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등록금, 이미 사회적 문제다.

대학등록금, 이미 사회적 문제다.

–  박인규 시민활동부장 –

2007년 일부대학의 연간등록금이 1천만원을 넘으면서 등록금에 대한 우리사회의 심리적인 한계도 함께 표출되고 있는 듯하다. 대학등록금이 비싸다는 것은 어제 오늘의 일도 아닌지라 오히려 이런 호들갑이 조금 생뚱맞게 느껴지기도 할 정도이다.

하지만 등록금 문제를 조금만 들여다보면 1천만원이라는 절대액수가 가져다주는 심리적 문제만이 아니라 등록금과 이에 얽힌 문제들이 이미 우리사회에 적지 않은 영향을 주는 요소로써 작동하고 있음을 쉽게 인식할 수 있다.
그래서 작년부터 당사자인 학생들의 오랜 문제제기에도 불구하고 지속되고 있는 등록금 고공행진에 대해 시민사회가 함께 머리를 맞대기 시작하였고, 올해 2월 전국적으로 학생들과 시민사회단체들이 함께 ‘전국등록금네트워크’를 구성하기에 이르렀으며 대구지역에서도 3월초 ‘대구경북등록금네트워크’가 결성되었다.

지난 시기 한국의 대학등록금은 일정하게 정부의 통제범위 안에서 책정되어왔으나 1989년 이후 사립대의 등록금이 자율화되기 시작하였고, 국공립대도 2003년 이후 자율적으로 등록금을 책정할 수 있게 되었다. 그리고, 2000년 이후 사립대학등록금은 매년 6%내외로 물가인상률을 2배 이상 상회하는 수준으로 지속적으로 인상되어오고 있다. 국공립대학도 최근 정부의 법인화방침에 따라 매년 사립대학의 2배에 달하는 수준의 인상을 강행하고 있고, 이러한 추세라면 수 년 내에 사립대학과의 등록금 격차가 크게 나지 않는 수준까지 인상될 수도 있다.

등록금이 사회적인 문제라고 이야기하는 이유 중 크게 두 가지를 꼽는다면 대학이 사실상 영리기관화 하면서 국민 소득수준에 비해 등록금이 지나치게 비싸다는 것과 고등교육에 대한 국가의 지원비중이 지나치게 낮아 대부분 사적인 부담에 의해 운영된다는 것이다. 즉 학생과 가계가 떠안는 부담이 지나치게 높다는 것이다.
고교졸업자의 대학진학율이 80% 가까운 수준에 이르고 있는 우리사회의 현황을 놓고 보면 등록금 문제가 몇 몇 사람들의 문제가 아니라는 것은 충분히 이해가 가리라 여겨진다.

먼저 국민소득수준 대비 등록금 비율을 살펴보면, 2007년 사립대학의 1인 평균 연간등록금은 689만원 수준이며 높은 학교는 800만원 정도 수준이다. 국공립대는 4백만원 정도수준 이며 높은 학교는 540만원 정도의 수준이나 앞서 언급하였듯이 사립대보다 큰 폭으로 상승하고 있는 상황이다. 우리나라의 대학들 중 사립대학의 비중이 78%에 이르고 있다는 점, 다시 말하면 고등교육의 대부분을 사립대학들이 담당하고 있다는 것을 염두에 두고 보면 현실적 상황이 조금 더 잘 이해가 잘 되지 않을까 한다.

2007년 3/4분기의 전국 가구당 월평균소득이 328만원(통계청)정도인데, 이를 기준으로 보면 학생1인당 대학1년 등록금은 가정의 2달치 소득을 고스란히 털어 넣어야 충당이 가능한 상황이다. 2명의 자녀라면 아마 상당수 가정이 감당하기 힘든 상황에 다다르게 될 것이다. 아르바이트로 충당하기에는 청(소)년노동에 대한 보호장치가 없는 현실적 상황에서 그나마도 쉽지 않은 일이다.

