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동산투기열풍 그 진단과 과제

부동산투기열풍 그 진단과 과제

  지난해 하반기부터 서울 강남지역의 아파트값 폭등에서 시작된 부동산투기열풍이 이제는 서울 및 수도권뿐만 아니라 거의 전국적인 현상으로 확대되어 경제 질서를 어지럽히고 있다.
  대구의 경우도 예외는 아니어서 그 동안 상상도 하지 못하던 평당 1천만원 가까이 하는 아파트가 분양되고 있고, 서울 등지에서 수십조원의 투기자금이 지역에 몰려 지난 9월 분양공고된 수성구 황금동의 한 아파트 32평형의 경우 135가구 모집에 1만 6,000여명이 청약, 지역으로서는 상상도 할 수 없는 138대1의 경쟁률을 보였으며, 인근의 다른 아파트에는 1순위 청약에 4만여명이 몰려 평균 70대1, 최고 260대1의 경쟁률을 기록했다.

  이처럼 신규분양아파트의 높은 분양가와 프리미엄이 집값 상승을 부채질하여 기존 아파트의 가격도 가파르게 오르면서 사회문제로까지 비화하고 있다.
  부동산 투기는 빈부 격차를 확대시키고, 사회적 갈등을 유발할 뿐만 아니라 집값거품은 임금 및 기업의 생산원가 상승으로 이어져 국가경쟁력을 떨어뜨릴 수도 있기 때문에 부동산값 안정은 국정(國政)의 핵심과제 중 하나다.
  따라서 정부는 지난 2002년 1월 8일 부동산안정대책을 발표한 후 올해 ‘9?5 재건축시장 안정대책’까지 1년 6개월 동안 크고 작은 26가지 대책을 발표했으며, 이제는 대통령까지 나서서 토지공개념 제도의 도입 등 어떠한 ‘극한 처방’을 써서라도 부동산값을 안정시키겠다고 강력한 의지를 표명하였다.

  그 바람에 우리 대구의 경우도 10월 2일 수성구가 분양권 전매가 제한되는 투기과열지구로 지정된 데 이어, 10월 14일 건설교통부에서 열린 제9차 부동산가격 안정심의위원회에서 수성구 및 중구?서구가 투기지역으로 지정되어 10월 20일 이후 투기지역내 부동산을 양도하는 경우 양도소득세를 기준시가 대신 실지거래가액으로 과세하게 된다.

  이처럼 정부의 투기억제책이 이어지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부동산값이 쉽사리 잡히는 않는 원인은 부동산 시장 자체가 그만큼 내성(耐性)이 강해진 데다 정부의 투기억제책이 근본대책 없이 시장상황에 따라 줏대없이 냉온탕을 번갈아 오가는 땜질식 처방에 그치기 때문이다. 정부는 IMF 외환 위기 직후인 1998년 당시 경기 부양을 위해 옥죄었된 부동산 관련 정책을 일시에 다 풀어놓았다. 분양가 자율화와 소형 주택공급 의무비율 폐지, 분양권 및 미등기 전매 제한 폐지 등이 그 대표적이다. 이후 정부는 시장이 과열될 때마다 풀었던 부양책을 곶감 빼먹듯 하나씩 규제책으로 둔갑시켜 왔다.

  따라서 투기 세력을 뿌리뽑고 부동산 시장을 안정시키기 위해서는 임시방편적인 규제책은 오히려 시장 질서를 왜곡시킬 수도 있기 때문에 장기적이고 체계적인 종합대책을 마련할 필요가 있다.

