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견서] 장대환 총리지명자에 대한 인사의견서

Ⅰ. 전 문

○ 기업경영자의 총리지명

‘매경 성공신화의 주인공’ ‘지식기반경제의 전도사’ — 장대환 총리지명자를 지칭하는 수식어들이다. 청와대는 장 총리지명자에 대해 ’21세기 세계화 시대에 부응하는 참신하고 비전을 가진 CEO이자 탁월한 국제감각과 역동적 리더십을 가진 분으로서 경영능력, 개혁성, 추진력을 겸비하고 있다’고 평가하며 ‘지식기반경제와 정보화를 선도해 온 분으로서 한국경제를 안정적으로 발전시키는데 큰 기여를 할 것’이며 ‘정치적 중립성을 확고히 하여 국정을 안정적으로 마무리 할 수 있을 것’이고 밝혔다. 청와대가 이처럼 50대의 기업경영인을 총리후보로 지명한 것은 아무래도 파격적이다.

장대환 총리지명자와 같이 한국에서도 이제 정치권에 진출하거나 고위공직자에 임용되는 기업출신 인사들이 늘어나고 있다. 기업경영과정에서 보여준 탁월한 경영능력을 국정운영에 접목시킬 수 있다면 국가발전에 상당한 기여를 할 수 있을 것이다.

다만 기업인들이 정치 행정분야 진출이 늘어남에 따라 연고기업이나 업계의 이해와 관련된 정책결정에서 배제할 수 있는 통제장치의 필요성도 높아지고 있다. 기업인들의 정치권진출이나 공직자임용이 자연스러운 미국의 경우 이러한 ‘이해상충의 회피’를 위한 제도적 보완장치가 확실하게 마련되어 있다는 점에서 우리와 상당한 차이점을 발견할 수 있다. 즉, 공직자 임용시 보유주식의 매각을 권고하거나 보유재산을 대리인에게 맡기고 절대 간섭하지 못하게 하는 ‘블라인드 트러스트’ 제도와 같은 것들이 그것이다.

실례로 대표적인 언론사 최고경영자로서 뉴욕시장에 당선된 블룸버그의 경우 뉴욕시 윤리위원회가 블룸버그통신사의 최고경영자자리에서 물러나도록 하고 해당기업에 이익이 돌아가는 어떤 형태의 의사결정에도 참여하거나 간여할 수 없도록 한 조치들은 우리에게 시사하는 점이 크다.

○ 엄정한 잣대와 철저한 검증이 필요한 인사청문회 – 남성과 여성에게 이중잣대를 적용한다는 비판을 불식시켜야

기업경영에서 능력을 보여주었다 해서 그것이 곧바로 국정수행의 능력과 자질로 등치 될 수는 없을 것이다. 따라서 장대환총리지명자에 대한 인사평가 과정도 과거 장상총리지명자와 똑같은 엄정한 잣대를 적용하여 과연 국무총리로서의 자질과 능력을 갖추었는지 철저한 검증이 필요함은 두말할 나위가 없을 것이다.

그러나 장대환 총리지명자의 인사청문회를 맞이하는 정치권과 언론의 태도는 장상총리지명자의 인사청문회 때와는 현격하게 차이가 있음을 지적하지 않을 수 없다. 이미 장대환 총리지명자에게 제기되는 의혹의 수준은 인준이 거부된 장상씨와는 비교가 되지 않을 정도로 많고 중하다.

만약 언론이 장대환 총리지명자가 언론인 출신이라는 점을 감안하여 제기되는 의혹에 대해서 철저하게 파헤치려는 노력을 게을리 했다면 동종업계 감싸기라는 비판이 제기될 수밖에 없으며 ‘장상씨의 경우 단지 여성이라는 이유로 언론이 지나치게 흔들어 결국 낙마했다’는 여성계의 주장이 정당성을 얻을 수 있음을 상기해야 할 것이다.

또한 국회와 각 정치권이 연속해서 총리인준을 거부했을 때 생기는 정치적 부담을 고려하여 인사청문회와 표결을 인준을 위한 요식절차로 전락시킨다면 국회의 권위를 스스로 무너뜨려 결국 정치권 전반이 냉소와 조롱의 대상이 될 수 밖에 없음을 명심해야 할 것이다. 참여연대는 장상씨에게 적용했던 검증의 잣대나 인준투표 부결의 기준을 장대환 총리지명자에게도 동일하고 엄격하게 적용되어야 함을 재차 강조한다.

