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시민단체연회의 출범의 의의와 향후과제

시계를 지난해 초로 돌려보자. 아니 좀더 멀리 2003년 하반기로 돌려보자. 정확하게는 2003년 하반기 정치권으로 기억을 돌려보자. 당시 무슨 일이 있었던가. 많은 사람들이 당시의 충격과 분노를 잊어버렸을 수 있다. 비리, 이권개입, 정경유착, 수준미달, 제 식구 감싸기라는 국민들로부터 부정적인 별칭을 얻는 16대 국회가 있었다. 시민사회는 강력하게 부패척결, 정치개혁의 목소리를 높였다. 정치개혁에 대한 국민들의 열망은 지역을 막론하고 헌정사상 최고조였다. 이러한 열망은 적어도 지역사회에서 탄핵사태를 지나면서 지역주의에 묻히기 시작했다.

시계를 좀 더 과거로 돌려 보자. 2003년 2월 18일, 대구는 전대미문의 참사를 겪었다. 충격이 휩쓸었다. 당시 지역 정치권, 행정은 어떠했는가. 참사의 원인을 규명하고, 수습과 시민들의 충격을 해소하기에는 지역정치권과 행정은 한마디로 무기력했다. 시민들로부터 외면을 당했으며 급기야 중앙정부의 수습대책반이 활동을 하고서야 가닥을 잡기 시작했다.

(가) 대구시민단체연대회의 결성배경

(가)대구시민단체연대회의(이하 대구연대회의)의 출범을 얘기하는 자리에서 지나간 사건과 사안을 되새기는 데는 나름의 이유가 있다. 대구연대회의 결성의 배경에 위 사건들이 놓여있기 때문이다. 대구지역 시민운동은 2003년부터 자뭇 심각한 고민을 시작했다. 지하철참사 수습과 책임자 처벌, 안전한 지하철 만들기 운동을 추진하면서 성공이 아니라 좌절을 맞보았다. 지하철참사는 곧바로 지역의 지배구조와 정치구조가 갖는 특수성으로 인해 대형 재난에 대한 관리능력이 없음을 드러냈으며, 지배구조와 지역정치권에 대한 반성과 체질개선을 요구했다. 나아가 국민의 의사와 반한 정치권의 정쟁으로 인해 민주주의가 위협을 받는 탄핵국면을 거치면서 정치권 전반의 개혁을 주문했다. 대구사회에서 이러한 목소리는 특정 정치세력의 독점적 지배가 아니라 최소한의 수준에서나마 다양한 정치세력의 공존을 주문했다. 그러나 이러한 주문은 여지없이 무너졌다.

시민운동의 자성의 시간을 갖기 시작했다. 시민운동의 전국조직이든, 지역운동단체이든 관계없이 중앙권력을 둘러싼 갖가지 의제에 대해 전국적으로 힘을 집중시켜서 활동해 왔다. 대표적으로 총선연대활동, 정치개혁운동, 대규모 환경문제 등. 전국 사안, 중앙권력을 둘러싼 의제에 대해 마땅히 지역운동단체가 관심을 가지고 힘을 집중시켜야 하겠지만, 지역사회의 변화 발전에 대한 비젼과 계획을 제출해야 할 때임을 확인하였다.

구체적으로 지난해 17대 총선이 끝난 후, 당시 ‘탄핵무효, 부패정치청산 범국민행동 대구본부’와 ‘2004총선대구시민연대’ 활동을 마무리하면서 지역 시민운동은 여러 차례 대내외적인 워크샵과 토론 과정을 진행했다. 이 과정에서 몇가지 중요한 사항들에 대해 합의에 이르게 되었다.

첫째, 대구지역 시민운동의 현주소와 전망을 밝히기 위해서 시민단체별로 개별화 되어 있는 활동가들에 대한 지원사업이 절실히다는 점을 확인했다. 활동가들에 대한 교육, 생활개선을 위한 지원, 전국적, 세계적 안목을 넓히기 위한 연수프로그램, 활동가들간의 네트워크 형성 등이 논의되었다.

둘째, 지역사회를 변화시키기 위해서 지역의제를 합의하고 공동으로 대응해야한다는 점을 확인하였다. 앞의 몇가지 사례에서 살펴보았듯이 시민운동앞에 놓여있는 과제는 개별단체만의 힘으로 해결할 수 있는 것이 아니라 지역시민운동 전체의 역량으로 대응하고 해결해야할 사안들이 대부분이다. 그렇다면 시민운동은 지역사회를 변화시키기 위해서 공동의 의제를 설정하고 이를 해결하기 위해서 힘을 모아야 한다.

셋째, 이러한 과제를 해결하기 위해서 상설적인 연대기구가 필요하다는 점을 확인하였다. 사실 위의 과제들은 새로운 내용들이라기 보다는 대구지역 시민운동이 안고 있는 과제들을 집대성하고 이에 따라 중요도에 따라 우선 순위를 매겨 본 결과이다. 중요하고도 우선적인 과제들을 해결하기 위해서 사안별 연대가 아니라 일상적으로 ‘일’을 할 운동조직을 만들어야함을 합의하기에 이르렀다.

대구연대회의는 3월 11일, 창립을 앞두고 있다. 조직을 건설했다고 해서 문제가 해결되지는 않는다. 또한 대구연대회의가 많은 일을 소화할 수 있지도 않을 것이다. 대구연대회의 결성과 관련해서 제기되는 몇가지 비판적인 지적들을 살펴보는 것이 좋을 듯하다. 우선, 개별 시민단체의 상급조직을 만드는 것으로 옥상옥을 만드는 우를 범하는 것이다는 주장이 있다. 옥상옥을 만든다면 분명하게 문제가 있다. 각 운동단체 고유의 역할을 수행하기에도 역량이 빠듯한데 상급조직을 만든다는 것 자체로 참가단체에 많은 하중을 주기에 충분하다. 또한 상급조직을 만들게 되면 개별단체 고유의 역할을 침범할 수도 있다.

대구연대회의는 또 하나의 시민단체로 인식할 필요가 있다. 앞에서 살펴본 과제를 실행하기 위해서 기존의 단체 역량을 조금씩 할애하여 힘을 모은 이름하여 ‘대구연대회의’라는 단체를 만드는 것이다. 개별단체와 동등한 지위로, 개별단체의 고유 역할을 침해하지 않는 상호간의 지원하고 발전할 수 있는 연대조직으로 자리 잡아야 한다. 다음으로, 참가의 범위를 한정하고 있다는 주장이 있다. 이러한 주장에는 왜 대구연대회의가 제안되었는가에 대한 이해를 한다면 해소될 것이다. 참가단체를 제한하는 것이 아니라 취지와 활동의 과제에 대해 동의하고 합의하는 시민단체라면 어느 단체든지 참가할 수 있다는 취지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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