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민학교] 정의교실 6강 김재명 ‘국제분쟁, 누가 희생자인가?’

국제분쟁, 왜 터지고 누가 희생자인가?(강사 : 김재명)

■ 정리 : 김승주 상근활동가

” 아직도 내전중인, 국제분쟁중인 지역들을 현지 취재하면서, 팔다리를 잃은 어린이들을 비롯한 많은 전쟁피해자들을 만날 수 있었고, 전쟁이 우리 인간의 의식을 얼마만큼 황폐시키는가를 목격했다. 언어와 종교가 다르다는 이유 하나로 담을 맞대고 살던 이웃을 죽일 수 있다는 것은 냉혈동물이 아니고서야 가능한 일인가. 특히 팔레스타인과 코소보에선 곳곳에 널려 있는 전쟁범죄 현장을 돌아보면서 “인간이 과연 선한 동물인가”에 깊은 의문을 품게 됐다 ” – 김재명/프레시안 기획위원, 국제분쟁전문기자, 성공회대 겸임교수(정치학)/ 칼럼에서 펴온 글

“전 쟁은 왜터지고 전쟁이 무엇인지에 대해 함께 생각해 보는 시간이었으면 한다”로 강의의 포문을 열어주신 김재명 교수, 임신 중이거나 심장이 약한 사람은 잠시 눈을 뜨지 말라며 보여준 짧은 전쟁영화, 냉전시대는 끝이 났지만 전쟁은 끝이 없고, 아직도 우리가 관심가지지 못하는 많은 나라에서 일어나고 있는 내전으로 인해 고통 받는 살아남은 사람들 이야기, 전쟁으로 죽은 자뿐만 아니라 그 전쟁의 기억과, 가족을 잃은 아픔과, 굶주림, 눈물과 한숨으로 지낼 살아남은 자들에게 평화를 주기 위해 우리는 무엇을 해야 하는가? 라는 과제를 던져준 6강이었다.

다음은 강의내용을 간략히 정리한 내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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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우리 인간은 왜 전쟁을 벌이는가?

“ 분쟁과 내전에서 살아남은 자들의 삶속에 남아있는 아픔을 기억하라 ”

전쟁이란 특수한 극한상황은 우리 인간의 잔인성을 합리화시키는 알맞은 공간이 되곤 한다. 전쟁 상황 아래 끌려들어간 젊은 병사들은 스스로가 살아남기 위해서라도 한 번도 만나본 적이 없는 상대편 젊은이들을 향해 방아쇠를 당긴다.
지 금껏 많은 국가와 집단들이 여러 가지 이유로 서로를 죽이고 피를 흘려왔다. 미 국제정치학계의 거목으로 꼽히는 케네스 왈츠는 전쟁이 우리 인간에게 아무 도움이 안 된다는 뜻에서 “전쟁에서 누가 이겼느냐고 묻는 것은 샌프란시스코 지진에서 누가 이겼느냐고 묻는 것과 같다”고 말했다. 전쟁에서 승리란 없으며, 전승국이라 해도 여러 상처(인명피해, 재산피해, 환경파괴, 또는 심리적 후유증)를 입기 마련이다.
인류사가 실증적으로 말해주듯 걸핏하면 전쟁이 일어나고 있다면, 그것은 무슨 까닭일까. 일반적으로 전쟁 연구자들은 전쟁원인을 크게 세 가지 다른 방식으로 접근하고 있다.
첫째는 전쟁 원인 자체를 우리 인간의 심성 속에 자리 잡은 공격성향과 투쟁본능에서 비롯된 심리학적․철학적 시각,
둘째는 국가와 사회의 속성상 정치․경제․문화․종교 각 부문에서의 갈등과 이해관계의 대립으로부터 전쟁이 비롯된다는 시각,
셋째는 국제체제상의 문제점(무정부적인 속성과 세력불균형 등)으로 전쟁이 일어난다는 시각이다.

○ 전쟁이란 무엇인가? – 단순한 군사적 행위가 아닌, 정치적 행위이다

 

“ 아프칸에서는 아들이 죽어도 그 어미는 울지 않는다. 이처럼 오랜 전쟁으로 죽음이 일상처럼 되어있고, 죽음의 무게가 휴지처럼 가볍다.”

19 세기 프러시아의 전략가 칼 폰 클라우제비츠는 그의 『전쟁론』에서 “전쟁이란 다른 (물리적) 수단을 동원한 정치적 관계의 연장”이라 정의 내렸다. 그는 “전쟁이란 단순한 군사적 행위가 아닌, (우리의 의지를 적에게 관철시키는) 정치적 행위”라 규정했다. 그에 따르면, 전쟁이란 정치적 목적을 이루려는 군사적 수단이다. 어떤 경우든 전쟁의 본질은 클라우제비츠가 주장했던 것처럼 무력으로써 적의 의지를 꺾어 굴복시키는 것이다. 두개 또는 여러 국가(또는 민족, 종족)들이 서로 어긋나는 정책을 강요하고 나서고, 상대편이 이를 받아들이지 않는다면, 그래서 정치외교적인 수단으로 갈등을 풀 수 없는 것이 분명해진다면, 전쟁은 곧 분쟁의 해결수단으로 떠오르게 된다.

