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명] 대선 후보는 ‘제2 대구의료원 설립’을 약속하라  

오늘  2월 18일은 대구를 중심으로 한 코로나19 1차 대유행  2년, 2.18 대구 지하철 참사 19주년이 되는 날로 대구 시민들에게는 안전과 생명의 가치를 되새기고 제대로 된 대책이 제시되기를 어느 때보다 기대하는 날이다. 그러나 대선 후보들의 공약은 대구 시민들의 기대에 크게 미치지 못하고 있다. 여러 정책공약 중 적어도 ‘제2 대구의료원 설립’은 시민들에게 확실히 약속해야 한다.

코로나19 확산 초기부터 대구에서는 확진을 받고도 입원할 병실이 없어 대기하다 사망하는 안타까운 일이 속출했다. 대구지역의 중환자들이 다른 지역의 공공병원으로 이송되어야 했다. 대구 시민들이 이러한 고통을 겪어야 했던 가장 큰 이유는 지역의 공공의료 인프라의 부족 때문이었다. 240만 인구의 대구시에 감염병 대유행과 같은 유사시 국가나 지방자치 단체의 방침에 따라 신속히 전담병원으로 전환될 수 있는 공공병원은 사실상 442병상의 대구의료원 하나뿐이었다. 팬데믹에 맞서기에 대구지역의 공공의료 인프라는 처음부터 역부족이었다.

대구의료원이 코로나19 전담병원으로 전환되면서 공공병원을 주로 이용하던 미등록 이주 노동자, 노숙인, 쪽방 주민 등 의료 취약 계층 시민들의 불편이 컸다. 당시 다른 질환으로 대구의료원에 입원해 있던 환자들은 쫓겨나다시피 병상을 양보해야 했지만 찾아갈 마땅한 병원을 찾지 못한 채 ‘각자도생’해야 했다. 지난 2010년 150병상 규모의 대구적십자병원이 그리 크지 않은 적자를 이유로 폐원하면서 대구에는 공공병원이 사실상 대구의료원 하나밖에 없기 때문이었다.

코로나19 대유행의 큰 고통을 겪은 대구 시민들은 그동안 줄기차게 정부와 대구시를 향해 지역 공공의료 인프라의 확충을 요구해 왔으나 크게 나아진 것이 없다. 특히 시민 사회는 ‘제2 대구의료원의 설립’을 촉구하였으나 대구시는 아직 설립을 확정하지 못하고 있다. 이에 30여 개 대구 시민 사회 단체는 지난 1월 ‘새로운 공공병원 설립 시민 행동’을 결성하고 ‘제2 대구의료원 설립’과 ‘지역 공공의료 강화’를 위한 본격적인 시민운동에 나섰다.

대통령 선거가 3주 앞으로 다가왔다. 차기 정부는 코로나19 팬데믹 과정에서 드러난 공공의료 인프라 부족 문제의 해결이라는 큰 과제를 안고 있다. 따라서 감염병 재난으로부터 국민의 생명을 보호하고, 지역 간, 계층 간 의료 불평등을 해소할 청사진이 당연히 이번 대선공약에 포함되어야 한다. 그러나 각 대선 후보가 현재까지 제시한 공공의료 강화 공약을 살펴보면 과연 반복되는 감염병 대유행에 대비할 의지가 있는지 의심스럽다. 특히 코로나19 1차 대유행으로 의료 붕괴의 위기까지 맞았던 대구지역에 대한 공약에서 ‘제2 대구의료원 설립’ 등 공공의료 확충에 대한 약속을 찾아보기 어렵다.

민주당 이재명 후보는 전국 70개 중 진료권별로 공공병원을 1개 이상 확보하겠다는 공약을 발표했다. 현재 공공병원이 없는 중 진료권은 전국 27곳에 달하고 대구시 동북권역도 여기에 속한다. 그러나 이재명 후보의 대구지역 공약에는 ‘제2 대구의료원 설립’에 대한 구체적인 약속이 없다. 국민의 힘 윤석열 후보는 ‘필수 의료 국가책임제’, ‘공공정책 수가 신설’ 등을 의료 공약으로 발표했지만, 역시 제2 대구의료원 설립, 대구지역 공공의료 인프라 확충에 대한 약속은 없다. 정의당 심상정 후보만 대구지역 정책 비전 발표회에서 ‘대구 제2 의료원’ 건립 예산을 반영하겠다고 약속한 바 있다. 국민의 당 안철수 후보는 농어촌에 집중적으로 공공병원을 짓겠다고 언급은 했지만 ‘제2 대구의료원 설립’ 등에 대한 약속은 없었다.

대선 후보들이 정부가 확정한 서부산의료원, 대전의료원, 진주권 공공병원의 차질 없는 건립을 약속하고, 울산의료원, 제2 인천의료원, 광주의료원 등 새로운 공공병원 설립을 공약하는 모습을 대구 시민들도 지켜보았다. 대선이 다가오자 대구 유권자들의 표심을 향한 다양한 공약들이 각 당에서 발표되고 있다. 차기 정부가 해결해야 할 많은 과제가 대구에 산적해 있는 것도 사실이다. 그러나 주기적인 감염병 대유행이 예고되는 현 상황에서 대구 시민들의 생명과 건강을 지키기 위한 ‘제2 대구의료원 설립’을 통한 공공의료 인프라 확충보다 더 시급한 공약은 많지 않을 것이다.

각 당 대선 후보가 서둘러 ‘제2 대구의료원 설립’을 구체적인 공약으로 대구 시민에게 제시할 것을 촉구한다. 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