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사교육강화에 대한 斷想

국사교육강화에 대한 斷想

최근 중국이 고구려사를 자국의 역사로 왜곡하려는 소위 동북공정(東北工程)을 본격화함에 따라 우려의 목소리가 높다. 일본의 역사왜곡을 강하게 비판해온 중국이 고구려사를 자국의 역사로 왜곡하는 행동은 어처구니없는 일일 뿐 아니라 패권국가적 행동으로 비판받아 마땅하다.

날로 국력을 키워가는 중국이 제멋대로 고구려사를 왜곡하는 것과 관련하여 국내에서 국사교육을 강화하자는 주장이 나오는 것은 자연스러운 일이다. 그러나 국사교육을 강화하는 문제는 여러 가지 생각을 필요로 한다.

국사교육의 강화가 우리 역사를 제대로 알자는 방향으로 나가자는 데는 이의가 있을 수 없다. 그러나 국사교육이 국가주의 방향으로 강화되어 나간다면 간단한 문제가 아니다. 국사교육이 국가적 정체성을 강화하기 위해서 개인을 무시하고 국가라는 집합체를 강조하는 데 이용될 수 있기 때문이다. 권위주의 정권 시대를 돌이켜보라. 국사교육과 국민윤리교육이 어떠했는가. 게다가 국가주의적 국사교육은 특정 국가 역사의 위대성을 과장함으로써 자민족중심주의(ethnocentrism)로 흐를 수 있는 위험을 내포하고 있다.

국사교육 강화와 관련하여 교육부는 국사과목의 독립교과화, 국사과목의 단위수 증설, 각종 국가고시에 국사의 필수화 등을 검토하고 있다고 들린다. 이러한 방안은 잘못된 방향 설정이다. 중·고등학교 제7차 교육과정에서 국사과목은 이전의 독립교과에서 사회과 교과의 한 과목으로 변경되었다. 국사과목을 독립교과로 하지 않고 사회과 과목으로 바꾼 것은 오늘날 학교교육은 사회과 교육을 통해서 ‘훌륭한 시민’을 길러내고자 하기 때문이다. 훌륭한 시민은 자국의 역사 뿐만 아니라 타국의 역사도 제대로 알아야 한다. 그리고 인간 삶을 구성하는 시간, 공간, 공동생활이라는 3가지 요소에 상응하여 역사와 지리, 일반사회 영역을 통합적으로 학습해야 사회현상에 대한 올바른 인식과 가치를 함양하고 제대로 행동할 수 있는 훌륭한 시민이 될 수 있을 것이다.

국사과목의 단위수(시간수)를 늘리는 방안도 재고되어야 한다. 중·고등학교 교육과정에 편성된 단위수를 감안할 때 국사과목의 단위수는 부족하다고 할 수 없다. 우리 나라의 모든 학생들은 중학교에서 3단위, 고등학교에서 4단위씩 국민공통기본교육과정의 하나로 국사과목을 필수적으로 이수하고 있다. 고등학교의 경우, 사회 과목은 모두 10단위를 이수하도록 되어 있고 그중 국사 이수단위는 4단위이다. 나머지 6단위는 지리, 세계사, 일반사회 영역이 통합적으로 구성되어 있다.

각종 국가고시에 국사과목을 필수화하는 것도 적절한 방법이 아니다. 국사과목을 국가고시 과목으로 포함시키는 순간 국사는 시험을 위한 암기과목으로 전락할 가능성이 높다. 국사교육을 강화하는 것은 한국사에 관한 지식을 맹목적으로 암기하도록 하는 것이 아니지 않는가.

이런 까닭에 국사교육을 강화하기 위해서는 다른 방안을 찾아보아야 한다. 예컨대 중·고등학교에서 국사과목의 단위수를 늘리지 않고도 얼마든지 국사교육을 강화할 수 있다. 학생들이 흥미있게 국사과목을 이수하여 역사에 대한 지식을 넓힐 수 있도록 국사교육의 방법론을 개선하는 것이 보다 현실적인 방안이 될 것이다. 또 국사교육은 학교에서만 이루어져야 한다는 법은 없다. KBS 1TV는 한 때 매주 토요일 저녁 황금시간 대에 ‘역사스페셜’이라는 프로그램을 방영한 적이 있다. 이 프로그램은 국사 지식을 강제하는 것이 아니라 시청하는 대중이 논리적으로 납득할 수 있도록 다양한 실험과 근거를 제시하며 프로그램을 진행했다. 그 프로그램 덕분에 국사에 대한 교양수준이 높아졌다고 이야기하는 사람이 적지 않았다. ‘역사스페셜’의 사례는 국사교육의 강화 방안이 어떠해야 한다는 것을 시사한다.

중국의 고구려사 왜곡에 대한 대응이 냄비식으로 이루어져서는 안된다. 국사교육의 강화 또한 마찬가지이다. 시대 흐름에 걸맞은 참신한 방식을 모색해야지 과거의 방식을 되풀이하는 것은 부적절하다 하겠다.

글_백승대<영남대 사회학과 교수>

이글은 영남시론 08-18자에 개제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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