Ⅱ. 인사평가의 기준

참여연대는 그동안 국무총리 인사평가에 있어서 국정수행 및 통합조정능력, 민주주의에 대한 소신과 개혁성, 도덕성과 신뢰성 등 세가지 기준을 제시하고 국정의 최고위 책임자로서 당연히 이 세가지 기준 모두에 합당한 인사가 총리로 임용되어야 함을 누차 강조해왔다. 장대환 총리지명자의 인사 평가 의견도 동일한 기준에 따라 작성되었음을 밝힌다. 인사평가의 기준은 아래와 같다.

1. 국정수행 및 통합 조정 능력

국무총리는 다양한 국민의 요구와 이해관계를 수렴하고 정부 각 부처의 업무를 조정, 총괄함으로써 국정운영 전반을 책임지는 역할을 부여받고 있다. 특히 이번에 임명되는 총리는 사실상 김대중 정부의 마지막 총리로서 그 동안 추진되어온 각종 정책을 원만하게 마무리해야 한다는 점이나 소위 레임덕 현상으로 인한 최근의 국정 난맥상을 고려할 때 통합, 조정능력이 더욱 절실히 요구되고 있다.

이를 위해서는 폭 넓은 시각과 정치적 판단력, 민주적 사고와 원칙에 투철한 자세를 갖추어야 할 것이다. 더불어 이번에 임명될 국무총리의 경우, 12월 대통령선거를 공정하고 중립적으로 치뤄낼 선거관리내각을 이끌 임무를 갖기 때문에 정치적 중립성을 갖추는 것이 중요하다.

2. 민주주의에 대한 소신과 개혁성

민주화와 개혁은 오랜 군사독재기간과 IMF 경제위기를 거치면서 형성된 국민적 합의이며, 국민의 정부를 표방한 현 정부의 존립기반이다. 따라서 국무총리는 민주주의에 대한 신념과 개혁에 대한 의지가 투철한 인사로 임명되어야 한다. 이는 총리 지명자의 역사의식, 민주주의에 대한 소신, 그리고 각종 개혁정책에 대한 태도를 통해 검증되어야 한다.

3. 도덕성과 신뢰성

도덕성과 신뢰성은 공직자의 가장 기본적인 요건이다. 특히 대통령의 자제들을 비롯한 권력층 인사들의 부정부패로 인해 국정 전반에 대한 불신이 팽배해 있는 만큼 새로운 국무총리는 국정을 일신하고 국민들의 신뢰를 회복하기 위해 그 어느 때보다 높은 도덕성과 신뢰성을 갖춰야 할 것이다. 또한 장상총리지명자의 국회인준이 거부되었던 것이 총리지명자가 각종 의혹에 대해 그 해명과정에서 보여준 도덕성과 신뢰성의 상실을 반영한 것이라 할 수 있으며 이는 이는 고위공직자의 기본요건으로서 도덕성과 신뢰성의 중요성을 다시 한 번 확인시켜준 결과라 할 수 있다.

Ⅲ. 인사평가

1. 국정수행 및 통합조정능력

○ 경영능력과 선진적인 국제감각

매일경제신문사는 IMF 경제위기를 거치면서 국내 모든 신문매체를 통틀어 유일하게 흑자 기조를 유지하는 동시에, 신문 부수가 가파르게 늘어나는 사세 확장에 성공했다. 이를 주도했던 사람이 장대환 총리지명자였으며 그의 리더쉽에 대해서 연구한 석사학위 논문도 있다.

더불어 장대환 총리지명자와 매일경제신문은 21세기는 지식경제가 선도함을 강조하고 한국경제의 생존의 활로는 바로 이러한 지식경제기반을 쌓는 것임을 주장해왔으며 이를 ‘세계지식포럼’ ‘비젼코리아 캠페인’ 등으로 구체화하여 국내 경제계, 학계에 신선한 충격을 주기도 하였다.

