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명] 홍준표 시장 비판 못 하는 지역언론과 대구MBC의 퇴보를 우려한다

우리는 홍준표 시장과 대구시의 독재적 언론관과 비판 언론에 대한 폭력적 태도를 규탄해 왔다. 홍 시장 취임 후 비판적인 언론사와 기자들을 노골적으로 적대, 비난하며 구독 금지, 취재 거부, 광고 금지를 일삼았다. 급기야는 비판 보도를 한 기자들을 고소·고발하고, 최근에는 공개된 자료를 촬영한 기자를 겁박하여 자료를 빼앗는 과정에서 기자가 넘어지고 카메라가 파손되는 일까지 벌어졌다. 시장이 폭군의 행태를 일삼으니 이제는 공무원들마저 폭력적으로 변하고 있다.

그러나 홍 시장과 대구시의 이러한 행태에도 불구하고 진보성향의 몇 매체를 제외한 다수의 언론이 문제를 제기하기는커녕 성과만 적극적으로 보도하여 이익을 챙기거나 소극적으로는 불이익이 두려워 몸 사리는 문제도 지적하지 않을 수 없다. 최소한의 비판적 보도도 하지 않고, 기계적 균형조차 잃어 가는 전례 없는 상황이 전개되고 있기 때문이다. 홍 시장과 대구시가 자신들을 비판하는 기사에 불쾌감을 드러내면 기자의 출입처를 교체하거나 보도된 기사를 서둘러 삭제하는 일도 여러 번 있었다. 홍 시장의 성과를 부각하는 보도를 자주 낸 언론사가 대구시로부터 수억 원의 행사를 수주하기도 했으며, 홍 시장 취임 초기에는 비판적 보도를 했지만 지금은 그런 기사를 찾아보기 어려운 언론사도 많다.

이런 상황에서 황외진 신임 사장 부임 후 대구MBC가 변하고 있어 우려가 더 커지고 있다. 대구MBC가 ‘시사톡톡’에서 대구시의 통합신공항 관련 문제를 지적한 일로 취재를 거부당했고, 이에 맞선 소송에서 승소했음에도 그 책임을 묻지는 않고, 이 일을 담당했던 보도국장을 교체하고, 시사 보도를 축소하였기 때문이다. 물론 사장이 바뀌면서 운영방침이 변하고 인사이동이 따를 수 있다. 또, 지역 언론사 최대의 취재 대상인 대구시와 홍 시장을 취재하지 못하는 고충, 수입의 상당 부분을 차지하는 대구시와 공공기관의 협찬금을 받지 못하는 상황을 타개하고자 하는 것도 당연한 일이다.

문제는 황 사장이 취임 직후 ‘대구시의 협찬금을 받지 못하는 상황을 타개하기 위해 홍 시장의 자존심을 세워줄 방법을 찾겠다’며 대구시와 관계 정상화를 언급한 후 일어나는 변화라는 점이다. 가해자인 홍 시장과 대구시가 사과도, 책임도 없는데 대구MBC가 먼저 양보하고 나서는 것은 관계의 정상화가 아니라 종속적 관계를 자청하는 결과를 초래할 염려도 있기 때문이다. 이렇게 해서 취재가 풀리고, 협찬금을 받으면 대구MBC는 이들의 잘못을 제대로 보도할 수 있을지도 우려된다. 대구MBC가 홍 시장과의 갈등의 발단이 된 시사 보도를 축소하는 것도 지역사회의 요청과는 거리가 있다. 특정 정치세력이 정치·행정·경제 권력을 독식하고 있는 대구에서 그들의 문제를 보도하고, 그들 외의 목소리도 대변하는 것은 지역 언론의 중대한 역할이기 때문이다.

우리는 지역 언론이 지역사회의 변화와 발전을 위해 노력해 왔고 특히 대구MBC는 권력을 비판하고, 약자를 대변하고자 노력해 왔다는 점을 존중한다. 때문에 권력이 언론을 탄압할 때 MBC노동조합 등의 투쟁을 시민들이 지지하고 시민단체들이 연대해 왔다.

그러나 홍준표 시장 취임 후 지역 언론의 모습은 실망스럽고 대구MBC의 변화도 우려된다. 언론사와 기자들이 시장의 눈치를 보게 되면 홍 시장의 퇴행과 독주는 걷잡을 수 없게 되며 이는 대구 시민과 대구의 미래에 크나큰 불행이 아닐 수 없다.

홍 시장이 각종 수단으로 자신을 비판하는 언론사와 기자를 겁박하고 괴롭히더라도 당당하게 맞서기를 기대한다. 지역 언론사들이 언론의 정도를 성찰하고, 일선의 기자들이 비판적인 기사를 자유롭고 공정하게 보도할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할 것을 촉구한다. 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