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임있는 시민단체로 나아갑시다

책임있는 시민단체로 나아갑시다

백승대(공동대표)

  묵은 해가 지나가고 2005년 새해가 밝았습니다. 한 해가 시작되는 이맘때쯤이면 누구나 저마다 희망과 기대를 갖고 새로운 각오를 다지게 됩니다. 대구참여연대의 회원 여러분들도 마찬가지일 것이라고 믿습니다.
  지난 해 대구참여연대는 어려운 여건 속에서도 나름대로의 소임을 다하기 위해 혼신의 힘을 기울여 왔습니다. 4?15총선과 대통령탄핵사태, 이라크 파병, 행정수도이전, 국가보안법  문제 등 정치적 소용돌이 속에서 우리가 해야할 역할을 제대로 해내기 위해 노력했습니다. 그러나 그 과정에서 우리의 능력과 역량이 많이 미흡하다는 것도 실감해야 했습니다. 지역 시민들의 지지와 후원이 우리의 기대에 미치지 못한다는 것도 감지해야 했습니다.

  2005년이 시작되는 이 시점에서 우리는 희망과 기대를 이야기하기보다 우리의 각오를 먼저 이야기해야 하겠습니다. 올 한 해 우리는 무엇보다 우리의 역량을 키워내는 데 많은 관심을 기울여야 하겠습니다. 지역 시민사회에서 대구참여연대가 차지하고 있는 위상은 높습니다. 그 높은 위상에 걸맞는 역량을 갖추는 일은 우리 모두에게 부과된 과제라고 생각합니다. 우리 자신의 내부 역량이 그 위상에 따라가지 못한다면 대구참여연대는 말 뿐인 시민단체로 비판받게 될 것입니다. 우리 자신의 언술에 대해 책임질 수 있는 시민단체가 되는 것은 우리가 갖추어야 할 최소한의 윤리일 것입니다. 다행히 지난 해 출범한 정책위원회는 대구참여연대가 책임 있는 시민단체로 나아가는 데 중요한 이정표 구실을 하고 있습니다.

  한 걸음 더 나아가 대구참여연대는 무한책임의식을 표방하는 시민단체로 성장해 나가자는 각오를 다져야 할 것입니다. 무한책임의식이란 단순히 현재에 대한 책임의식만이 아니라 미래의 우리 후배들과 후손들에 대한 책임의식을 말합니다. 우리 사회에서 제기되고 있는 과거사 논쟁을 통해서 우리는 깨닫게 됩니다. 우리의 시민운동이 역사의 평가로부터 결코 자유로울 수 없다는 것을 말입니다. 그런 점에서 무한책임의식은 곧 역사의식이 될 것입니다.

  역사의식은 우리에게 끊임없는 자기성찰을 요구합니다. 우리 자신 무오류의 오류에 빠져있지는 않는지 되돌아보아야 합니다. 우리가 하는 일이 모두, 그리고 언제나 옳다고 생각하지는 않았는지, 우리가 한 일 가운데 잘못된 일은 없었는지를 반성하는 일이야말로 역사에 대한 무한책임의식으로 나아가는 훌륭한 방안이 될 것입니다.

  우리는 또 대구지역 시민들이 우리에게 결코 우호적이지 않다는 데에 실망해서는 안될 것입니다. 우리의 시민운동은 단기적인 운동이 아니라 역사적 소명의식을 가진 장기적인 운동이기 때문입니다. 지역의 시민들은 한편으로 대구참여연대와 같은 시민단체에 대해 적지 않은 기대를 걸면서도 한편으로는 의심의 눈초리를 거두지 않고 있습니다. 우리는 그 기대를 충족시켜 나감으로써 시민들의 불신을 해소시켜 나가야 합니다. 당장 시민들이 지지와 후원을 보내지 않는다고 해서 그들을 원망하거나 비난해서는 안될 것입니다. 궁극적으로 지역 시민운동의 주인공은 그들이 되어야 때문입니다.

  요란하지 않지만 성실하게, 우리에게 부여된 과제들을 하나 하나 수행해 나감으로써 시민운동이 제대로 자리잡고, 지역사회가 아름다운 사회, 건강한 사회, 좋은 사회로 바뀌어 나가는 것이야말로 우리의 보람이자 자부심이 될 것입니다. 2005년 새해에는 대구참여연대가 책임있는 시민단체로 거듭날 수 있도록 노력해 나갈 것을 대구참여연대 회원 여러분과 함께 다짐해 봅니다.

댓글 달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