밀라노프로젝트는 새로운 사업주체와 프로그램을 요구한다.

1980년대 말 단일산업으로 100억불 수출 실적을 이룩하기도 했던 섬유산업이 90년대부터 현재까지 근본적인 구조개선을 요구받고 있다. 선진국에 의한 OEM방식의 의류수출 생산기지 역할에서 인건비상승등의 원인으로 다국적기업의 해외 이전과 이로 인한 수출구조의 변화가 있었고 이후 한․중 수교이후 해외투자의 증가와 이로 인한 후발개도국의 경쟁력강화와 선진국의 고품질 브랜드 상품 사이의 샌드위치 현상 등으로 현재 우리 섬유산업은 근본적 체질개선을 요구받고 있는 것이다.

이러한 상황에서 섬유산업의 중심지인 대구지역 섬유산업을 변화시키기 위해 시행된 사업이 99년부터 시행된 섬유산업진흥사업(밀라노프로젝트)이었다. 대구지역 합섬직물의 급속한 쇠퇴를 막고 경쟁력 있는 교직물 중심의 산업으로 체질을 바꾸자는 사업이었으나 현재 그 결과는 미미한 상태이다. 오히려 지역사회의 갈등과 문제의 대상이 되고 있는 실정이다.

어떠한 요인이 이러한 문제점을 발생 시킨 것 인지 되짚어 보고 그 대안을 제시해야 할 시기인 듯하다. 현재 국내의 섬유산업의 현황은 전반적인 하락세를 보이고 있다. 업체, 고용, 인건비등에서 타 업종에 비해 상대적 하락세와 열세를 보이고 있는 실정이다. 특히 대구 섬유산업은 지역 제조업 비중이 전업종의 13%이며 이중 섬유업종은 30% 가까이 되는 실정이다. 하지만 각종 통계자료를 통해 우리는 섬유산업이 아직까지 노동집약적 저임금구조의 산업임을 알 수 있다. 이는 밀라노프로젝트가 시행된 99년 이후 7년이 지났지만 아직도 구조개선이 제대로 되지 않았음을 증명한다고 할 수 있을 것이다.

이제는 우리나라 뿐 아니라 미국등도 중국이나 동남아등의 저임금 국으로 업체가 이전하고 있고 이러한 현상은 우회 수출에 의한 무한경쟁시대에 돌입하였다고 할 수 있다. 이제 구조개선에 대한 제대로 된 진단과 대안이 없다면 정부지원에 의한 구조개선은 묘연해 질것이며 사양산업 아닌 사양산업으로  전락할 가능성이 높다.

밀라노프로젝트 사업 중 인프라구축사업 중심의 1단계사업에서 6800억원, R&D등 소프트웨어 사업중심의 2단계 사업에서 1980억 가량의 예산이 투입되었다. 이외 예산까지 합치면 7년간 1조 1000억원이 투입되었다고 한다. 정말 천문학적인 액수이다. 하지만 각 단계별 사업이 집행될 때 마다 발생하는 각종 부패와 비효율성의 문제 그리고 제대로 된 우량기업 선정과 업체지원이 제대로 되지 않는다는 불평 터져 나오고 있다.

이 모든 문제는 업종별 특정그룹의 세력화와 이들이 장악하고 있는 각 연구소별 지배구조의 문제 그리고 제도의 문제일 것이다. 또한 사회적 합의 없는 일방적 정책집행이 또 하나의 큰 문제일 것이다.

첫번째로 지배구조의 문제이다. 대구 섬유관련 연구소만의 특징이다. 각 연구소의 법인대표인 비상근이사장이 모든 권한을 장악하고 있는 우리나라 유일의 기형적 지배구조와 이로 인해 줄서기 눈치 보기로 연구 현장의 황폐화 등으로 지역 내 기업의 정보. 지원기능보다는 특정업체 중심의 지원 서비스만이 강화될 가능성이 높다. 또한 업종별 사업단체들의 지역 내 세력화로 인한 정책자금의 선점과 이로 인한 연계산업과 대안 산업의 발전 및  지역 내 균형발전에 장애요소로 작용하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이는 얼마 전 발표된 지역산업 발전로드맵에서 차지하는 섬유산업의 예산비율과 섬유산업의 정책 방향을 바꾸는 섬유세력의 힘을 통해 알 수 있다.

두번째는 제도의 문제이다. 출연금에 대해서는 법률적 제재 조항이 약하다. 사적 범죄 행위에 도달하고 외부로 드러나기 까지는 도덕 불감증에 걸리게 하는 제도이다.  반드시 제도개선을 통해 허위사실에 대해 형사적 처벌까지 할 수 있는 엄한 제재 조항의 신설이 필요하다.

세번째는 평가기능의 강화가 필요하다.  중앙정부와 지방정부의 예산과 인사의 굴레에서 벗어나지 못하는 평가기관은 평가기능의 약화를 가져올 수밖에 없다. 대구전략산업기획단처럼 대구시의 통제아래에서 평가의 조정기능을 대구시가 가짐으로 제대로 된 평가를 기대하기 어려울 것이다. 반드시 독립된 평가기관의 설립이 필요하다.

네 번째는 사회적 합의 강화이다. 정책결정에 있어 일방적 결정과 집행이 되풀이 되고 있다. 제대로 된 진단과  여러 분야의 목소리를 모을 수 있는 합의를 도출해야 한다. 이를 위해 시민단체, 노동조합 등의 적극적 개입과 감시가 필요하며 문제가 된 주체들의 과감한 정리와 새로운 사업주체의 형성이 필요하다.

우리는 이제 어느 정도 진단할 수 있다. 무엇이 문제이고 무엇을 해야 되는지를 알 수 있다. 하지만  앞으로의 개선 방향이 당장의 섬유산업의 문제를 근본적으로 바꾸어 놓고 엄청난 고용을 창출 할 수 있는 것은 아니다. 아마 정책집행의 제대로 된 방향을 잡고 섬유산업의 체질개선을 위한 첫 단추는 될 것이다. 하지만 우리는 이제 하나하나 변해가야만 한다. 제대로 된 정책집행이 되지 않을시 발생했던 구조개선과정에서의 실업의 증가와 지역사회의 갈등 그리고 밀라노의 꿈을 안고 공부했던 지역학생들의 배신감과 방황을 막기 위해서라도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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