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명] 대구시는 대구의료원 강화와 동시에 제2 의료원 설립에 나서라!

– 대구의료원 강화 환영 그러나 전문의 충원, 직원 처우개선 등 구체적 방안 부족

– 감염병 대유행 대비, 지역 간 공공의료 접근성 격차 및 건강 불평등 문제 외면

– 약 1,000억원이나 드는 통합 외료진료센터 신축보다 제2 대구의료원을 설립해야

민선 8기 홍준표 대구시장의 중점 추진과제인 ‘대구의료원 기능 강화’ 방안을 지난 7일 김승미 대구의료원장이 발표했다. 우리는 의료진 강화와 시설 확충을 통해 대구의료원을 광역 단위 최고 수준의 의료 인프라를 갖춘 공공병원으로 강화하겠다는 대구시의 방침을 큰 틀에서 환영한다. 대구의료원의 역량 강화는 그동안 시민 사회 역시 줄기차게 요구한 사안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제2 대구의료원 설립을 일방적으로 중단한 후 그 대안으로 내놓은 이번 대구의료원 강화 방안은 감염병의 대유행과 같은 보건의료 위기 상황의 대비와 대구의 지역 간 공공의료 접근성 격차의 해소 측면에서 크게 미흡하다.

 

첫째, 대구의 지역 간 공공의료 접근성의 격차와 건강 불평등 문제를 외면하고 있다.

이번 대구의료원 강화 방안만으로는 대구의 지역 간 의료 자원 불균형으로 인한 공공의료 서비스 접근성의 격차 및 건강 불평등 문제를 해결할 수 없다. 기존 대구의료원이 서쪽에 치우쳐 있어 대구 동북권역 거주 주민들은 그동안 공공병원 이용에 큰 불편을 겪어 왔다. 전체 대구의료원 이용 시민 중 대구 동구 주민은 약 2~3%에 불과할 정도다. 건강 수명, 기대 수명 등 여러 건강 지표에서도 종합병원 접근성이 낮은 동구가 다른 지역에 비해 낮은 결과를 보인다. 국립중앙의료원의 연구에서도 대구 동북권역에 종합병원 병상이 약 1,700개 이상 부족하다는 결과가 나왔고, 지난해 시행한 제2 대구의료원 설립 타당성 연구 용역에서도 ‘지역 책임 의료 기관’이 없는 대구 동북권역에 400~500병상 규모의 새로운 공공병원 설립의 타당성과 필요성이 인정되었다. 초고령 사회에서 요구되는 ‘지역 통합 돌봄’의 중요한 역할 역시 권역별 공공병원이 맡아야 한다는 측면에서도 대구 동북권역에 새로운 공공병원 설립은 꼭 필요하다.

 

둘째, 1,000억이나 드는 통합 외래진료센터 신축보다 제2 대구의료원을 설립해야 한다.

감염병 대유행과 같은 위기 상황에서 단 하나의 공공병원만으로는 제대로 대응하기 어렵다는 것을 대구 지역의 코로나19 1차 대유행을 통해 경험했다. 사실상 지역의 유일한 공공병원인 대구의료원이 코로나 전담병원이 되자 노숙인, 이주노동자 등 취약 계층은 찾아갈 마땅한 병원이 없어 큰 고통을 겪었다. 서울의료원, 보라매병원 등 권역별로 여러 개의 공공병원이 있는 서울의 경우 팬데믹 상황에서도 취약 계층이 찾아갈 병원이 있었다. 240만 인구의 대구에도 최소한 종합병원 역할을 하는 두 개 이상의 공공병원이 있어야 위기 상황에서 역할 분담이 가능하고 취약 계층의 건강권도 보장할 수 있다. 500병상이 넘는 부산의료원을 가진 부산시가 서부산 의료원을 설립하고, 인천의료원, 적십자병원 등 두 개의 공공병원을 보유한 인천시가 최근 제2 인천의료원의 부지를 확정하고 본격적인 건립에 나선 이유도 여기에 있다. 대구시는 기존 대구의료원에 약 1,000억 원을 들여 통합 외래진료센터를 신축하겠다고 발표했다. 필요성에도 의문이 들고 시급하지도 않은 외래진료센터 신축보다 이미 계획된 제2 의료원 설립을 추진하는 것이 대구의 공공의료 강화를 위해 더 바람직하다.

 

‘광역 단위 최고 수준 공공병원’이라는 포부와 달리 대구의료원 강화 방안의 구체성에도 문제가 있다.