OECD국가들을 살펴보면 한국을 포함하여, 미국, 일본, 캐나다, 호주, 뉴질랜드 등과 같이 시장(자유)화 정도가 높은 나라일수록 등록금이 높은 경향이 있다. 하지만 이들 나라들은 대부분 등록금 후불제도나 낮은 수업료유지를 위한 통제, 폭 넓은 장학지원 제도 등 한국에서는 미비한 사적인 부담을 보완하는 다양한 장치들을 가지고 있다.
한국과 비슷한 시스템이면서, 등록금이 비싼 국가인 미국의 경우 1인당 GDP가 2004년 기준 $39,000 수업료, 기숙사비, 식비를 포함한 등록금이 공립대학 평균이 $13,833이고 사립대학 평균이 $29,500이다. 하지만 같은 해 1인당 GDP가 $14,100인 우리나라의 경우 사립은 연간 650만원 국공립의 경우 350만원 수준이었다. 여기에 미국의 사립대학이 전체의 27%정도라는 것과, 우리나라 학생의 숙식비용까지 포함하여 감안한다면 소득대비 등록금은 세계최고 수준이 된다. 다른 나라들과는 비교하기가 힘들어 지는 수준이 되는 것이다.

고등교육에 대한 국가의 지원비중은 얼마나 될까?
앞서 언급한 나라들이 OECD국가들 중 비교적 고등교육에 대한 국가지원의 비중이 낮은 편에 속하는 그룹들이다. 하지만 한국의 경우 국가의 총 고등교육비용 중 15%를 국가가 부담하는 반면 국가지원이 낮은 그룹의 다른 국가들도 최소 40~50%정도를 공공지출이 분담하고 있다. 무상교육을 제공하는 국가를 포함하여 OECD평균이 78%인 점을 고려하면 한국의 고등교육에 대한 국가지원수준이 어느 정도인지 이해 할 수 있다.
교육에 대한 국가지원은 흔한 말로 국가경쟁력을 강화하는 관점으로 보든지, 공공재로써의 교육을 국가가 공급해야 할 역할로 인식하는 관점에서 보든지 중요한 부문이 아닐 수 없다. 이는 선진국이라고 불리는 나라들이 왜 교육에 적지 않은 공공비용을 투입하고 있는지를 보면 쉽게 이해될 것이다.

그러면 이러한 상황에 대한 해법은 어떻게 찾아야 할 것인가?
전면적 대학평준화나, 국유화 등과 같은 혁명적 혹은 장기적인 해법은 잠시 논외로 한다고 전제를 하고, 가장 당면한 과제는 앞서 살펴본 문제들의 진행을 우선 멈추는 것이다. 그리고 실현가능한 중단기 방안을 마련하여 이를 실현해 나가면서 장기적으로는 무상교육의 모델이든 졸업 후 갚아나가는 다양한 방식의 대안적 모델이든 고등교육의 현실적 부담을 사회적으로, 시간적으로 분산시키는 방안으로 진행시켜 나가야 할 것이다.
현실적으로는 당장 대학의 등록금이 물가상승률 등의 일정한 합리적 기준 이상으로 인상되지 못하도록 제어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상한수준 제한의 경우 한 걸음 더 나아가면 등록금이 국민소득의 일정한 수준이하로 책정되도록 강제하는 방안까지 있을 수 있다.

더불어 이미 여러 국가들이 시행하고 있는 등록금후불제를 시행하여야 할 것이다.
후불제는 국가의 선지원을 통해 고등교육 과정을 진행하고 졸업 이후 소득이 발생할 때 장기로 상환하는  방식이며, 그 방식은 다양한 층위가 있으므로 우리사회의 여건과 사회적 상황에 따라 진행되어져야 할 것이다.
여기에 현재 한국대학들의 등록금담합의혹 해소와 방지, 영리기관화 저지, 사립대 적립금 상한제도 도입을 통한 사립대 적립금 교육재원 활용 등 다양한 현실문제에 대한 대안들이 함께 고려되어 질 수 있다.
이러한 대안들을 실현하는데 있어서 근본이 되는 문제는 교육에 대한 국가지원의 비중이 높아져야 한다는 것이다. 이를 위해 국채발행이나 국가가 운용하는 연기금의 사용 등 현재 상황을 기준으로 한 안에서부터 세원확대를 통한 재원마련 방안 등 다양한 의견이 나오고 있다.
우리는 이러한 교육에 대한 공공지출 확대가 결국 사회구성원의 소득증대효과, 삶의 질 확대, 소득에 따른 지식양극화 해소, 기본권으로서의 교육권강화 등에 중요한 요소라는 사회적 인식의 확대를 위해 활동을 하여야 할 것이고, 결국 이를 통한 사회적 합의를 만들어 내어야 할 것이다.

그래서 우리는 등록금 문제가 사회적 문제라고 이야기 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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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글은 대구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에서 발행하는 ‘열린사회'(2008년 3.4월호)에 실린내용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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