  첫째, 저금리로 인하여 380조원에 이르는 막대한 부동자금이 부동산시장에 머물러 있는데, 이에 대한 대책이 시급하다. 먼저 은행들의 대출 과당경쟁이 부동산투기를 부추기고 있는 측면이 있기 때문에 은행의 돈줄을 조일 필요가 있다. 주택담보대출에 대한 총액한도규제와 같은 조치는 충격이 클 수 있기 때문에 담보대출 인정비율(LTV)을 투기지역에서는 현행 50% 보다 낮게 축소하는 방안은 유효한 수단이 될 수 있으며, 연체여신에 대한 대손충당금 적립률을 인상하고, 소득대비 대출규모가 지나치게 많으면 가산금리를 부과하거나 아예 금지하는 방안도 검토해 볼 수 있다.
  또한 부동산시장에 모인 자금을 주식시장으로 유인하기 위한 강력한 대책이 필요하며, 구체적인 수단으로는 한시적이라도 배당소득세를 미국의 경우처럼 대폭 경감하거나 면세하는 방안을 검토할 필요가 있다. 미국의 경우 올 5월 법인세와 배상소득세의 이중과세 문제를 해결하기 위하여 배당소득세의 최고세율을 38.6%에서 15%로 인하한 바 있다. 더불어 주식?채권 등 자본시장 활성화, 기업투자 촉진 등의 대책도 함께 마련하여야 한다.

  둘째, 분양권 전매금지를 전면 확대하여 ‘모든’ 종류의 아파트에 대해 예외 없이 일률적 투기규제를 함으로써 ‘특정’ 종류의 아파트에 대한 투기자금의 몰림 현상을 막아야 한다.

  셋째, 부동산에 대한 세제 개편방안을 들 수 있다. 단기적으로는 보유세를 강화하고 투기지역내 1가구 다주택자의 양도차익을 환수하거나, 양도소득세율을 대폭 인상한다든지, 종합부동산세의 조기 시행도 검토해 봄으로써 ‘감내할 수 없을 정도’의 세금을 매기면 불요불급한 부동산 보유를 억제할 수 있을 것이다.

  넷째, 서울의 강남과 대구 수성구 등이 초과수요를 일으키는 원인 중의 하나는 좋은 학원과 학교가 몰려있기 때문이기도 하다. 따라서 어떤 지역에 살든 자기가 원하는 학교를 선택할 수 있도록 교육평준화정책을 완화할 수도 있겠지만, 이것이 여의치 않다면 공교육의 황폐화, 사교육비 급등, 교육의 질 저하, 교육의 빈익빈 부익부 현상을 해결할 수 있는 특단의 대책이 필요하다.

  다섯째, 1990년 도입되었던 ‘택지소유상한제’, ‘토지초과이득세’,‘개발이익환수제(개발부담금제)’ 등 부동산공개념 3법의 재활용을 생각해 볼 수 있다. 그러나 ‘택지소유상한제’는 1998년 9월 폐지되었고, 2002년 7월 뒤늦게 위헌판정을 받은 점, ‘토지초과이득세’는 1994년 헌법불합치 판정을 받은 뒤 1998년 12월 부동산시장 활성화 대책의 일환으로 폐지된 점, ‘개발이익환수제’는 기업경쟁력 강화의 일환으로 수도권 이외의 지역에서는 2002년 1월 1일부터 폐지되었으며 수도권은 내년 1월 1일부터 부과를 중지할 계획인 점 등을 고려하여 신중하게 검토할 필요가 있다.

  어떤 정책이든 부작용 없이 부동산 시장을 안정시킬 수 있다면 좋겠지만 결과는 그렇지 않을 가능성이 크다. 주택에 대한 과도한 규제는 공급을 위축시키는 결과를 낳을 수도 있다. 이것은 수도권의 경우는 위성도시 건설과 행정수도 이전 등으로, 전국적으로는 임대아파트 건설을 확대하면 상당 부분 해결될 수 있을 것이다.  

  다른 한편 집값 폭등의 원인을 제거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더 시급한 것은 무주택자들에게 내집 마련 기회를 넓혀 주는 것이다. 이를 위해서는 부동산가격의 안정이 물론 필요하지만 모든 종류의 아파트에 대해 무주택자 우선 배정 원칙을 도입해야 하고 장기주택담보대출(모기지)제도를 빨리 도입하는 것이 필요하다할 것이다.

글_김대명(대구과학대학 교수, 법학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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