이러한 배경에는 매경이 블룸버그, 파이낸셜타임즈, 월스트리트저널, 니케이, 아시아 위크 등 해외의 유수한 매체들과 국제적 네트워크를 맺어왔다는 점, 장대환총리지명자 스스로가 세계경제포럼(World Economic Forum), Financial Times 뉴 미디어 방송 컨퍼런스 등 국제회의에 적극 참석해왔다거나 국제적 석학과 전문가들과의 교분을 통해 국제적 감각을 키워왔던 점이 그 배경이 되었다고 한다. 따라서 장총리지명자의 이러한 국제적 감각과 경영능력에 대해서는 평가할 수 있다.

○ ‘탁월한 경영능력’의 실체에 대한 논란

그러나 매일경제신문의 성공의 이면에는 부작용 또한 많았음을 간과할 수 없다. 장 총리지명자는 88년 매일경제 대표이사 사장으로 취임한 이래 각종 간부회의 석상과 신년사 등을 통해 전 직원의 비지니스 마인드를 강조해왔다.

‘적자를 내는 기업은 기업이 아니다’라는 원칙 아래 기자를 포함한 모든 사원이 회사의 수익구조에 항상 관심을 가져야 한다고 주장해온 것이다. 그러나 비지니스 마인드의 지나친 강조가 기자 본연의 의무를 소홀하게 만든다는 지적과 함께 공익적 성격을 지닌 언론사 경영에서 사적 이윤추구만을 앞세우는 것은 언론사 경영의 정도에서 벗어난 것 아니냐는 지적도 있다.

실례로 언론감시를 전문으로 하고 있는 ‘미디어오늘’의 기사에 따르면 1997년 2월 매일경제신문이 광고수주를 위해 특집판을 별도 제작 배포하는가 하면 특정기업에 대한 보복성 기사를 게재하는 등 지면을 광고수주에 동원해 물의를 빚은 적이 있었다.

또한 1999년에는 매일경제신문이 삼보컴퓨터 비판 기사를 잇따라 게재한 것과 관련 광고단가 인상 요구를 관철시키기 위한 것 아니냐는 의혹이 제기된 적도 있었다. 또한 2000년 6월에는 대전 정부 제3청사에 출입하는 매일경제 김완묵 기자가 광고 직원과 함께 다니며 광고를 수주해 물의를 빚었으며, 2002년 3월에는 <신용카드가 망치는 신용사회> 시리즈에서 5차례에 걸쳐 카드사들의 현금서비스 위주의 영업, 불법 가두 회원모집의 실상, 카드사들의 회원 유치를 위한 출혈경쟁 등의 행태를 고발하다가 갑자기 <내 친구 신용카드>라는 제목으로 8면에 걸쳐 기획된 광고성 특집을 다루기도 했다. 이러한 무리한 광고와 광고특집기사는 기업에 대한 언론의 독자성과 비판성을 심각하게 훼손시킨다는 비판과 함께 언론사로서의 우월적 지위를 이용한 광고영업이라는 지적을 받아왔다.

또한 매경은 윤태식 패스21 주식을 보유한 언론인 25명 가운데 5명을 차지, 숫자 면에서 ‘랭킹 1위’를 차지했으며 구속자 숫자에서도 전체 구속 언론인 4명 가운데 2명을 차지해 역시 랭킹 1위를 차지했다. 또한 1999년 3월에는 다음커뮤니케이션 측에 수차례 전화를 걸어 주식을 달라고 요구했던 매경TV PD의 사례가 문제시된 적이 있었다.

이는 물론 기자 개인의 도덕적 타락이라고 할 수 있겠지만 일부 언론에서는 ‘이러한 사건의 원초적 원인제공자가 다름아닌 매경의 경영진일 수도 있음’을 지적하고 있다. 즉 매일경제신문의 경우 기자의 급여가 동종업계보다 적고 기자들의 비즈니스마인드를 강조하며 협찬이나 광고 등의 사업실적에 따른 인사고과제도를 운용해왔던 것도 그 원인이 되었던 것 아니냐는 지적이다. 언론의 공익성에 대한 추구와 기자개인의 윤리성을 강조하기보다는 비즈니스마인드와 기업 이익의 강조가 낳은 부작용일 수 있다는 점은 분명히 짚어져야 할 것이다.

