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동성명] 기륭전자투쟁 지지 단식농성에 들어가며

기륭전자투쟁 지지 단식농성에 들어가며

기륭전자투쟁 지지 연대를 위한
대구지역 시민사회단체 릴레이단식농성에 들어가며

오늘로 기륭전자 노동자들의 투쟁이 1,091일, 농성 1,037일, 단식 투쟁 69일에 이르고 있다.
죽는 것 빼고 안 해본 것이 없다는 기륭전자 비정규 여성노동자들의 투쟁의 출발에는 문자로 해고당하고, 이야기한다고 해고당하는 비인간적인 일터, 불법으로 파견노동자를 채용하고서도 벌금 오백만원으로 불법을 눈감아주었던 기륭전자의 배후가 있다.
또한 우리 사회의 무관심함은 이들로 천일을 넘게 싸울 수밖에 만들었으며, 죽어서 들어가는 관을 옆에 두고 목숨을 건 투쟁을 하도록 만들었다.
이 시각에도 올림픽에 열광하며 울려 퍼지는 애국가에 가슴 뭉클할지언정, 우리 사회의 저 밑바닥에서 그 힘겨움에 소리치는 진실의 목소리를 외면해왔던 것은 기업주, 노동부, 정부의 이름으로 자행된 학살에 동조한 것 다름 아니다.
기륭투쟁은 우리 사회가 야만의 사회임을 알려주었고, 그 야만을 이길 수 있는 희망을 몸으로 보여주었으며, 부끄러운 우리의 모습을 보게 해주었던 것이다.

기륭에서 일해 왔던 노동자들은 저임금의 여성 비정규직 노동자이다.
이 땅에서 저임금으로 산다는 것, 여성노동자로 산다는 것, 비정규직으로 산다는 삼중고의 차별을 조금이라도 벗어나고자 노조를 만든 것이 그렇게도 천형(天刑)이란 말인가?
불법 판정을 지키라고, 일하며 겪는 수모를 견디기 힘들어, 언제 잘릴지 모르는 불안을 줄여 보겠다는 지극히 정당하고 소박한 마음으로 3일 파업하면 될 줄 알았다던 노동자들을 이렇게 천일을 넘게, 사경을 헤매는 단식의 상황으로 몰아넣는 단 말인가?
법이 비어 있는 곳, 법이 잘못된 바로 그 곳에서 기륭 노동자들은 이렇게 긴 기간 고통의 세월을 보내고 있다, 허울뿐인 비정규직 보호법이 보호는커녕 오히려 노동자들을 길거리로 내몰았으며, 기업에게 면죄부를 주었던 것이다.

기륭전자 1,100여일을 되돌아보자. 회사는 계약해지라는 이름으로 비정규직노동자들을 해고했고, 불법파견 판정을 받고도 이를 직접고용 정규직화로 시정하기는커녕 대량해고를 계속 이어 나갔다. 회사가 한 일은 비정규직이란 이름으로 해고시키고, 노조를 했다는 이유로 해고시킨 일 외에 도대체 무엇을 했단 말인가?
올 해만 들어서도 5월 11일에 서울 시청 18m 조명탑 고공농성, 5월 14일부터 1,000일 투쟁맞이 8일간의 사회공동행동, 5월 26일 – 6월 11일까지 구로역 30m CC카메라탑 고공농성, 6월 11일부터 공장옥상점거 집단무기한 끝장 단식에, 6월 28일 1,045인 하루동조 단식단 시청 투쟁, 7월 4일 국회 한나라당 원내대표실 점거농성까지…. 이루 말로 다할 수 없는, 모두가 기네스북에 기록될 투쟁들이었다.
그러나 죽는 것 말고는 다 해보았다는 기륭노동자들의 절규를 비웃기라도 하듯, 회사는 고공농성에 들어가면 교섭자리에 나왔다가 투쟁이 끝나면 뒤 짚어 버리는 야수의 모습으로 70일째 곡기를 끊고 누워있는 야윌대로 야윈 35kg 여성 노동자를 죽음의 사지로 몰아넣고 있는 것이다.

기륭전자 투쟁은 출근길 두 사람 중에 한 사람은 비정규직이라는 심각한 현실과 이명박 정권의 기업프렌들리 정책을 핵심적으로 가로지르는 사안으로서 한 공장을 넘어서는 우리 사회 수많은 일터에서 횡행하는 불법 파견의 문제를 세상에 드러내었다.
이는 불법 파견이 인정되면 직접고용 정규직화 하라는 것이다. 파견이 불법으로 인정되었는데 이에 대한 책임이 500만원 벌금이라면 도대체 누가 그 저임금에 맘대로 해고할 수 있는 노예 노동을 마다한단 말인가. 이것이 비정규직을 확산시키고, 기업프렌들리만 믿는 기업주들의 배짱을 키워주는 것 아니고 무엇인가?

기륭전자 노동자들의 피맺힌 절규는 살아있는 이 시대의 큰 울림이다. 늦었지만 이제서야 그 울림에 공명(共鳴)하고자 한다. 배고픔의 힘듦 보다는 야만의 세상을 바꿀 수 있다는 즐거움으로 동행하는 릴레이단식농성은 지역을 넘나드는 투쟁 사례로서 대구지역 사회운동에도 건강한 힘을 줄 것이다.
대구지역 시민 사회단체들은 그간의 무관심했던 부끄러움을 한 점도 버리지 않고, 진실을 외친 채 꺼져가는 생명을 살리고, 노동자들에게 광우병인 비정규직을 없애는 길에 함께하고자 한다. 이 동행이 지역적으로는 작은 움직임이지만 전국적으로 퍼져가는 들불이 되리라 믿는다.
이 시각에도 거리를 헤매며 싸우고 있는 KTX, 뉴코아-이랜드, 코스콤 노동자들이 우리 눈에 밟힌다. 야만의 사회에 물음을 던져 본다. 왜 그들이 비정규직이 되었나? 왜 그들의 다수가 여성노동자들인가?

-. 불법 판정 어디 갔나? 불법 파견 노동자들을 정규직화하라!
-. 부당 노동행위, 노조 탄압 이제 그만, 성실 교섭으로 합의안을 이행하라!
-. 기륭 투쟁을 통해 확인됐다. 비정규직 양산하는 비정규악법 철폐하라.
-. 기륭문제 해결 없이 집권당 자격 없다. 한나라당은 기륭문제 해결에 책임지고 나서라!

 

2008년 8월 18일

비정규직 철폐를 위한 대구지역 공동대책위원회

기륭전자 투쟁 지지 연대를 위한 릴레이단식농성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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