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민참여가 세상을 바꾼다

최근 시민운동에 대한 사회적 인식이 예전 같지만은 않다. 시민단체라 칭하며 사기사건까지 일으키는 사이비단체까지 생겨난 것은 그만큼 시민단체의 사회적 영향력이 만만치 않은 데서 기인하지만 동시에 그로 인해 시민단체에 대한 부정적 인식도 생겨나고 있다. 더 중요하게는 시민단체 인사들의 정계 혹은 관계 진출이나 특정 정치세력과 시민단체들 사이의 일부 정책적 유사성을 근거로 시민단체의 정치적 편향을 지적하는 일각의 목소리들로 인해 시민들은 시민운동을 예전처럼 보는 것 같지 않다.

이런 정서는 시민들이 그렇잖아도 왕왕 어렵다고 느끼는 시민운동에 대한 참여를 더욱 어렵게 하는 요소로 작용한다. 당연히 우리 내부에 어떤 문제가 있는 지 성찰하고 자신의 정체성을 보다 분명히 함으로써 이같은 부정적 평가를 극므求?것이 전제되어야 할 것이다. 더욱이 그간 시민운동이 적극적인 시민참여를 위한 공간을 제공했는가에 대한 자성은 충분히 이루어져 있다고 할 것이므로 어떻게 보다 실질적인 공간을 제공하는가에 대한 천착이 정말 중요하게 되었다.

시민참여의 가능성, “자발성, 풀뿌리 주민운동”

지난 2002년은 한국 사회에 이전과 전혀 다른 현상이 나타난 해였다. 누구나 알고 있듯이 이해에는 월드컵과 대선, 효순.미선양 사건 등 일년내내 우리 사회 구성원 전체가 관심을 가질 뿐 아니라 여기저기서 적극적인 참여와 의견개진이 있었던 사건들이 있었다. 전혀 다른 성격의 세가지 사건에서 우리가 공통적으로 확인할 수 있었던 것은 이 모든 움직임에 참여했던 사람들이 누구에 의해 동원된 것이 아니라 ‘자발적’인 참여였다는 것과 이를 가능하게 했던 것이 인터넷이었다는 것이다. 이같은 변화는 시민운동이 시민참여를 고민하고 있다면 그 가능성이 얼마든지 열려 있음을 확인하게 해 준 것이었다.

또 하나 우리가 주목해야 할 것은 유력한 시민단체들이 앞서 말한 부정적 평가에 시달리고 있을 때 지역에서는 주민들 사이에 뿌리 내리는 여러 단체들과 인터넷을 매개로 한 다양한 단체들이 성장하고 있었다는 것이다. 사회적 영향력에서나 인지도면에서 참으로 미약한 단체들이지만 이들 단체나 모임의 성장은 시민운동의 대중적 토대를 확장하고 있는 것이다. 90년대 시민운동의 사회적 영향력이 확대되면서 이를 배경으로 자발적인 모임과 단체들의 활동공간도 그만큼 넓어졌던 셈이다. 과거에 대개의 경우 지역조직들이 서울에 있는 유력한 조직들의 지부로 만들어지는 경우가 많았다면 90년대 후반이후에는 점차 독자적인 지역조직의 이름으로도 활동하는 경우가 많아진 것이 그것이다.

주민스스로 지역을 변화시키는 경험이 소중하다

  공동육아운동으로 출발해서 생협을 만들고, 대안학교를 만들며, 지역시민단체를 만들고, 공동체 라디오까지 만들어 낸 경험을 갖고 있는 서울 마포 성미산 주민들의 경우는 지역에서 시민들이 참여하는 시민운동의 상에 대해 여러 가지 생각할 거리를 주고 있다. 성미산이라는 공간을 매개로 공동의 관심사와 필요를 해결하기 위한 수단을 스스로 조직하면서 자신들의 공동체를 건강하게 만들어 나가는 모습은 시민운동이 시민들의 참여로 어떻게 만들어지게 되나를 잘 보여주고 있다.

  지역이라는 공간에는 아주 구체적인 삶의 모습들이 있고, 시민운동이 시민참여를 확대하기 위해서는 여기에 결합하는 것이 반드시 필요하다는 평범한 사실을 일깨워 주고 있는 것이다. 학교운영위원회를 예를 들어봐도, 쉽지 않은 일이 되겠지만 우리 아이들의 교육문제에 적극적으로 대응하는 과정에서 지역주민들과의 결합은 필연적이다. 학교급식개선이 조례를 제정하는 것을 통해서도 이루어질 수 있지만 학교 스스로의 결정으로 개선해 나갈 수 있도록 만들 수도 있는 것처럼 시민들의 참여란 구체적인 삶을 매개로 한 공간에서 이루어진다고 봐야 하지 않겠는가?

참여가 내가 사는 공간을 바꾼다

  기존의 제도나 조직에 눈을 돌려 보는 것도 중요하지만 지역주민들의 삶의 질을 개선하기 위해 새로운 공간과 수단을 만드는 것도 적극적으로 모색해 볼 일이다. 성미산처럼 스스로 학교를 만드는 일, 라디오 방송국을 만드는 일, 도림천처럼 주민들의 영화제를 만드는 일. 아이디어가 곧바로 성립하고 일이 성사되는 것은 물론 아니다. 대개는 오랜 시간을 노력과 공을 들여야 가능한 일이다. 지금 다른 지역에서 잘 되고 있다고 우리 지역도 그대로 잘 된다는 보장은 전혀 없다. 지역마다 주민들의 구체적인 삶의 형태와 요구가 다르기 때문이다.
그러나 자신들이 살고 있는 지역, 자신들이 가장 잘 알기에 그 구체적 요구에 결합하는 것이 가능하다. 그 과정에 지역주민들의 참여가 확대되어 갈 때 지역이라는 공동체에 사는 사람들이 생태적이고, 평화적이며, 인권감수성이 있는 모습으로 마을을 만들어 가게 될 것이다. 참여가 내가 사는 공간을 바꾸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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