더 나아가 매경의 경우, 언론사라는 우월적 지위를 이용해 사업을 확장해왔다는 지적을 받고 있다. 2000년 매일경제신문이 비전코리아 사업의 일환으로 추진했던 세계지식정상회의와 세계지식포럼을 ASEM정상회의 공식일정에 포함시키기 위해 과다한 로비를 하고, 이 사업의 재원을 조달하기 위해 기업체에게 거액의 협찬을 요구해 물의를 빚은 적이 있으며, 2001년에는 기업으로부터 1천만원 이상의 연회비를 받고 수차례 무료광고를 내주는 우량기업회원제모집을 위해 기자들을 동원하는 관행이 문제가 되었다.

또한 2002년 4월 매일경제신문이 미시간대학과 손잡고 실시해 온 경영학석사(MBA) 과정이 교육인적자원부 장관의 설립인가를 받지 않고 실시하였기 때문에 불법인 것으로 밝혀졌다. 회사의 사업을 확장하기 위해 언론의 힘을 이용하고 기자들까지 동원하는 행태, 적법한 절차를 무시하는 행태는 언론사의 도덕성에 치명적인 문제라 할 수 있다.

○ 기업경영에 있어서 부당노동행위

매일경제신문의 경우 97년 일방적인 구조조정과정에서 사실상의 강제해고가 이뤄졌으며 매경TV의 경우는 노동조합 결성과정에서 조합원 탈퇴강요 등의 부당노동행위가 있었다는 증언이 있다. 당시 두 기업의 최고경영자로서 이러한 노동자에 대한 일방적인 희생을 강요하는 구조조정이나 부당노동행위에 대해서는 상당한 책임이 있다고 하겠다.

더구나 기업가, 경영자의 입장과 달리 국무총리는 노사 어느 일방의 이해만을 대변하는 것은 심각한 문제라 할 수 있다. 이와같은 과거 기업경영과정에서 보여주었던 반노동자적 경영태도가 국정에 그대로 반영된다면 ‘노사간의 화합을 통한 경제발전’은 기대하기 어려우며 오히려 노사간의 극한적 대립의 계기가 될 수 있음을 지적하고자 한다.

○ 소결
기업가와 공직자는 각자 기업과 국가를 운영하는데 있어 서로 목표, 가치, 방법이 다르기 때문에 기업경영능력을 곧바로 국정수행능력으로 등치시킬 수는 없다. 더구나 장 총리지명자의 경우 언론사 경영에 있어서 언론의 공익적 성격을 도외시하고 경영 마인드를 지나치게 강조하다보니 법적으로도 문제가 되는 무리한 사업확장, 구성원들의 도덕적 해이가 야기되었다는 지적도 있다.

따라서 공무원들의 청렴의 의무를 강조해야할 총리로서 국정운영에 있어 무리하게 경영마인드를 접목시키다보면 오히려 부정적 효과를 낳을 수 있다. 이러한 경영마인드는 공공의 이익을 앞세우고 민주적 절차를 중시해야 하는 국정수행과는 그 원칙과 방법에서 매우 큰 차이가 있기 때문에 국정수행에 오히려 역효과를 가져올 수 있음을 우려한다.

2. 민주주의에 대한 소신과 개혁성

○ 헌법상의 민주적 절차에 대한 확고한 인식 부족

참여연대는 국무총리 서리제도가 우리 헌법상 존재하지 않으며 따라서 총리 지명자가 국회의 임명동의를 받기 전에 ‘서리’로서 직무를 수행하는 것은 명백한 위헌이며 국회의 권위를 무시하는 반의회적 태도임을 누차 지적해왔다.

장상 총리지명자의 소위 ‘서리’기간 동안 처리한 업무가 과연 적법한 것이냐는 논란이 있는 지금, 장대환 총리지명자가 사실상의 총리직을 수행하고 있음은 심각한 문제가 아닐 수 없다. 이는 헌법상의 민주적 절차에 대한 불철저한 인식을 드러낸 것으로서 삼권분립에 기반한 균형과 견제라는 헌법정신에 정면으로 배치되는 태도이다.

