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논리에 매몰돼있는 대구시 행정

정치논리에 매몰돼있는 대구시 행정 – 신행정수도와 관련하여

최근 대구시의 행정역량에 관한 비판의 목소리가 높다. 지방자치 시대가 열린 후 지방정부와 지역민들의 지역발전 노력이 특히 지방분권과 지역균형 발전이란 큰 흐름과 어울려 더욱  급물살을 타는 가운데 대구시 행정은 그다지 만족할 만한 역량을 보여주지 못하고 있다는 불만이다. 대구시는 나름대로 ‘기업하기 좋은 도시’를 표어로 내걸고 노력하고 있다고 주장할지 모른다. 그러나 한국경제에서 차지하는 대구시의 위상은 여전히 바닥이다.

대구시에서는 말할 것이다. 대구시는 지난 번 시장 때 지나치게 의욕적으로 각종 사업을 벌인 결과 대구시의 부채가 상당 수준에 달하여 현재 대구시의 재정에 상당한 부담을 주고 있다고. 그래서 당분간은 예산이 많이 소요되는 굵직한 사업을 벌이기는 어렵다고. 이 부분에 대해 어떤 대책을 세울 것인가는 좀 더 엄밀한 조사가 필요하다. 그러나 지방정부의 경제정책이 예산이 뒷받침되는 것만 있는 것은 아니다. 시의 정책적 판단에 따라서는 중앙정부를 움직일 수도 있고, 또 대외변수와 지역민들의 적극적인 참여를 유도할 수도 있다. 그 대표적인 예가 행정수도 이전, 즉 신행정수도 건설에 대한 대구시의 입장이다.

신경제 시대 대도시의 새로운 의미

대구시라는 대도시경제에서는 1차 산업은 물론 제조업도 지속적으로 유지 확보해가기는 어렵다. 인구밀집지역인 만큼 토지가격이 이미 비싸져서 공장 부지를 유지하는 데에 비용이 많이 드는 등 혼잡비용이 높고, 그 외 굴뚝산업이 발생하는 각종 공해가 도시 주거환경을 해치기 때문에 시민들도 환영을 하지 않은 이율배반적인 태도를 보이기 마련이다. 따라서 아무래도 제조공장들은 시외로 빠져나가 새로운 공장지대를 형성하기 마련이다. 이런 경향이 20C, 특히 1960년대 이후 세계적인 추세였다. 즉 대도시에 대해서는 경제적 원심력이 작용하는 것이다.

한편 최근 1990년대 이후 세계적으로 이른바 ‘신경제’ 또는 ‘정보화사회’ 또는 ‘지식기반경제’가 진행되고 또 경제의 서비스화가 진행되어 왔다. 정보통신산업과 교통운수부문의 발전으로 세계경제가 글로벌화되고 있다. 선진국 내지 중진국까지도 기업들이 좀 더 임금이 싸고 새로운 시장이 형성되고 있는 여타 경제후진지역으로 제조공장을 옮기고 본국의 본사는 기획, 연구개발, 판매, 관리운영부문을 중심으로 발전하고 있다. 이들 기능 중에서도 일상적인 업무는 가능한 한 외주(outsourcing)를 주고 본사는 핵심역량을 강화하는 방향으로 발전하고 있다. 이러한 추세에 따라 경제 전반이 서비스화 소프트화되고 신산업으로서 정보통신 관련 하드웨어/소프트웨어 중심으로 경제의 중심이 이동하고 있다.

그런데 이 과정에서 특이한 현상은 그 이전까지 제조업의 대탈출로 공동화되어 가던 대도시지역이 그들 글로벌화한 기업들의 본사 기능을 중심으로 다시 살아나서 새롭게 발전의 동력을 얻고 있는 것이다. 지식기반경제로 이행하면서 지식의 비중이 급격히 상승하고 있는데, 그 지식들은 인터넷으로 대표되는 정보통신망에서 엄청난 양이 유통되어 필요한 대부분의 지식들을 거기에서 얻을 수 있는 환경으로 변화하는 반면, 그들 지식이 이미 정형화된 지식이라면 그런 지식의 맹아단계라 할 수 있는 것들(암묵적 지식)은 아직 막연한 아이디어 차원에 머물러 있기 때문에 사람들이 직접 만나 활발한 토론 과정에서 그 의미를 뚜렷이 자기형체를 갖게 된다는 것이다. 대도시는 많은 사람들이 접촉이 가능하게 하기 때문에 그곳에서 기존 지식의 융합(퓨전)이 이루어지는 속에 새로운 지식이 창조된다. 이렇게 해서 ‘신경제’ 시대에 대도시가 새로운 의미를 갖게 되었다.

