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논평] 시립뮤지컬극장 관련 이재녕 시의원 의견에 대한 반론

시립뮤지컬극장 관련 이재녕 시의원 의견에 대한 반론

대구시의회 문화복지위원회 이재녕 위원장의

‘시립뮤지컬전용극장 건립용역에 대한 의견’에 대한 반론

대구시의회 문화복지위원회 이재녕 위원장의 ‘시립뮤지컬전용극장 건립용역에 대한 의견’을 언론보도를 통해 확인하였다. 우리는 문화예술에 대한 산업적인 논리와 토목중심적 사고에 큰 우려를 표명하며 이 위원장의 의견에 반론한다.

 

1.이 위원장 의견 중 ‘순수예술과 대중예술의 구분은 이 시대에 무의미한 것으로 뮤지컬을 이윤을 추구하는 기업집단에서 제작하여야 한다는 것에 이의를 제기한다’는 부분에 대해

– 문화자본이 집적된 초대형 문화상품에 대한 시민혈세 투여는 신중해야 한다. 블록버스터 영화제작이나 걸그룹 육성에 세금을 쓰지 않는 것처럼 민간사업자들이 최고의 전문가들을 고용하여 뛰어드는 대표적인 예술시장에 대구시가 끼어들겠다는 발상은 정부와 기업의 역할을 혼돈하는 것이다. 대구시는 ‘문화산업’ 논리에 입각하여 뮤지컬제작지원과 뮤지컬축제에 많은 예산을 투여하였던 선택을 더 늦기 전에 되짚어봐야 한다.

 

2.‘대구시가 정책에서 추진해온 순수예술은 수익을 창출하기 어렵다는 논리로 거의 대부분 시민들의 세금으로 충당해야 하지만 뮤지컬전용극장의 경우 200~300억원의 예산만으로 건립이 가능하고 상시 공연으로 인해 대구시가 운영비를 보조하지 않아도 흑자운영이 가능한 문화공연시설’, ‘현재 추진 중인 뮤지컬전용극장은 상시 공연을 위한 중규모’라는 부분에 대해

– 시립뮤지컬극장에 대한 논쟁의 핵심은 순수예술과 대중예술의 대립이 아니라 초대형 문화상품과 지역의 저변예술의 공존모색에 있다. 대구시가 할 일은 문화예술 생태계의 포식자 자리를 공고히 하고 있는 초대형 문화상품의 틈새에서 고군분투하고 있는 지역 문화예술계의 성장 지원으로 옮겨가야 한다.

지 역 문화생태계에 대한 면밀한 검토없이 시설을 짓고 보는 토목중심적 문화예술정책도 문제다. 대구 문화예술단체나 예술인들이 대구문화재단을 통해 지원받는 예산이 사업건당 평균 삼백만원 정도일진데 뮤지컬전용극장 건립비용 200~300억원이 적은 예산이라고 하는 것은 공감하기 어렵다.

인 프라에 대한 투자방향도 재점검하여야 한다. 현재 대구에는 지자체에서 운영하는 문화기반시설 외에도 천마아트센터, 계명아트센터, 경북대대강당(현재 개보수중) 등 뮤지컬을 상연할 수 있는 중대형 극장들이 상당수 존재한다. 따라서 거액의 예산으로 문화기반시설을 신축하는 것보다는 활용도가 낮아 만성적자에 시달리고 있는 지자체의 기존 시설들의 활용도를 높이고, 이미 꾸준한 홍보와 공연유치로 인지가 높은 민간공연시설들을 활용한다면 투자 효율성은 더욱 높을 것이다.

 

3.‘대구가 수도권을 제외하고는 가장 많은 뮤지컬 관련 인적, 물적 인프라가 구축돼 있다.’, ‘시립뮤지컬극장은 대구시 산하 문화공연, 전시시설 중 가장 최소의 지원으로 공연수입만으로 운영되고 유지할 수 있는 유일한 것이라고 장담할 수 있다.’는 부분에 대해

– 예술을 다른 사업과 같이 당장 투자한 금액을 회수하는 하나의 사업으로만 바라보는 시선은 안타깝기 짝이 없다. 문화산업 역시 문화예술이 우리 사회에 영향을 끼치는 부분이긴 하나 예술의 역할은 미와 철학, 치유와 창의, 공동체의 영역까지 광범위하게 자리하고 있다. 대구시의회의 문화산업에 대한 편향적 시선을 재고하기를 바란다.

대 구는 뮤지컬축제의 지속적인 개최를 통해 많은 관객들을 확보해내긴 했지만 이는 상업제작, 대형문화상품의 시장적 가능성을 점검하는 수준이다. 오히려 문화예술 생태계의 건전성을 담보해내는 지난하지만 꼭 필요한 기초 저변예술에 대한 지원을 등한시하고 지역예술인들에게 상대적 박탈감을 느끼게 하는 이면도 존재했다. 진정한 문화산업 인프라의 형성은 하나의 시설로 손쉽게 형성되는 것이 아니라 기초예술과 생활예술을 육성, 선순환적 문화예술 생태계 확보를 통해 가능해 질 것이다.

 

4.‘대구의 새로운 관광 인프라가 될 수 있을 것’이라는 주장에 대해

– 뮤지컬은 대구에서만 볼 수 있는 독특한 문화공연이나 현상이 아니라 대도시는 물론 중소도시에서도 상연이 가능한 공연인데, 중규모 뮤지컬전용극장이 관광인프라로 자리매김한다는 상상은 안타까움을 자아낸다.

지 금까지 대구시가 문화산업적 시각에서 진흥해온 오페라, 뮤지컬, 게임 등은 이미 전세계가 공유하고 있는 독특하지 않은 소재들이다. 이미 성공을 거듭하고 있는 소재들을 가져와 관련시설 구축과 축제개최를 통해 대구만의 인프라로 삼는다는 발상은 전혀 신선하지 않다. 오히려 지역의 문화저변의 가능성을 발굴해내기 위한 적극적인 노력과 더 많은 시민들의 참여를 이끌어 낼 수 있는 기발한 소재를 발굴하기 위해 노력해야 한다. 예를 들어 뮤지컬 축제만해도 소극장뮤지컬로 수정한다면 기존의 뮤지컬과 차별화를 꾀할 수 있을 것이다.

 

2013년 2월 7일

(사)한국민족예술단체총연합대구지회, 대구참여연대

 

– 문의: 민예총 사무처장 한상훈/ 010-3273-1382

대구참여연대 정책국장 강금수/ 010-3190-53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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