○ 재벌개혁에 소극적인 매일경제신문의 보도태도

매일경제신문의 경영방침 중 하나가 기업친화적 태도를 강조하는 것임은 이미 알려진 사실이다. ‘구속되는 재벌 총수’ ‘재판정에 서는 기업 경영인’들의 사진은 싣지 않는 것이 보도의 원칙이라고까지 알려져 있다. 언론감시단체들은 매일경제신문이 삼성, 현대 등 재벌그룹, 특히 재벌그룹의 오너 일가와 관련된 사건을 축소보도한 사실을 여러 차례 지적한 바 있다. ‘미디어오늘’에 적시된 사례를 보면 다음과 같다.

▷ 2001년 12월 27일 부실경영의 책임을 물어 삼성전자 전·현직 이사들에게 900여억원을 법인에 배상하라는 이례적인 법원판결이 나왔는데 매일경제신문은 가판에서는 이같은 판결 자체를 아예 보도하지 않았고, 배달판에서는 사회면 2단으로 이를 보도하는 한편 이건희 회장의 75억원 배상에 대해서는 전혀 언급하지 않았다.

▷ 삼성 이재용씨의 사모전환사채 취득을 통한 편법 상속 문제와 관련하여 1996년 6월 17일자 주간매경에서 사모전환사채 취득을 통한 재용씨의 에스원 주식 매입과 주가 동향 분석을 통해 처음 제기됐었다. 그러나 매일경제신문은 당시 삼성그룹 비서실 등의 요청을 받아들여 일부 배포까지 끝난 주간매경을 폐기처분하고 두쪽에 걸친 에스원 주가 관련 기사를 드러내는 대신 삼성광고를 게재해 재발행했다.

▷ 1999년 4월 9일 금감위가 현대전자 주가조작 사건을 발표하였으나 매일경제는 사건이 외부에 알려진 9일, 현대 주가조작 관련 사실을 일체 보도하지 않았다.

▷ 1996년 8월 26일 전두환·노태우 두 전직대통령의 1심 선고공판에서 재벌 총수 4명이 실형선고를 받은 것과 관련, 매일경제신문은 27일자 신문에서 재벌총수에 대한 실형 선고 해설기사를 크게 보도하면서 기사의 제목을 ‘경영의욕 추락 경기회복 찬물’이라고 뽑은 데 이어 기업신용도 추락 해외활동 위축 등을 부제목으로 하는 등 경제계의 일방적인 목소리만을 크게 부각시켰다.

○ 소결 – 장 총리지명자 재벌개혁 의지 있는지 의심

위에서 열거한 사례들은 장총리지명자가 최고경영자로 있던 매일경제신문의 보도태도가 공공의 알권리보다 경영인, 특히 재벌그룹 오너와의 우호적 관계를 우선적으로 고려하고 있음을 단적으로 보여주는 것이며 이는 장총리지명자와 무관하다 할 수 없다. 따라서 총리로서 이런 관점을 계속 유지한다면 현정권이 추진하는 재벌개혁의 완성에 철저할 수 있을지 의문이다.

또한 매일경제신문은 재벌개혁으로 도입되었던 각종 정책을 후퇴시키자는 재계의 주장에 적극 동조해온 것으로 알려져 있다. 특히 작년 5월부터 재계의 규제완화 주장이 집중적으로 제기된 이후 매일경제신문 또한 규제완화를 적극 주장하였으며, 증권집단소송제 도입 등에 있어 현 정부와 다른 견해를 여러 차례 밝힌 바 있다. 따라서 만약 장총리지명자의 경제정책도 매일경제가 밝힌 입장과 동일하다면 현정부의 개혁정책과 정면으로 배치되는 것이므로 현정부 하에서의 국무총리 임용이 정당한지 의문스럽다.

3. 도덕성과 신뢰성

○ 재산신고와 해명이 부정확한 이유는 무엇인가?

장대환총리지명자는 16년간 총 56억여원의 재산을 취득했으며 신고한 재산총액은 토지의 경우 국세청 공시지가, 비상장 주식은 액면가 또는 취득가액 기준으로 작성되었으므로 시가를 기준으로 할 경우 실제 재산액수는 이보다 훨씬 많을 것으로 추정된다.

재산의 많고 적음이 문제가 될 수는 없을 것이지만 그 형성과정이 적법했는지, 납세의무를 다했는지에 대해서는 분명하게 밝혀져야 한다. 그런데 장대환총리지명자가 애초 신고한 재산내역 중 사실과 다른 점들이 밝혀져 의혹이 증폭되고 있다.

