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겁한 행동을 중단하자.

노조파업에대한 손배 가압류의 옥죄임
노동자에 대한 ‘손해배상소송’, ‘가압류’의 문제가 새삼스럽게 문제되고 있다. 물론 없었던 문제가 갑자기 생긴 것이 아니라, 올해 초 창원의 노동자 배달호씨가 분신자살한 사건의 원인으로 지적되면서 수면 위로 떠올랐을 뿐이다.

가압류란?

먼저 뭐가 뭔지 모르는 사람들을 위해서 설명을 하자면, 민법상 ‘불법행위’라는 것이 있는데 이것은 자신의 잘못으로 타인에게 손해를 입힌 사람이 피해자의 손해를 돈으로 배상하는 것이고 그것을 원인으로 하는 소송이 ‘손해배상청구소송’이다. 그리고 ‘가압류’란 보전처분의 한 종류로서 소송을 할 경우 소송기간이 장기화되고 소송의 상대방(피고)이 소송에 질 경우를 대비하여 자신이 가진 재산을 모두 처분하면 소송에 이기더라도 돈을 받을 수 없기 때문에 이것을 방지하기 위해 소송을 제기하기 이전에 미리 채무자의 재산을 묶어두는 것이다.

일단 가압류가 되면 채무자(소송에서 피고가 될 자)는 자신의 재산이라 하더라도 마음대로 처분할 수 없기 때문에 재산권 행사에 막대한 지장을 받게 된다. 이러한 가압류에 대해서는 가압류를 당한 사람이 본소송에서 승소하여 가압류를 취소시키거나 가압류결정에 대해 이의하거나 또는 가압류 당한 물건의 가치에 갈음하는 돈을 공탁함으로서 가압류를 취소시킬 수 있을 뿐인데 문제는, 일단 가압류는 쉽게 되지만 가압류의 취소는 매우 어렵다는데 있다. 그렇다면 가압류를 쉽게 해주지 않고 면밀히 심사해서 해주면 되지 않느냐고 반문할 수도 있는바, 가압류란 원래 가압류를 당하는 사람이 모르게 시급하게 해야 하기 때문(‘밀행성, 신속성’의 원칙)에 때문에 공개적으로 시간을 들여서 하기 어려운 성질이 있다. 만약 채권자(원고)가 가압류를 하려고 한다는 사실이 채무자(피고)에게 알려진다면 대부분의 채무자는 자신의 재산을 가압류 집행이 되기 이전에 처분하고 말 것이기 때문이다.

이상이 민사법상 ‘가압류’라는 것이다. 그런데 이것은 모든 국민에게 해당되기 때문에 일부 계층을 불이익하게 대우하는 것이 아니고 또 그 자체는 특별한 것도 아니다. 요약하자면 가압류란 재판을 대비하여 미리 상대방의 재산을 일시적으로 묶어두는 것이고, 가압류를 했다는 것은 앞으로 ‘당신을 상대로 재판을 걸겠다’라는 선전포고에 불과한 것이며 그 자체로서 채무자의 재산을 임의로 이동시키는 것은 아니다.

그런데 왜 가압류가 노사관계에 있어 새삼스럽게 문제되고 있는가?

노동현장에서 노동조합이 ‘파업’을 벌이고 노동자가 그에 따르려면 상당한 ‘결심’을 필요로 한다. 조합원이 조합의 결정에 따르려면 파업기간동안의 임금 상당액의 손실(이른바 무노동무임금원칙), 파업으로 인해 벌어질 자신의 고용상의 불이익 등에 대해 구체적으로 고려하고 그러한 손해를 감수하기로 마음먹은 후, 파업에 참가한다. 만약 파업이 적법하게 벌어진 결과 사용자가 막대한 손해를 입었다고 하더라도 노동자는 위와 같은 손해로 끝나고 더 이상의 손해는 없다. 왜냐하면 파업이란 원래 ‘업무를 방해함으로써 사용자를 압박하는 수단’이므로 당연히 사용자의 손해가 예정되어 있는 것이기 때문에 민법상 원칙으로 돌아간다면 노동조합 및 노동자는 파업으로 인해 벌어진 사용자의 손해를 전부 배상해야 하지만 우리 법은 그러한 손해에 대해 배상할 책임이 없다고, 또한 그것이 형법상의 업무방해죄에도 해당되지 않는다고 ‘노동조합및노동관계조정법’에 규정되어 있다(법 제3조, 제4조). 이것만 본다면 노동조합과 조합원은 국회의원 부럽지 않은 면책특권을 누리고 있다고 할 수 있다. 그런데 과연 그럴까?

막상 파업이 벌어지면 자신을 방어하고 상대방을 공격하는 치열한 싸움이 노사간에 벌어지고 경제력과 정보력 등 사용자는 우월하고 다양한 수단으로 노동조합을 압박할 수 있지만 여기에 맞서는 노동조합의 유일한 무기는 조합원들의 ‘단결력’이고 실제 그것밖에 없다. 어떠한 문제가 있더라도 파업의 결기를 훼손치 않고 단결할 수 있다면 노동조합은 사용자와 대등하게 맞설 수 있다.

