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홍의 진달래가 여는 4월

선홍의 진달래가 여는 4월

  4월의 산하는 꽃이 잎보다 먼저 피고 진다는 선홍의 진달래로 뒤덮인다. 볕이 잘 드는 따뜻한 야산에 서식하는 진달래는 땅 속 깊이 스며든 한의 피를 머금고 자란다 했다. 피어오르는 꽃잎조차도 속내의 한을 내심으로만 감추지 못해 붉게 물든다.

  올 4월은 인혁당 추모 30주년이 되는 달이다. 그 간 인혁당이란 이름조차도 공식적으론 거론할 수 없어 인혁당 추모는 4?9제란 이름을 빌어야만 했다. 근대의 그늘. 한국사회의 근대는 이처럼 지극히 어둡고 부정적이었는데 민중에 대한 독재의 시퍼런 서슬이 또한 국가의 폭력과 억압이 그야말로 꼭지에 달했던 시대였다. 오늘날 민간정부니 대중정부니 참여정부니 하며 요란법석을 떨고 있지만 정작 민중을 위한 민주사회는 아직도 요원한 것처럼 보인다. 인혁당 추모는, 민주화 이후에도 그에 대한 진지한 고민과 성찰을 간과했던 우리에게 깊은 반성의 채찍으로 이어져 내린다.
  지난 3월 말에는 이라크 침략 2년을 맞아 시민단체연합으로 반전?평화운동을 전개했다. 미국이 북핵이니 북한인권법안이니 하는 말들을 심심찮게 내뱉는 걸로 봐서 이 땅도 전쟁의 위험에서 그리 자유로운 편은 아닌데, 평화와 인권의 이름으로 탐욕스런 전쟁과 세상의 모든 불평등을 온전히 깨뜨리고자 했다. 이 땅에 평화와 인권이 실현되는 진정한 민주사회가 꽃피워지도록.

  참여정부 두 돌. 그간의 개발정책을 평가해 봤다. 삼보일배로 막고 목숨 건 단식으로 저지했던 ‘새만금’과 ‘천성산’을 되짚어보면 참여정부의 실체는 역시 반녹색 개발정부라는 표현이 딱 어울린다. 개발과 성장에 찌든 근대의 망령을 산산조각내고, 사람 맛 나는 세상 기쁨과 공생의 가치가 살아 숨 쉬는 세상 그런 세상 만들기는 역시 우리의 몫으로 남아 있을 뿐이었다.

  근대의 그늘을 말끔히 걷어내는 일, 암울했던 시절의 상처를 꼼꼼히 싸매는 일, 전쟁과 불평등을 거부하고 평화와 인권을 지켜나가는 일, 이것들이 4월 ‘함께 꾸는 꿈’이 꿈꾸는 일들이다.
  선홍의 진달래가 온 동네의 앞뒤 산을 뒤덮는 4월. 우리는 진달래의 짙은 향기와 붉은 색깔에 취한다. 핏빛 진달래의 함성이 사방에서 터져 나와 움츠린 우리를 깨우는 4월. 함께 목청 크게 내질러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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