첫째, 총 9건의 부동산 취득경위와 관련하여 당초 총리실의 해명에 따르면 장 총리지명자와 배우자가 보유하고 있는 “부동산 중 절반 정도는 상속받았다”고 밝혔지만 문화일보 8월 16일자 기사에 따르면 이와 달리 장 지명자의 부동산 9건 중 8건이 상속받지 않고 직접 구입한 것으로 알려졌다.

둘째, 경기도 가평군 별장과 관련하여 토지만 재산신고에 포함되어 있으며 싯가 1억원 상당의 별장건물은 신고에서 누락시켰다.

셋째, 동아일보 8월 19일자 보도에 따르면 장 총리지명자의 부인 정현희(鄭賢姬)씨와 장모 이서례(李瑞禮)씨가 공동 소유하고 있는 서울 성북구 안암동5가의 빌딩(대지 403㎡, 건물 1457.85㎡)의 경우 당초 부인의 이 빌딩 소유지분을 밝히지 않은 채 가액을 1억8212만원이라고 신고했다.

장 총리서리는 이 빌딩의 가액이 지나치게 낮다는 언론의 지적에 대해 “부인의 소유지분은 7분의 1밖에 안 돼 액수가 적다”고 해명했으나 등기부 확인 결과, 부인의 지분은 대지의 7분의 1, 건물의 2분의 1로 나타나 해명과 다른 것으로 나타났다. 이에 따라 건설교통부가 고시한 공시지가와 국세청의 기준시가를 적용해 이 빌딩의 가액을 산정하더라도 최소한 1억8871만원을 축소해 신고한 것으로 추정된다.

넷째, 한빛은행 대출자금의 용도와 관련된 사항이다. 장 지명자 부부가 우리은행에서 대출 받은 38억 9천 만원에 대해서 8월13일 장 지명자 측은 이 대출금을 “매경TV등의 경영권 유지를 위해 주식을 매입하는데 사용했다”고 해명했으나 장 지명자가 대출을 받은 시점은 2002년 3월 21일 이후로 확인되었고, 그 후 매경TV와 매경인터넷(주) 등 매일경제신문의 주요 자회사의 장 지명자 지분에는 변화가 없는 것으로 나타나 사실과 다른 해명을 했음이 드러났다.

이에 대해 장 총리지명자는 다시 “93년 매경TV 설립 때 대주주의 지분을 확보했었다가 모양새가 좋지 않다는 지적에 따라 올 3월 은행에서 대출받아 가지급금을 갚았다”고 1차 해명을 번복했다. 그러나 이 것 역시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공개된 최근 3년간의 매일경제신문의 감사보고서를 확인한 결과, 가지급금 거래는 의무적으로 공시해야 함에도 불구하고 장총리지명자와 매경 사이에 매출 및 매입이나 채권, 채무관계가 전혀 없는 것으로 나타났다. 감사보고서만 놓고보면 두 번째 해명 역시 사실과 다르다.

이와 같은 사실과 다른 재산신고와 그에 따른 말바꾸기는 장총리지명자의 도덕성을 의심케하고 신뢰성을 크게 훼손하고 있다. 뿐만 아니라 이는 심각한 법률적 문제도 야기하고 있는데 먼저 장 총리지명자가 재산등록을 허위로 신고한 것이 사실이라면 현행 공직자윤리법상 경고 및 시정조치나 2000만원 이하의 과태료가 부과되어야한다.

또한 매일경제신문과의 가지급금 거래내역을 감사보고서에 기재하지 않았다면 주식회사의외부감사에관한법률(약칭 ‘외감법’) 제20조와 기업회계기준 제87조에 따라 3년 이하의 징역 또는 3천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하도록 되어있다. 이러한 벌칙은 상법 제635조제1항에 규정에 나와있는 ‘업무집행사원’ 즉 매일경제신문의 사장인 장대환총리지명자에게도 역시 부과되는 것이다.

○ 도덕성 청렴성 시비

1) 부동산 투기 의혹

장 총리지명자와 배우자 정현희씨의 경우, 부동산투자와 관련해서는 전문가들조차도 감탄할만큼 탁월한 감각을 발휘했다고 평가된다.

