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논평] 제22대 국회의원 선거 결과에 대한 논평

[논평]제22대 국회의원 선거 결과에 대한 논평

정부여당의 퇴행과 독주에 대한 준엄한 심판, 정부와 여당 근본적으로 쇄신해야

더불어민주당은 반사이익으로 득표율보다 과다 대표되었을 뿐, 실질적 개혁에 나서야

거대양당 지역분할 독점정치 그대로, 22대 국회는 퇴행적 선거제도 반드시 개혁해야

 

제22대 국회의원 총선에서 여권이 참패하고 야권이 압승하였다. 검찰을 앞세워 퇴행과 적대, 불통과 독주를 반복해 온 윤석열 정부와 그에 맹종한 여당을 국민이 준엄하게 심판한 것이다. 정부와 여당은 격렬하게 표출된 민심을 겸허하게 수용하고 국정의 기조와 방식을 근본적으로 성찰해야 할 것이다.

그럼에도 이번 총선은 여러 가지 점에서 한국 정치의 고질적 문제를 또다시 재현했다는 점에서 실망하지 않을 수 없다. 여야 정치권과 언론, 시민사회는 승패에만 주목할 것이 아니라 우리나라 정치의 구조적 문제를 살피고 이를 바꿀 대안을 모색해야 할 것이다.

첫째, 이번 선거는 정책이 실종된 선거였다. 선거는 집권 세력에 대한 평가와 동시에 보다 나은 사회를 위한 정책을 제시하고 이를 실천할 정치적 힘을 얻는 과정이다. 그러나 여야 정당들의 수많은 정책공약이 있었으나 공약자료에만 갇혀 있었다. 거대양당은 애초부터 정책으로 평가받을 생각이 없었으니 정책의 구체성과 차별성도 부족했고, 정책공약을 설명하거나 강조하지도 않았다. 언론도 정책 토론을 유도하거나 쟁점을 드러내지 않고 여야 간 거친 설전만 부각시켰다. 정책이 공표되고, 대중적으로 토론되고, 국민에게 약속되지 않으면 그것을 수행해야 할 책임도 떨어지기 마련이라는 점에서 실망스러운 선거였다.

둘째, 민심이 의석에 그대로 반영되지 못하고, 정치의 다양성은 더욱 축소되었다. 더불어민주당의 비례위성정당인 더불어민주연합의 득표율은 약 26%에 불과했으나 의석은 더불어민주당 지역구 의석을 합해 58%(174석)나 차지했다. 반면 국민의힘의 비례위성정당인 국민의미래는 약 36%를 득표하였으나 국민의힘 지역구 의석을 합해 36%(108석)이고, 조국혁신당은 약 24%를 득표하였으나 의석은 12석(4%)에 불과했고, 개혁신당은 약 3%를 득표했으나 의석은 1석(0.6%), 녹색정의당은 약 2%를 득표했으나 단 한 석도 없다. 비례성을 높이는 선거제도 개혁은커녕 위성정당으로 민심을 왜곡시킨 결과다.

셋째, 거대양당의 영·호남 지역분할 정치독점도 그대로 재현되었다. 이 역시 승자독식의 소선구제 지역구 의석이 254석(약 84%)이 되는 선거제도를 바꾸지 않은 거대양당의 기득권의 산물이지만 비례대표조차도 전국정당이 되기 위한 전략적 배려를 전혀 하지 않은 것이다. 거대양당이 서로 상대 지역의 유권자는 안중에도 두지 않고 텃밭만 지켜도 폭망은 하지 않는다는 계산법을 버리지 않은 탓이다. 특히, 대구에서 야당이 25~ 30%에 이르는 득표를 하였지만 의석은 비례대표 단 한 석도 없어 모조리 사표가 되어 버렸다.

윤석열 정부와 여야 정치권에 촉구한다.

윤석열 대통령은 민심 앞에 사과하고, 청와대와 행정부의 인사 혁신은 물론이고 퇴행적 국정방향을 바로잡고, 불통으로 굳어진 국정방식도 바꾸어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국민으로부터 더욱 버림받을 것이라는 점 명심해야 할 것이다.

더불어민주당은 비록 의석으로는 압승했지만 득표율로 보면 과대 대표된 것이 분명하다. 정부·여당의 실정으로 인한 반사이익을 누린 것일 뿐 민심을 얻은 것은 아니라는 점 직시하고, 의석에 걸맞는 책임으로 민생을 회복하고 실질적 제도개혁에 나서야 할 것이다.

여야 정당은 비록 정책을 중심으로 평가받지는 않았을지라도 공약자료집에 제시하고 공개적으로 주장한 것은 국민과 약속인 만큼 이를 이행해야 한다. 정책공약을 더욱 구체적으로 다듬고 세부적 실행방안을 마련하여 이를 입법으로 구현하는 데 최선을 다해야 할 것이다.

특히 22대 국회는 퇴행적 선거제도를 바꾸어야 한다. 참패해도 최소 1/3은 건지고, 절반에도 못 미치는 득표율로 2/3에 육박하는 의석을 독점하는 기형적 제도는 선거 때마다 거대양당의 희비만 교차 될 뿐 달라지는 건 없다. 다음 선거 전에는 문제투성이 선거제도를 반드시 바꾸어야 할 것이다. 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