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주출신이 대구에서 산다는건

대구는 저에게 섬 같은 도시입니다.

“대구는 저에게 섬 같은 도시입니다”
대구는 어떤 도시인가?라는 직설적인 질문에 대한 정영숙씨의 답이었다.

광주가 고향인 그녀가 대구와 인연을 맺게 된 계기는 서울서 독일 유학을 준비하던 중 지금의 남편을 만나면서부터였단다. ‘광주처녀와 대구총각’ 그 당시만 해도 결혼 승낙이 그리 쉽게 떨어지지는 않았을 텐데.
“지금의 남편과 결혼한다고 했을 때 친정에선 남편의 나이가 나보다 어리다는 것을 조금 염려했을 뿐 큰 반대는 없었어요. 그러나 시댁에선 ‘하필 광주 처녀냐?’며 반대가 좀 있었죠.”   그때 처음으로 지역간의 정서차라는 것을 느꼈다고 했다. 그녀의 본격적인 대구생활은 10년간의 독일 유학을 마친 후부터였다.

정영숙씨는 “대구 사람들은 다른 곳에 정착하려는 생각을 못하는 것 같아요. 서울이나 독일에서도 살았지만 고향에서 정착 해야겠다는 생각이 다른 지방사람들 보다 더 강한 것 같아요. 귀국 후 자연스럽게 대구에 정착하고, 지내면서 생활양식이 많이 다른걸 느꼈어요. 가정에서는 남자가 주도권을 잡아야 하는 양 다른 사람에게 보여 지 길 원하는 성향도 강하더군요. 모임도 부부동반보다는 남자들끼리의 모임이 더 활성화된 것 같구요”라며 대구에 살면서 느낀 점을 털어놓았다.  

그녀는 이번 대구 지하절 참사이후 추모공원 건립 관련해 부지로 거론이 되는 지역마다 극렬히 반대하는 시민들의 모습에 다시금 대구의 이기성과 보수성을 느낄 수 있었다고 했다. “한번 결정한 것에 대해서는 쉽게 생각이나 인식을 바꾸려고 하지 않아요. 그래서 다른 지역보다 대구가 보수적인 성향이 더 강한 것 같습니다”라고 덧붙였다.

또 “대구 사람들은 사회나 경제 등 많은 면에서 정권과 결부시켜 말하는 경향이 있는 것 같아요. 근본원인은 다른 것에 있는데 정권에 모든 책임인양 말하는 사람들이 많아요. 더 놀라운 것은 그런 생각이 공감하는 사람들이 대부분이라는 사실 이예요. 언론이 큰 책임이 크다고 봅니다. 예를 들어 한번도 다른 지역에 가보지 않고, 조선일보만이 최고의 신문인줄 아는 사람들은 조선일보의 눈으로 대구 보게 되고, 다른 지역도 그렇게 보게 되는 것이지요”라고 지역감정을 조장하는 보수언론에 대해서도 비판적인 시각을 보여주었다.

대구에서 전라도 사람으로서 느끼는 부담에 대해 묻자 “사실 광주출신으로 대구에 산다는 것은 독일에서 한국인으로 생활했던 것보다 조금 더 조심스러운 것 같아요. 어쩌면 낙인 같은 것일 수도 있지요. 나의 행동이 나 하나에만 국한 되는 것이 아니라 전체 전라도 사람에 대한 평가로 이어진다는 생각을 많이 해요. 그래서 더욱 부담스러운 것이 사실이에요. 한국사회가 처한 안타까운 현실인 것 같아요”라고 말하며 지역간의 교류와 소통이 활발해 지면 이러한 느낌은 다음 세대가 되면 없어질 것이라는 말도 잊지 않았다.  “정권교체이후 대구는 누려왔던 것을 빼앗기고 있다는 박탈감이 다른 지역보다 더 심한 것 같아요. 빨리 끓고, 빨리 식는 냄비근성도 심하구요. 이것은 비단 대구만의 문제가 아니라 한국사회전체의 문제이기도 한데요. 이런 것을 바꾸기 위해서는 전라도, 경상도등 지방간에 계속적인 인적 교류가 이루어져야 할 것 같아요. 서로의 사는 모습을 보여주며 함께 어울린다면 서로에 대한 이해의 폭도 넓어지겠지요. 그러면 더 이상 지역감정이 사회의 문제가 되는 일은 없을 거라고 생각되요.”라고 하였다.

마지막으로 그녀는”대구 여성들은 계모임이 참 많은 것 같아요. 물론 계모임도 좋지만 이제는 계모임의 한계에서 벗어났으면 좋겠어요. 아줌마들도 스스로 생각의 틀을 넓혀야 한다고 생각해요. 꼭 정치성향의 단체가 아니라도 여성운동이나, 환경운동 등 에 참여하면 사회를 위해 할 수 있는 일이 많잖아요. 나만 내 가족만이라는 생각보다는 우리가 라는 생각을 가지는 것이 더 행복한 사회를 만들 수 있지 않을까라고 생각해요”라며 마무리했다.
인터뷰 내내 정겨운 미소를 보이며 편안하게 말을 이어간 그녀의 모습에서 한 가정을 지켜나가는 주부의 모습과 사회에 대한 깊은 애정을 지닌 시민의 모습을 엿볼 수 있었다.

글_ 김현미 자원활동기자 ico-fe@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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