먼저 장 총리지명자는 82년 제주 서귀포시의 임야 630여평을 매입했다. 당시 장총리지명자는 군복무중이었으므로 토지를 구입할만큼 충분한 경제력이 있었다는 점에서 자금출처가 의심스러우며 부동산전문가들에 따르면 80년부터 83년까지 서울의 갑부들이 제주도 땅을 구입하는 것이 일종의 유행일 정도로 투기의 대상이 되고 있었다는 점은 참고할 만하다.

둘째, 86년 매일경제신문에 입사한 뒤 87년 4월에 김제군 소재 토지 675평을 매입했다. 장 지명자가 이 땅을 매입할 당시 외지인의 농지소유 제한은 없었던 것으로 알려졌지만, 현지 주민들은 옥산동 산정마을이 87년 투기바람이 불어 서울사람들이 대거 땅을 매입했다고 증언하고 있다.

또한 같은 해 10월 매입한 배우자 명의의 충남 당진군 송악면 임야 1600여 평은 서울 압구정동에 거주하는 조모씨와 공동소유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는데, 일부신문의 보도에 따르면 이 땅은 승용차로 10분 거리인 4~5㎞내에 서해안 고속도로 송악IC, 국도 38호선, 국가 공단인 보곡 고대지구 등이 위치해 있는 요지라고 하는데 현지주민들은 87년부터 90년 사이 한보철강을 비롯, 부곡 고대 석문 등 국가공단 조성계획이 잇따라 발표되면서 미리 개발가능성을 염두에 둔 외지인들의 투기성 투자가 성행했다고 증언하고 있다.

장 총리지명자 부부의 이러한 부동산투자가 과연 투기 목적이 있었는지 현재로서는 확인할 길은 없다. 따라서 이는 청문회 과정에서 명확하게 밝혀져야 할 것이다.

2) 자녀들의 위장전입 의혹

또한, 장총리지명자는 자녀들을 강남 8학군에 입학시킬 목적으로 위장전입을 했음을 시인해야 할 것이다. 두 자녀 모두 초등학교 입학을 전후로 불과 몇 개월 동안만 강남으로 주소지를 옮긴 행위는 누가 보아도 자녀를 좋은 학군에 배정받기 위한 명백한 위장전입이다.

3) 중소기업 지원 우선지원금 특혜대출 의혹

장총리지명자가 최고경영자로 있던 매일경제신문사가 IMF 외환위기 극복과 중소기업 구조조정을 위해 일본수출입은행(JBIC)에서 들여온 13억 달러(1430억엔·한화 1조4200억원, 99년 4월기준)의 엔 차관 중 200여억원을 한빛은행에서 연리2.3%로 대출 받아 윤전기 구매와 운영 자금으로 사용한 것도 특혜시비를 불러일으키고 있다.

매일경제신문사는 중소기업 분류에서 제외되는 기업으로, 매경에 대출을 해준 것은 차관의 도입 취지와 맞지 않다. 관계자들은 “정부에서 ‘중소기업지원 차관’을 요청했던 취지에 비춰볼 때, 특정신문사가 거액의 대출을 받았다면 분명히 문제가 있다”고 그 문제점을 지적하고 있다. 이런 특혜대출을 받기 위해 최고경영자가 앞장섰을 것임은 불문가지다.

4) 매경 및 매경 계열사의 탈세 문제

또한 2001년 현정부가 추진한 언론사 세무조사와 관련하여 매일경제신문사 및 계열사의 탈세행위가 포착되어 상당한 추징액이 부과된 것으로 알려졌는데 투명한 기업경영을 책임져야 할 최고경영자로서 장 총리지명자의 책임이 크다고 할 수 있다.

장 총리지명자는 청문회 과정에서 2001년 매일경제신문과 매일경제TV 및 계열사들이 국세청의 언론사 세무조사시 지적받은 세법 위반내용은 무엇이며, 국세청으로부터 받은 조치는 무엇인지 또 관련 책임자들에 대해 어떤 조치를 취했는지 밝혀야 한다. 뿐만 아니라 현 정부하에서 국무총리가 되고자 한다면 언론사 세무조사에 관해 자신의 입장을 분명히 밝히는 것이 필요하다.