 

첫째, 대규모 전문의 충원 계획이 구체적이지 못하다

2024년까지 대구의료원에 경북대병원의 우수 전문의 32명을 충원해 현재 36명인 전문의를 68명까지 늘리겠다고 발표했다. 2019년 기준으로 대구의료원의 100병상 당 전문의 수가 7.6명으로 절대 부족 상황에서 100병상 당 전문의 15명을 확보하겠다고 하니 기대가 크다. 그러나 전문의 충원에 대한 구체적인 방안을 이번에도 제시하지 않아 의구심이 든다. 많은 국립대병원에 의사 인력에 여유가 없는 것이 현실이고 지난 10월 대구교육청 국정감사에서 경북대병원의 의사, 간호사 인력 부족 문제가 집중적으로 제기된 바 있다. 따라서 경북대병원 의료진의 형식적인 파견 또는 순환 근무가 아니라 대구의료원에 소속되어 환자 진료를 전담할 수 있는 전문의를 확보할 수 있는 구체적인 방안과 예산 대책을 제시해야 한다. 물론 응급, 외상, 소아, 분만 등 지역의 필수 의료를 보강할 수 있는 의료진 확보를 우선 추진해야 한다. 경북대병원과의 협력은 꼭 필요하지만, 위탁 등을 통한 경북대 의료진의 파견 근무만 기대하고 있을 것이 아니라 대구의료원 스스로 전담 의사 인력을 보강하기 위해 더욱 노력해야 한다.

 

둘째, 진료수익 달성에 목적을 두면 실제로는 의료공공성 강화가 어렵다.

공공병원의 존재 이유는 진료수익 창출이 아니라 의료공공성을 실현하는 것이다. 광역 단위 의료원 평균 이상의 진료수익을 달성하고, 대구의료원의 늘어난 진료수익을 공공 의료사업에 확장에 재투자하겠다는 이번 발표에 우려하지 않을 수 없다. 공공병원은 저소득층, 취약 계층 진료 비율이 높아 소위 ‘착한 적자’가 발생할 수밖에 없고 과잉 진료가 아닌 적정 진료가 이루어져 진료수익 증대가 현실적으로 어렵다. ‘경영 혁신’이라는 미명하에 과도한 진료수익 창출 경쟁과 성과 중심 평가를 통해 대구의료원이 공공병원 본연의 모습을 잃지 않을지 걱정이다. 수익 창출이 아니라 의료공공성 강화를 통해 국민의 생명과 건강을 지키는 것이야말로 공공병원의 존재 이유다. 공공병원에 대한 투자는 공공병원의 진료수익이 아니라 국가와 지방정부의 과감한 예산 투입을 통해 이루어져야 한다.

 

셋째, 간호 인력 확보 대책 및 직원 처우 개선 방안이 부재하다.

이번 대구의료원 기능 강화 방안에서 간호 인력 확보 대책과 직원 처우 개선안은 찾아볼 수 없다. 지난 2019년에는 전체 간호사 중 약 29%가 사직할 정도로 타 지방의료원보다 대구의료원 간호사의 이직률이 높다. 2021년 시행한 설문조사 결과 낮은 보수와 과중한 업무가 대구의료원 간호사의 주된 사직 이유였다. 대구의료원의 기능 강화를 위해서는 적정 간호 인력 확보를 통한 간호사의 노동 강도 경감과 직원들에 대한 처우 개선을 위한 대책이 먼저 마련되어야 한다.

 

코로나19 1차 대유행 당시 ‘의료 붕괴’의 위기 속에서 큰 고통을 겪으며 공공의료의 소중함을 직접 체험한 대구시민들은 ‘제2 의료원 설립’과 기존 ‘대구의료원 강화’를 요구했다. 당시 권영진 대구시장은 시민들의 요구와 설립 타당성 연구 용역 결과를 받아들여 제2 대구의료원 설립을 위한 로드맵까지 발표했다. 그러나 지난 7월 취임한 홍준표 대구시장은 일방적으로 제2 대구의료원 설립 계획을 무산시키고 기존 대구의료원 강화만을 주장하고 있다.

 

그러나 이번에 발표한 ‘대구의료원 기능 강화’ 방안으로는 더 짧은 주기로 반복이 예고되는 감염병 대유행에 제대로 대비하기 어렵다. 아울러 대구 지역 내 의료 이용 격차와 건강 불평등 문제의 개선 역시 기대하기 힘들다. 기존 대구의료원 기능 보강과 제2 대구의료원 설립은 양자택일의 문제도 선후를 따져야 할 문제도 아니다. 대구시는 이번에 발표한 대구의료원 기능 강화 방안을 서둘러 추진함과 동시에 대구시민의 염원인 ‘제2 대구의료원 설립’에 서둘러 나서야 한다.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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