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동성명] 경북대병원의 노사합의, 진정성을 의심한다.

미흡한 노사합의, 불안정한 고용보장, 경대병원의 진정성이 의심스럽다.
경북대병원은 간병서비스에 대한 의료공공성을 강화하라.
-최근 경북대병원과 간병인노동자의 노사합의에 즈음한 간병인공대위 입장

지역사회 대표적인 공공의료기관이라 할 수 있는 경북대병원은 10여년 이상 경북대병원에 근무하였던 간병노동자의 노동기본권의 탄압과 의료공공성에 대한 경북대병원의 책임회피로 지역사회에서 규탄을 받아왔다. 의료공공성과 사회복지시스템이 미비한 한국사회의 현실에서 경북대병원의 이러한 태도는 간병서비스에 대한 역할과 책임규정이 미비한 가운데, 시민들에게 양질의 의료서비스 제공은 등한시 한 채 최소인력으로 병원을 운영해 온 결과임이 만천하에 드러났다. 이는 국공립대학병원으로서 최소한의 책무를 부정하는 것이자 공공의료서비스에 지역시민들의 요청을 외면하는 것이다. 때문에 『의료공공성 확보와 간병노동자 노동기본권 쟁취를 위한 공대위(이하 간병인공대위)』는 간병노동자의 노동기본권 보장과 의료공공성 강화라는 측면에서 간병서비스에 대한 경북대병원의 책임을 꾸준히 역설한 바 있다.

그러한 가운데 경북대병원은 19일 간병노동자와 구두로 합의한 내용을 보도자료를 통해 일방적으로 발표한 바 있다. 경북대병원의 보도자료에 의하면 “환자 및 보호자가 문의할 경우 합법적인 10개 간병단체의 정보를 제공하고 모든 간병단체에 공평하게 식사와 탈의실 편의를 제공하는 내용으로 합의를 이끌었다”고 밝히고 있다. 불분명한 사실관계, 그리고 왜곡과 축소의 의미까지 담고 있는 경북대병원의 일방적인 합의사실 발표는 왜 2개월 넘게 간병노동자들이 투쟁해 왔고, 지역시민사회단체가 이 문제를 제기했는지에 대한 고민의 흔적은 전혀 없이 단지 경북대병원의 놀라운 언론플레이만 보여줄 뿐이다. 이는 간병노동자 뿐 아니라 공대위 소속 모든 시민사회단체에 실망감을 넘어 분노를 던져주고 있다. 내용적으로도 매우 미흡한 이번 병원원장과의 구두합의를 보고 누가 경북대병원의 진정성을 느낄 수 있단 말인가?

특히 “간병서비스 개방과 기존 간병단체의 권리보장”이라는 보도자료는 경북대병원의 저열한 인식과 사실관계 왜곡의 한 극단을 보여주고 있다. 간병서비스에 대한 국공립대학으로서 경북대병원의 최소한의 책임은 없고 간병노동자들의 투쟁이 기득권에 연연한 밥그릇 챙기기 식의 문제로 호도하고 있다. 즉 간병서비스의 문제는 간병서비스의 개방이냐 아니냐가 아니라 간호인력의 부족으로 인해 환자와 보호자가 개별적으로 간병서비스를 이용해 왔다는 점이다. 이런 과정에서 10여 년 동안 간병노동자들은 병원의 지시를 받으면서 지금까지 병원내에서 간호사 등이 해야 할 의료서비스와 온갖 궂은일을 해 오면서 저임금과 장시간노동 등 최소한의 노동기본권조차도 인정받지 못하였다.

그런 측면에서 이번 사건은 단지 간병노동자들의 일자리 확보로만 치부되어서는 안 되며 의료공공성 측면에서 접근해야 함은 마땅하다. 따라서 이번 경북대병원 간병노동자들의 투쟁이 중요한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는 것이다. 더구나 향후 노인장기요양보장법, 환자보호자 없는 병원 만들기 등 간병서비스에 대한 사회적 책임을 제도화시키는 중요한 시점에서 경북대병원은 이번 사건을 계기로 의료의 공공성 강화로 귀결되도록 기회로 삼은 것이 아니라 한 발 앞서 간병인노동자들을 탄압하고 환자를 볼모로 불법유료소개소를 끌어들이는 등 횡포에 가까운 권력을 휘둘렀다. 이에 반발한 경북대병원 간병노동자들의 투쟁은 단순히 간병서비스의 공급과 수요에 대한 문제를 넘어 간병을 둘러싼 의료공공성의 문제를 시민사회에 적나라하게 드러냈으며, 새로운 지역사회의 사회적 과제로 제기되었다.

경북대병원과 간병노동자간의 맺은 구두노사합의는 노사간에 합의한 사실은 의미있는 일이지만, 간병노동자의 노동기본권과 간병서비스에 대한 의료공공성에 대한 책임을 여전히 회피하고 있다고 우리는 판단한다. 더구나 미봉책에 그친 노사합의는 언제든지 경북대병원의 탄압으로 이어질 수 있어 노사간의 갈등을 재발시킬 수 있는 한계를 앉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간병인공대위는 간병노동자들의 요구와 헌신적 투쟁이 있었기에 부족한 합의라도 이끌어 낼 수가 있었다고 자평한다.

따라서 간병인공대위는 경북대병원이 간병노동자들의 노동기본권을 분명히 인정하고, 간병서비스의 역할과 인력확충 등 의료공공성 강화방안을 조속히 마련하여 공개할 것을 촉구한다. 간병인공대위는 경북대병원의 공공성강화를 위한 감시와 투쟁을 계속 펼쳐 나갈 것임을 분명히 밝힌다.

 

2007년 9월 20일

의료공공성 확보와 간병노동자 노동기본권 쟁취를 위한 대구지역 공동대책위원회

공공노조 대구경북본부, 의료연대 대구지부(준), 여성노조 대구경북지부, 대구여성노동자회, 성서공단노조, 대구참여연대, 우리복지시민연합, 대구여성회, 인권운동연대, 대구경북 인도주의실천 의사협의회, 대구장애인연맹, 장애인지역공동체, 민주노동당 대구시당, 한국사회당 대구시당, 경북대 학생행진, 산업보건연구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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