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동육아를 말하다

공동육아를 말하다

이제 우리 사회도 부부가 맞벌이하지 않고서는 생계를 꾸려가기 힘든 경제적 상황이 도래하고 말았다. 높은 사교육비, 다양한 여가비용 등 예전보다 훨씬 지출이 많아진 시대에 ‘혼자 벌어 식구를 먹여 살리기에는’ 이미 힘든 세상이다.
이런 시대에 부부 맞벌이는 필연적인 것이었고, 부부 맞벌이는 자연스레 육아문제로 이어졌다. 누가 아이를 어떻게 돌볼 것이냐는 문제에 대부분 부모들은 손쉽게 주위에 보육시설에 아이를 믿고 맡겼지만, 썩 만족스럽지 못했다. 단순?획일적인 인지교육 과정, 폐쇄적인 환경 속에서 자라는 아이들을 보면서 좀더 제대로 아이를 키워보고 싶었던 학부모들이 ‘자각’하게 되었다.

아이들을 맘놓고 맡길 수 있고, 아이들은 직접 체험하며 사회화 과정을 익힐 수 있는 곳은 없을까? 그러한 고민은 결국 자연과 함께 생활하며 아이들 절로 창의성과 탐구심을 갖게 하여 스스로 성장하도록 도와줄 수 있는 공동육아 어린이집을 탄생시켰다. 공동육아 어린이집은 낙후한 지역의 아이들의 교육을 위해 처음 시도되었지만, 점차 발전하면서 지금은 모습을 갖추게 되었다. 새로운 육아교육의 대안으로서, 육아를 통한 부모, 교사, 지역 등 새로운 지역공동체로서 자리잡아 가고 있는 공동육아를 알아보기 위해 대구에서 10년 가까이 운영되고 있는 시지지역의 씩씩한 어린이집을 찾아가 보았다.

씩씩한 어린이집은 조금 외딴 곳에 떨어져 있긴 했지만, 외연상 보기에도 여느 어린이집과는 달라 보였다. 뒤로는 큰 산이 자리잡고 있었고, 주변에는 조그마한 텃밭에서 많은 채소들이 사이좋게 자라고 있었다. 문 앞에서 친절하게 필자를 인도해 준 씩씩한 어린이집의 대표교사인 한선영 교사와 공동육아에 대해 이야기를 나눠 보았다.  

3년 정도 이 곳에서 교사생활을 했다는 한교사는 필자의 물음에 씩씩하게 대답해 주었다. 한교사에게 먼저 공동육아가 일반 어린이집과의 차이점을 묻자, 그녀는 굉장히 많다며 말은 이어갔다. “공동육아는 우선 친환경적인 요소을 제일 중요시해요. 그래서 마당과 텃밭은 꼭 있어야 되고, 계절과 절기에 맞춰 아이들이 자연 속에서 뛰어 놀 수 있게끔 하죠. 여기선 단순한 인지교육 대신 아이들이 직접 체험할 수 있는 교육이나 놀이들을 해요. 그리고 아이들과 교사간에 평등한 관계를 유지하기 때문에 서로 반말을 자연스럽게 하죠.” 아이들이 한교사를 부를 땐, 그녀의 별칭인 ‘구름’으로 부른다고 한다. 언뜻 한교사의 말만 듣고서는 상상이 되지 않았지만, 애들은 아무 꺼리칙함 없이 반말과 별칭을 부르며 얘기를 나누는 모습을 보고서야 비로소 이해할 수 있었다.

그러면서 한교사는 오늘도 아이들과 함께 근처에 놀이터로 나들이를 하고 왔다고 했다. 아이들을 인솔해서 이동하는 쉽지 않을 것이 분명함에도, 공동육아에서는 하루에 꼭 한 번은 나들이를 한다고 한다.
그러나 아이들이 자연과 뛰어 노는 것이 분명 좋긴 하지만, 그것이 학력 저하로 이어질 것을 우려하는 목소리에 대해서 한 교사는 단호하게 그렇지 않다고 대답했다. “물론 학교에 입학하기 전부터 학원에 다닌 아이들에 비해 초반에는 이 곳 아이들이 적응하기 힘들어 하지만, 1학기만 지나면 수업도 잘 따라가고 적응을 잘 하는 편이에요. 이 곳에서 또래들이나 나이 많은 형, 누나들과 어울리다 보니 훨씬 적응이 쉬운 것 같아요.”

그리고 그녀는 현재 공동육아가 과도기적인 시대에 들어서 있다고 보았다. “지금은 아니지만, 초반에 공동육아는 매우 ‘운동’적인 성격이 강했어요. 초반에 공동육아를 만들었던 분들이 많이 나가면서 지금은 새롭게 바꿔나가고 있는 중이에요.” 씩씩한 어린이집도 내년에는 초등학생들은 분리해서 나갈 계획이며, 어린이집을 조금 늘려 아이들을 더 받을 거라고 하였다. 아마 외형뿐만 아니라, 공동육아에 대한 근본적인 고민까지도 함께 진행되고 있음을 짐작할 수 있었다.

마침 때는 아이들이 집으로 돌아가는 중이라, 학부모들을 몇몇을 만나 볼 수 있었다. 씩씩한 어린이집의 이사인 은교 엄마를 만나 왜 이 곳을 택했는지 물어 보았다. 그녀는 아이들의 먹거리와 자유로운 교육환경 때문에 공동육아를 택했다고 했다. 씩씩한 어린이집에서는 생활협동조합(생협)에서 들어오는 음식들만 취급해서 환경에 오염된 음식이나 패스트푸드는 피하고 있었다. 1년 6개월 가량 이 곳으로 아이를 보낸 그녀는 80% 정도 공동육아에 대해 만족하고 있다고 하였다. 또 다른 학부모인 민정 엄마도 공동육아 어린이집에 보내기 위해 일부러 씩씩한 어린이집을 찾아온 경우였다.

그녀도 여느 다른 엄마들과 마찬가지로 자기에 일을 가지고 있었지만, 지금은 아이와 어린이집을 위해 잠깐 쉬고 있는 중이라고 하였다. 사실 공동육아에서 학부모들의 역할은 무척 크다. 일반 어린이집에는 매우 수동적인 역할을 하는 데 비해, 공동육아에서는 아빠엄마의 줄임말인 ‘아마’의 역할까지 해야 하기 때문이다. ‘아마’의 역할은 어린이집 청소, 놀이터 보수, 차량지원, 1일 교사 등 다양하고 적극적인 활동을 요구한다. 또한 정기적으로 이사회 모임과 ‘밤마실’까지 있어 학부모들의 역할을 매우 중요할 수밖에 없다.

육아를 매개로 아이들의 부모들까지 하나의 공동체를 형성하여 긴밀한 관계를 가지게 된다. 그녀는 또 공동육아에 대한 정부지원의 소홀함을 강력히 피력하기도 하였다. 법적으로 지원이 안 되어 교사들의 처우가 열악하여 역량 있는 교사들이 빠져나가는 것이 무척 안타깝다고 하였다. 대부분 공동육아 어린이집의 재정상태는 그다지 좋지 않은 터라 정부의 지원책이 더욱 절실하다고 한다.

아직 우리나라에서 공동육아의 역사는 짧다. 하지만 우리 아이들에게 보다 나은 환경을 제공하기 위한 학부모들의 노력은 계속될 것이다. 육아에 대한 사회 공동의 책임의식을 가지고 공동육아에 대한 관심과 지원대책이 이루어져 가까운 장래에 공동육아가 더욱 활성화되길 바란다. 공동육아 홈페이지는 www.gongdong.or.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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