회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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