倒錯(도착)된 가치관의 복원을 위하여

무형의 객관적 실체인 한 나라의 문화는 일정하게 그 시대의 사회역사적지형을 반영하며 변천한다고 한다. 즉 모사한다고 할 수 있고 이는 단기간이 아니라 우리들이 의식하든 의식하지 못하든 간에 우리들의 관념과 행태에 배기게 되어 개인과 사회적 가치관의 형성에 주요하게 작용한다고 할 수 있다.

일제강점 36년의 세월을 거쳐 해방이후 59년이 지난 2004년 8월 여름의 대한민국에서  진행되고 있는 친일잔재청산 및 과거사진상규명에 관해서 메인스트림의 지식인 및 조중동의 언론매체들이 일관되게 반대하는 입장과 관점은 한국근현대사가 진행되면서 의도적으로 정립되고 세력화된 사회문화적 가치관을 반영하는 것이다. 그들은 친일의 주동적 행위를 불가항력적인 식민지적백성의 불운으로 치부한다. 6.25전쟁민간인학살,인혁당조작, 학생 및 군의문사등의 과거사규명을 이념적인 중세시대의 마녀사냥식으로 몰아간다. 물에 빠트려서 마녀가 가라앉으면 마녀가 아니고, 떠오르면 마녀라 하여 죽인다. 이래저래 죽이기는 매한가지다.

쾌도난마의 논리와 철가면으로 무장한 그들은 이구동성으로 이미 죽은 자들의 ‘혼’을 불러내야할 절실한 이유가 있는지, 지나간 100여년간의 근현대사를 다시 들추어내어 사회갈등을 초래해야 하느냐 한다. 과거사를 조용히 묻어두고 그냥 미래를 위해 전진하자고만 한다. 그런데 이들의 글을 조금이라도 꼼꼼하게 읽다보면 고개를 갸우뚱하게 된다. 풍찬노숙하며 불투명한 민족의 장래를 역사적 확신만으로 항일독립투쟁을 전개한 분들에 대한 예우와 헌사는 없다. 반독재 민주화투쟁을 위해 개인의 영달을 희생하며, 신체적 자유를 박탈 당하고,식민지적 고문을 자행당하고 죽임을 당한 이들에 대한 봉헌의 따뜻한 글은 없다. 그들에게 이들은 민주화세력, 독립투쟁세력으로 차디차게 명명 지어질 뿐이다.

그러면서도 이런 위선의 논리가 공공연하게, 언론과 표현의 자유를 만끽하며 영향력을 행사하는 세력이 엄존하는 사실이 역설적으로 대한민국의 불행한 현대사를 반증하는 것이다.
주류친일행위에 대한 진실규명과 과거 독재권력기관이 자행한 부당한 행위로 희생당한 이들의 명예를 회복하는 일은 민족독립과 민주주의라는 大義(대의) – 가치를 위해 싸워온 이들에 대한 최소한의 역사적 책무이며, 이는 적어도 개인의 출세와 권력욕을 위해서가 아니라 공공의 선과 이익을 위해 지금도 희망을 잃지않고 헌신적으로 살아가는 이들에 대한 사회공동체 구성원으로서의 동의이다.

물질적풍요로움에 가리워진 삶의 가치에 대한 교과서적인 정의가 아니더라도 지금 우리사회에 팽배한 학벌지상주의, 출세주의, 배금주의, 비합리적인 우상숭배, 등등의 문화적현상의 모태가 법과질서에 순응하기보다는 ‘옳은 가치’를 쟁취하기위해 희생하신 분들에 대한 사회적인 동의과정이 생략된 즉 민족정기를 바로세우지 못한 한국현대사에 기인되었다고 생각한다면 이러한 도착된 가치관을 복원하는 상량만큼 중요하지 않은 일이 또 있겠는가.

부연 : 친일파들의 적극적 친일행위를 구체적으로 보여주고 있는 객관적자료집인  〈친일파 죄상기〉(김학민?정운현 엮음/학민사)와 일본군소위출신 박정희군사정권에 정면으로 맞서다가 의문의 죽음을 맞이하신 장준하선생의 항일독립투쟁 수기인<돌베개> 일독을 권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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