중추관리기능중심의 신서비스산업 중심이 되어야

그러나 한국의 경우 이러한 대도시의 새로운 역할이 서울과 수도권에 한정됨으로써 전국의 새로운 경제역량들이 다시 서울로 집중하게 되는 추세가 진행되고 있다. 1960년대 개발년대 과정에서 정착된 수도권 집중현상 위에 서울로의 새로운 구심력이 대구와 같은 지방대도시에는 새로운 원심력으로 작용하고 있다. 이중의 원심력이 지방대도시경제에 강력하게 작용하고 있는 것이다. 이러한 이중의 강력한 추세를 역전시키기 위해서는 획기적인 대안일 필요하다. 중앙권력을 지방으로 이양하고 중앙관청을 지방으로 이전하는 것 이상으로 획기적인 대안이 필요하다. 그 획기적인 대안이 행정수도의 지방이전이 아닐까 많은 사람들이 생각하게 되었다. ‘말은 크면 제주도로, 사람은 자라면 서울로 보내라’는 우리 사회 뿌리 깊은 관습(법)을 바꾸기 위해서는 그런 획기적인 정책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그렇게 해서 이제 전국적으로 몇 개의 지방대도시들이 지식과 정보의 생산거점으로서 구심력을 갖도록 해야 하고, 그 과정에서 지방대도시들은 이미 추세 상 빠져나가는 제조업이 아니라 중추관리기능을 중심으로 하는 신서비스산업의 중심이 되어야 한다. 서울이 갖는 새로운 구심력을 몇몇 지방대도시들이 나누어가는 경제지도를 그려야 한다.

그러나 그런 관습(법)을 바꾸는 과정이 그렇게 쉬운 것은 아니다. 엄청난 저항이 있을 것이라는 것은 충분히 예상할 수 있고, 또 실제 그렇게 진행되고 있다. 더구나 그 저항은 지금까지 우리 사회의 여론 형성을 주도해왔던 중앙의 일부 거대 언론이 앞장섬으로써 많은 어려움을 낳고 있다. 그런데 여기에서 이해하지 못할 일이 있다. 이러한 새로운 시대조류에 앞장 서야할 지방대도시들이 행정수도의 이전에 애매한 태도를 취할 뿐만 아니라 반대하기까지 하는 것이다. 지역경제의 활성화에 부심하고 있으면서도, 그 경제의 추세변화에 능동적으로 참여할 자세를 갖지 않고 그것에 역행하고 있는 것이다.

지역발전을 위한 지방정부의 역할

그 원인이 무엇인지는 확실치 않다. 새로운 추세 변화를 읽고 있지 못할 수도 있다. 그런데 이제는 그렇지는 않아 보인다. 새로운 추세는 최근 너무나도 많은 사람들이 거론하고 있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다른 원인은 지방행정을 담당하는 사람들의 사고가 전국적 정치정세에 발목을 잡혀 그것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라 볼 수밖에 없다. 경상북도는 행정수도가 충청지역으로 이전해 올 경우 경북 북부 지방의 관광자원이 새롭게 부각될 것이라는 판단을 분명히 내리고 있다. 그에 비해 대구시가 갖는 입장은 한심하기 그지없는 수준이다. 위에서 언급한 세계경제의 최근 변화를 생각한다면 대구시가 앞장서서 행정수도 이전을 적극 지지해야 하지 않겠는가.

이런 인식수준에서 대구경북연구원(DKIST)을 유치하는 데에는 성공했지만, 연구개발특구까지 대구시로 가져오겠다는 주장이 중앙에서 볼 때 과연 얼마나 설득력을 갖겠는가. 오늘날 정보통신과 교통운수 수단들이 발달한 가운데 이 좁은 국토에서 대구시와 경상북도가 별개의 행정권역으로 나눠져서 서로 경쟁을 벌이면 성취해낼 사업에 어떤 것들이 있을 수 있겠는가.

대구시로서는 대구시민들의 정치적 입장이 워낙 한 쪽으로 치우쳐있어서 대구시가 별개의 정치적 입장을 취하기가 어렵다고 하겠지만 바닥에 처한 대구시 경제의 회생을 위해 이 시점에서 무엇이 필요한지를 깊이 생각해서 앞장서서 시민들에게 설명하고, 정책화해가는 능동적 자세를 취해야 할 것 아닌가. 6월에 대구시 경제고문에 위촉된 모 씨가 한나라당을 탈당함과 동시에 대구시가 신서비스산업을 중심으로 발전시켜가야 한다고 하고, 행정수도 이전에 관해 개인적으로는 지지한다고 발언한 바 있는데, 대구시는 그 후 몇 달이 지나도록 이 부분에 관해 무슨 판단을 내렸는가.
                                                         김재훈(대구대 경제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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