그런데 파업이 장기화되면 여러가지 문제가 발생한다. 사용자측의 회유, 친척들의 걱정, 주위 이웃사촌들의 수근거림 등에 의해 노동자는 당초 결심에 대해 의구심을 갖고 불안감에 시달린다. 그런데 이쯤에서 사용자로부터 가압류가 신청되고 당신의 재산이 가압류되었다는 결정문이 ‘법원’으로부터 날아온다. 자신의 임금이, 퇴직금이, 노동조합비가, 전세금이 가압류되고 자신이 입사할 때 신원을 보증한 친척들에게도 가압류 통지서가 날아간다. 상황이 이쯤 되면 노동자는 ‘사면초가’에 봉착한다.

유일한 재산인 ‘전세보증금이 가압류되었는데 괜찮겠어요?’라고 걱정하는 아내의 불안한 눈빛이 손에 잡혀지고, ‘일만 열심히 하겠다고 해서 신원보증을 서주었더니 괜한 짓을 해서 내 집까지 가압류되었다니 뭐냐!’고 따지는 삼촌의 전화가 오기 마련이다. ‘가압류 해제와 파업에서의 이탈’을 등가적으로 교환하자는 사용자의 제의에 마음이 흔들리고 파업의 대오는 급격히 무너진다. 나 혼자라면 버텨보겠지만 주위 분들에게 피해를 입힐 수는 없지 않느냐는 ‘이타심’이 조합의 단결력을 뿌리째 흔든다. 대부분의 노동조합은 여기에서 무너진다.

이상은 픽션이 아니다. 노동조합을 대리해서 소송을 하면서 필자가 직접 겪은 일이다. 또 한 두 번 겪은 일도 아니다. 그리고 이상은 사용자가 똑똑하고 돈이 많을 수록(대기업일수록, 요즘은 단골고객이 ‘대한민국’이다) 자주 사용하는 수법이다.

비겁한 짓은 그만두자!
필자의 주장은 노동쟁의에 대해서 민법상 가압류, 손해배상의 법리를 전면적으로 배제하자는 것이 아니다. 그렇지만 아무리 가치중립적인 제도나 장치도 그것이 악용되고 있다면 보완책이 마련되어야 한다. 종업원에 대해서 가압류를 하거나 손해배상청구소송을 제기하는 사용자의 대부분은 ‘파업’을 무력화시킬 목적이고 그러한 법적 조치를 통해 자신의 손해를 벌충하고자 하는 사용자는 소수에 불과하다고 생각된다.(실제 파업이 종료되면 노사합의의 시점에서 가압류 등 법적 조치는 쌍방이 모두 취하하는 것으로 정리된다)

그리고 가압류, 손해배상소송이 헌법과 노동관계법이 정한 노동자의 권리를 필요 이상으로 제한하고 침해하는 결과를 가져오는 것은 법리적으로도 중대한 문제가 있다. 노동조합, 노동자의 파업으로 인한 가압류의 경우 법원은 당장 가압류결정을 하기보다는 변론을 열어 채무자(노동조합)쪽의 항변을 들어보고 파업의 경위나 그 목적, 수단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하고 가압류라는 수단이 노사대등의 원칙을 훼손한다고 여겨질 때 가압류 신청을 기각하거나, 가압류 결정을 늦추어 노동쟁의가 마무리되는 수순을 고려하여 판단하는 방법을 우선 생각해볼 수 있고 이것은 현재의 법제도를 고치지 않고도 실현 가능하지만 그러한 결정을 쉽게 내릴 법관이 얼마나 될지는 미지수이다. 아니 회의적이다.

두 번 째는 파업이 명백하고도 중대한 불법이 아닌 경우 즉, 파괴행위나 폭력행위 등이 수반되지 않은 경우에는 가압류를 제한함으로서 가압류가 남발되고 노동3권이 사문화되는 것을 방지하도록 법률을 고치는 방법이 있는데 그 정도의 법률 개정은 노동조합이나 노동자를 특별 대우하는 것은 아니며 오히려 헌법의 원칙과 노동관계법의 규정에 보다 부합하는 것이라 생각한다. 지금도 생계에 반드시 필요한 가재도구 등에 대한 강제집행을 금지하고 공무원의 퇴직(연)금에 대해 가압류를 허용 하지 않는 등의 유사한 사례에 준해 취급하면 충분히 가능할 것이고, 가압류를 제한함으로써 불법파업이 늘지 않겠는가의 문제는 형사상 처벌로 충분히 담보되어 있으므로 기우에 불과하고 본다.

그런데 위와 같은 제도의 개선 없이 파업의 불법성을 부각시켜 가압류를 남발하는 것은 오히려 극한 대립을 방조하고 무고한 희생을 방기하는 결과를 불러올 것이다.

진지한 문제의식 및 제도의 개선 없이 노동쟁의의 현장에 가압류 결정문을 보내는 행위를 합법이라고 주장하는 것은 법을 모르거나  ‘비겁한’ 짓이다. 비겁한 행동은 이제 그만 두도록 하자.
정재형 변호사/법무법인 대구하나로
hanalaw@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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