복지재단의 투명도를 대폭 높여야 한다.

복지재단과 복지시설의 투명도를 대폭 높여야 한다.
윤종화(사무처장)

올해 초, 아마도 2월 초로 기억한다. 경북도청에서 지역에서 복지운동을 하고 있는 우리복지시민연합의 은재식 사무처장과 대화를 나누었다. 시온글로브 화재사건에 대한 철저한 수사를 촉구하는 기자회견을 막 끝낸 자리였다. 이런 저런 대화 중에 “연초부터 복지 분야가 들썩거립니다. 올해 할 일이 많겠습니다.”라는 말에 은재식 사무처장은 “그러게 말입니다.”로 답했다. 그 대화는 이내 사실이 되었다. 당시에 법인 소재지가 동구로 되어있던 청암재단의, 생활자 인권유린 과 공금횡령 등 부정비리 문제가 곧바로 제기되었다.

최근에는 수성구 시지동에 있는 A복지재단을 둘러싸고 갖가지 문제가 제기되어 시민단체에서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A복지재단은 대구지역에서 복지사업을 하는 대표적인 법인으로 산하에 재활원, 요육원, 자립원, 복지관 등 기관을 운영하고 있다. ‘보조금의 예산 및 관리에 관한 법률’에 따라 사회복지시설에 대해서는 시설에 대한 중축, 시설보강 등 기능보강사업을 진행하게 되는 데, 소규모 구 예산을 제외하고는 대부분 국비와 시비를 투입하고 있다. 2003년 수성구에 소재한 복지시설의 기능보강사업 총예산 대비 A복지재단에 지원된 예산의 비율을 살펴보면 총 지원시설 중 77.6%로 나타났다(우리복지시민연합 분석자료). 또한 4년 동안 지원된 예산을 분석해 보면 수성구 전체 13개 시설 중 A복지재단 4개 시설에 지원된 기능보강사업비는 75.3%로 나타나 해당시설의 지원규모로만 살펴본다면 거의 독식에 가깝다고 할 수 있다. 시민사회로부터 특혜의혹을 받을 수밖에 없다.

다음으로, A복지재단은 최근 수성구에서 동구로 시설을 이전하였는데, 시설 이전을 앞두고 10억 원 이상을 지원받아 막대한 예산이 낭비되었다는 지적과 함께 도덕성에 문제가 있다고 제기되었다. 2003년 10월 재활원 증축공사 명목으로 8억 4천여만 원을 지원받아 2004년 4월에 완공했지만, 불과 두 달 후인 6월에 동구지역으로 시설이전을 결정하였다. 건립한지 두 달 밖에 안 된 중축건물을 철거해야 할 상황이 되었다. 상식적으로, 시설을 이전하려면 적절한 부지를 확보하는 데나 지주와의 협상 등에 많은 시간이 소요되었을 것인데, 한편으로는 막대한 예산을 들여 시설 증축공사를 진행하고 한편으로는 시설 이전을 또다시 준비하는 등 도무지 이해가지 않는다.

다음으로, A복지재단은 기존 부지를 모건설사에 매각하였는데, 이 과정에서도 불법을 자행했다. 사회복지법에는 관할 기관의 허락 없이 복지시설의 매각, 담보제공 등 일체의 행위를 금지하고 있다. 그러나 A복지재단은 기존 부지를 담보로 제공하고 모은행으로부터 거액을 대출받았다. 사회복지법인 재산을 담보로 제공할 경우 5년 이하 징역 또는 1,500만 원이하의 벌금에 처한다고 규정되어 있다.

최근, 대구참여연대 등에서 지속적으로 문제제기한 사안으로서 A복지재단의 기존 부지(후적지)에 대한 지적도 있다. 후적지를 매입한 모건설사에서는 해당 부지에 고층 아파트를 건설하기 위해서 고도제한 해제를 대구시에 요청했다. 해당 부지는 2003년 11월 대구시에서 일반주거지역 종세분시 도시외곽지(개발제한구역 또는 산지형 녹지지역) 주변지역으로 분류되어 7층 이하 최고고도지구로 지정하였다. 결국 3월 18일 대구시 도시계획심의위원회에서 아무런 조건 없이 고도제한을 해제하여 25층 높이의 아파트를 지을 수 있게 되었다.
이에 대해 대구참여연대 등 시민단체는 ‘고도제한 해제의 객관적 기준’을 사전에 제시할 것과 A복지재단을 둘러싼 갖가지 의혹이 해소될 때까지라도 결정을 유보할 것을 촉구했으나, 대구시에서 강행처리한 것이다. 금번 결정은 향후 대구지역에서 심각한 상황을 야기할 수 있다. 사회복지시설 또는 학교부지에 대해서는 7층 이하 최고고도지구로 지정되어 있는데, 시설을 이전한 것이라는 이유만으로 고도제한을 해제한다면 다른 복지시설에 대해 이전 욕구를 자극하여 유사한 사례가 빈번하게 발생할 수 있으며, 결국에는 모든 사례에 대해서 고도제한을 해제할 수밖에 없는 등 개발도미노 현상이 발생할 여지가 많다. 또한 집단민원도 생길 수 있다. 예를 들어 신천 강변 양측에 대해서도 동일하게 고도제한지구로 지정하고 있는데, 해당 주민들이 고도제한 해제를 요청할 경우 객관적 기준 없이 행한 금번 결정으로 형평성 논란에 휩싸이게 될 것이다. 도시계획의 철학과 가치가 사라진 장면이라 하겠다.

최근 발생한 복지재단과 관련한 일련의 사안들은 사실 그 어느 것 하나 중요하지 않는 것이 없다. 하나의 사안만 놓고 보더라도 실로 중요한데 그 때문에 시민단체는 각 사안이 해결될 때까지 지속적인 노력을 해야 한다.

위에서 언급한 사안은 사실 대구시에서 어떻게 했는가, 어떻게 하는가에 따라서 판이하게 상황은 달라졌을 것이다. 시민사회와 시민단체에서 건설적인 대안을 꾸준히 제시하고 있으나 ‘행정은 행정기관이 알아서한다’, ‘당신들이 왜 나서느냐’는 식으로 일관하고 있는 꽁꽁 얼어붙은 행정으로는 아무 일도 이루어질 수 없다. 대구시의 책임을 묻는 글이 아니기에 위 사안에서 대구시의 잘못을 일일이 거론하지는 않겠지만, 문제 해결을 위해서 시민사회와 호흡하는 대구시의 전향적인 자세가 있어야 함을 지적고자 한다.

복지 분야에는 사명감을 가지고 묵묵히 일하시는 분들이 대부분이다. 시민단체 상근자에 못지않게 박봉 급여와 장시간 노동으로 고생하고 있다. 또한 항상 따뜻한 마음으로 타인과 사회에 대한 애정으로 살아가고 있음도 알고 있다. 복지 분야에서 비리의 문제가 발생할 때마다 마음 아픈 것은 이들과 더불어 또 시설 생활자가 있기 때문이다. 개별 사안을 넘어서는 대책이 필요하다. 대구시 산하에 ‘복지법인 민주적 운영을 위한 시민위원회’ 등을 구성하여 복지법인의 투명성과 민주성을 높여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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