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대는 운동의 가장 강력한 힘

시민단체의 새로운 연대를 위한 10여개 월에 걸친 논의 끝에 드디어 3월 11일 대구연대회의의 출범을 앞두고 있다. 그동안 논의 과정에서 안팎으로 어려움이 없었던 것은 아니다. 무엇보다 연대의 필요성은 인정하면서도 그것을 실현하기 위해 스스로를 옥죄는 한계가 시민운동 내에 엄연하게 존재하고 있었던 것이 가장 큰 장애물이었음을 고백하지 않을 수 없다.

사실 우리는 그동안 일상적으로 거의 모든 전국 또는 지역 사안에 대해 기계적으로 대응하거나 또는 관행적인 연대사업을 반복하여 왔고, 이로 인한 단체 간 불신의 벽은 점점 높아져 시민운동 진영 내에 균열 양상까지 나타났음을 부정하지 못했다. 또한 지역사회 변화를 위한 조직적인 공동 대응은 점점 사라지고, 자기 단체만 챙기면 된다는 분열적 조직 이기주의가 당연시 되는 현실을 가슴아파했다.

뿐만 아니라 재정적 측면에서 시민단체는 영세성을 면치 못하고 있고, 상근활동가와 일부 회원의 자원 활동만으로 움직여지는 지역 시민운동의 현주소는 시민 없는 시민운동이라는 비판에서 한 치도 자유롭지 못한 상태였다. 따라서 이대로 가다가는 단체는 존재하되 운동은 사라진 상황에 직면할 수밖에 없고 단체의 기본적인 존립기반인 인적, 재정문제를 해결하지 못하는 단체는 시장주의 원칙에 따라 퇴출될 수밖에 없는 현실, 즉 그 어느 때 보다 지역시민운동 역량이 개별화되고 분산되고 있는 현실을 함께 직면하고 있었다.

이러한 상황의 극복은 결국 지역 시민단체가 현재의 상황을 공동의 위기로 인식하고, 이를 극복하기 위한 새로운 연대를 이루기 위해 노력할 것이냐, 아니면 그러한 요구를 외면하고 각자 단체 활동 영역에 매몰될 것이냐에 대한 선택의 문제였다. 문제는 누가, 언제, 어떻게 해결할 것인가이다.

그동안 수없이 이루어져왔던 연대사업 평가과정에서 제안된 내용들을 구체적으로 해결해 갈 수 있는 실현 주체를 만들어 가지 않는 한 시민단체가 당면한 문제에 대한 논의는 원론적 수준에서 지루하게 반복될 수밖에 없는 것이다. 운동은 사회적으로 힘이 약한 사람들이 모여 불평등한 사회구조를 바로잡기 위해 행동하는 것이다. 그래서 연대는 운동의 가장 강력한 힘인 것이다. 또한 한결같이 지역사회는 연대운동의 흐름 속에 협력과 집중을 요구하고 있다. 이것이 대구연대회의를 출범할 수 있었던 유일한 이유였다.

우리는  87년 6월 항쟁이후 시민운동이 우리 사회 변화를 주도해 온 역사적 사실에 더할 나위없는 긍지를 느낀다. 그러나 한편으로 우리의 헌신적인 노력에도 불구하고 보수성향의 지역 지배 권력이 변화와 혁신의 물결을 거부하며, 시민사회의 의제를 외면하는 현실을 극복하지 못한 책임을 통감하지 않을 수 없다. 이에 우리는 각 부문 운동에 대한 깊은 반성과 지역사회 변화를 위한 시민운동의 시대적 사명을 바탕으로 대구연대회의 창립을 눈앞에 둔 것을 기쁘게 생각한다.

대구연대회의가 2005년 한해를 그동안 시민운동 진영 내에 존재하고 있었던 크고 작은 불신의 벽을 딛고 새로운 연대의 모습으로 거듭나는 한해가 되고, 지역사회에 시민운동의 존재를 분명하게 각인시켜 주요 의제에 대해 발언권을 획득하며, 시민단체 활동가 관련 의제를 지역사회에 공론화함으로써 그것을 구체적으로 해결하기 위한 조건들을 만들어 나가는 원년으로 삼을 수 있도록 각 단체 임원 및 회원 여러분들의 많은 관심과 격려를 당부 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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