○ ‘20세기는 인류사에서 가장 폭력적인 세기’

-우리가 관심을 가지지 못하고 있는 여전히 내전중인 지구.

지난 한 세기 동안 우리 인류는 온갖 종류의 명분과 논리를 앞세우며 (피할 수도 있었던) 전쟁을 벌여왔고, 숱한 사람들이 사랑하는 가족과 친구들을 잃었다.
전 쟁은 때때로 대량학살(genocide) 또는 인종청소(ethnic cleansing)이란 끔찍한 부산물을 낳아왔다. 영국 출신 작가로 1983년 『파리대왕』으로 노벨문학상을 탔던 윌리엄 골딩(1911-1993)은 20세기를 가리켜 ‘인류사에서 가장 폭력적인 세기’라고 규정했다.
그 렇다면 1990년대 이후는 어땠을까. 1989년 베를린장벽이 무너지는 것을 신호로 1990년대 초 옛 소련이 여러 국가들로 쪼개지고 공산권의 몰락과 더불어 냉전시대가 막을 내리자, 우리 인류는 또 한 번 희망을 품게 됐다. 이데올로기 냉전의 시대는 가고, 이제야 전쟁이 그치고 지구촌에 평화가 찾아들 것이란 기대감에서였다. 그러나 곳곳에서 대량학살 소식이 들려왔다. 유고연방 해체과정에서 일어난 보스니아 내전, 아프리카의 르완다 내전, 시에라 리온 내전, 동티모르 학살 등이 그러하다.

전쟁의 희생자는 누구인가?

“우리가 기억해야 할, 살아남은 자들의 고통”

20세기 들어와 각종 크고 작은 전쟁으로 사망한 사람들의 숫자는 통계마다 달라 정확하지 않지만, 1억에서 1억8천만 명 사이다. 남북을 합친 한반도 인구(7천만)보다 훨씬 많은 사람들이 전쟁에 희생당했다.
나 폴레옹 시대의 유럽전쟁을 비롯, 19세기만 해도 전쟁 희생자의 90%가 군인이었다. 오늘날 현대전쟁의 희생자 절대다수는 비전투원인 민간인이다. 후방과 전선이 따로 없는 데다 공습으로 많은 민간인들이 죽고 다친다. 댄 스미스(오슬로 국제평화연구소 연구원)가 펴낸 한 자료에 따르면, 1990년대 전반기에만 전 세계 분쟁지역에서 550만 명이 사망했는데, 75%가 비전투원이다. 그 가운데 상당수는 여성, 그리고 어린이들이다. 전쟁이란 폭력적 현상은 신체적으로 약한 여성과 어린이들에게 더 큰 영향을 미친다.
삶과 죽음의 극한상황에서 정부군이나 반군, 민병대 가릴 것 없이 이성적인 존재로 남기 어렵다. 병사의 눈초리는 살벌해지고, 행동거지는 난폭해진다.
전쟁으로 인해 많은 사람들의 삶이 피폐해지고, 가족을 잃은 많은 사람들이 고통 속에 살고 있다는 것을 기억해야 할 것이다.

○ 평화와 평등 – 지구촌 평화는 과연 꿈일까?

 

“평화를 향한 우리의 염원, 관심이 필요하다”

21 세기를 맞아 우리 인류는 ‘밀레니엄 축제’를 벌이면서 지구촌에 평화가 뿌리내리길 간절히 바랬다. 그러나 현실은 그런 희망이 아직은 꿈에 지나지 않는다는 걸 말해준다. 특히 초강대국의 ‘힘’을 지닌 미국의 일방주의가 문제다. 미국의 양심적 지성인이자 반전평화주의자 노암 촘스키는 강대국의 횡포에 맞서는 국제여론의 중요성을 강조한다. 문제는 비판의 목소리에 강대국 지도자들이 귀를 막고 있는 모습이다.

지금 이 시간에도 이라크와 아프가니스탄, 팔레스타인을 비롯한 지구촌 곳곳의 분쟁지역은 전쟁과 폭력에서 비롯된 죽음, 굶주림, 두려움, 눈물과 한숨이 뒤섞여 음울한 풍경을 자아내고 있다. 여성, 어린이, 노약자들을 포함한 지구촌의 많은 사람들이 전쟁의 광풍에 휘말려 희생당하는 상황이 그치고 평화의 따사로운 햇살이 비출 날은 언제쯤일까. 평화를 사랑하고 전쟁을 반대하는 우리들이 그런 날을 앞당기려면 지금 당장 그 무엇에 관심과 노력을 기울여야 할까.

특히 분단중인 우리의 민조사적인 과제가 통일인 만큼 특히 지구촌의 분쟁, 전쟁에 대한 관심을 가지는 것이 우리의 통일문제에 대한 관심을 가지는 또 다른 길이라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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