5) 언론사 최고경영자로서의 주식투자 문제

언론사 증권담당 기자의 경우 주식거래가 제한받고 있는 상황을 고려했을 때, 기업관련 정보가 집중되는 경제신문사의 최고경영자의 주식거래 또한 문제의 소지가 있다. 이는 언론사라는 우월적 지위를 이용해 불공정한 방법으로 주식을 취득하거나 고급정보를 이용해 주식의 매매 차익을 얻을 수 있다는 점에서 언론사 최고경영자의 주식투자는 도덕적 문제를 야기할 수 있기 때문이다.

아직 장총리지명자가 보유하고 있는 매경 관계사 이외 주식의 보유 경위 즉 그 시기, 취득가격 및 취득방법 등이 밝혀지지 않았지만 이는 충분히 도덕적 시비를 불러일으킬 만하다.

○ 소결 – 전체 공직자의 사표(師表)가 될 수 있겠는가?

장총리지명자에게 제기되는 의혹은 이외에도 상당히 많다. 그러나 위에서 열거한 것만으로도 과연 장총리지명자를 국무총리가 될 인사로서 공정성과 도덕성을 신뢰할 수 있을지 의문이다.

또한 장총리지명자가 매일경제신문을 경영하면서 언론사의 우월적 지위를 이용한 사업확장, 불법적 경영사례가 있었으며, 소속직원들이 유난히 비리연루 사실이 두드러졌음은 앞서 지적한 바 있는데 이는 경영과정에서 도덕성과 윤리성의 강조보다는 사업적 이해를 도모하는 것을 가장 중시했음을 보여준다.

이런 점들을 모두 감안한다면 과연 장총리지명자가 전체공직자에게 공정성과 청렴의 의무를 다해줄 것을 요구할 수 있을지 의문이며 장총리지명자 스스로가 전체공직자의 공정성과 도덕성의 사표가 될 수 있을지 의심스럽다.

Ⅳ. 결론

청와대는 장 총리지명자의 지명과정에서 과연 무엇을 검증하였다는 것인가? 장대환 총리지명자의 재산형성과정은 의혹투성이며 일부 재산은 고의적으로 누락시켰다. 더구나 자녀를 8학군에 입학시키기 위해 위장전입을 했다는 대목에서는 또다시 우리 사회 특권층에 만연해있는 도덕적 해이를 보여주고 있어 씁쓸할 따름이다.

참여연대는 지난 8월 19일 공개질의서를 통해 그동안 제기된 의혹들에 대한 장지명자의 명쾌한 답변을 요구하였고, 언론도 끊임없이 의혹을 제기하고 있으나 장 지명자는 인사청문회를 통해 해명하겠다는 답변만을 거듭하고 있다. 이것이 짧은 청문회 기간을 통해 해명의 진위를 가릴 시간적 여유를 주지 않겠다는 얄팍한 계산의 소산이라면 이 역시 고위 공직후보자로서의 자세를 의심케 하는 대목이다.

국정운영능력과 관련하여 매경의 경영과정에서 장 총리지명자는 공익적 성격을 지닌 언론사 경영에 있어 사적 이윤추구를 우선시하였는데, 이는 공공의 이익을 추구하고 이를 행정적으로 책임져야 하는 국무총리로서의 국정수행능력을 뒷받침하는 경력이라고 보기 어렵다. 또한 개인적 이해와 기업의 사적 이윤추구에 있어 매우 정력적인 반면, 과연 공공의 이해를 도모할 자세가 되어있는지도 의심이 되는 부분이다.

민주주의에 대한 소신, 개혁성과 관련하여 위헌적인 총리서리로서의 처신을 볼 때 헌법상의 민주적 절차에 대한 불철저한 인식을 드러내고 있으며 매일경제신문의 재벌개혁에 반하는 보도태도 등을 감안한다면 현 정부의 핵심적 개혁사안인 재벌개혁정책과는 배치될 가능성이 높다. 이 또한 긍정적으로 평가하기 어렵다.

특히 도덕성 및 신뢰성과 관련하여 장상 씨에 비해 의혹은 오히려 많은 반면 해명은 제대로 이루어지지 않고 있으며 그나마 부분적인 해명도 사실이 아닌 것으로 드러나 장상씨에게 적용했던 검증 기준을 그대로 적용한다면 도덕성과 신뢰성 면에서도 심각한 문제를 드러내고 있다.

따라서 참여연대는 장대환 총리지명자의 국무총리 인준에 반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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