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중교통 어떻게 개선할 것인가?

시내버스, 뜨거운 감자

지난 5월말 일주일이 넘게 진행된 시내버스 파업으로 인해 대구시민들은 또 한번 홍역을 치뤄야 했다. 그러나 이번 파업을 통해 우리는 시내버스를 둘러싼 대중교통이 이제 더 이상 임시방편식 처방으로는 해결될 수 없으며 보다 근본적이고 구조적인 혁신이 필요하다는 인식을 공유하게 되었다.

시내버스를 중심으로 한 대중교통은 전국 어디를 막론하고 비슷한 문제점과 과제를 안고 있다. 매년 백수십억원대의 혈세를 투입하고서도 별다른 변화가 없는 시내버스, 그렇다고 서민교통의 핵심수단인 시내버스를 버릴 수도 없고 또 다시 밑빠진 독에 물붓기식으로 혈세를 쏟아 부을 수도 없는 ‘뜨거운 감자’가 되어버린 시내버스를 어떻게 할 것인가? 오늘날 시내버스가 이토록 뜨거운 감자가 되어버린 요인들을 먼저 살펴보자.

시내버스의 문제점

우선, 시내버스 이용률의 지속적 하락에 근본적 요인이 있다. 지하철 개통, 자가용 및 전세버스, 셔틀버스 등의 급증으로 이용승객이 격감하여 버스회사들이 구조적인 경영난을 겪고 있는 것이다.

둘째, 무엇보다도 배차간격의 불규칙, 콩나물 시루같은 복잡합, 난폭운전 등 교통서비스의 부재와 불합리한 노선체계, 환승의 불편과 추가요금 지출 등으로 인해 시민들이 시내버스 이용을 회피하고 있는 현실이다.

셋째, 버스업계의 부실경영과 자구노력의 부재도 간과할 수 없다. 버스회사들이 적정규모에 미치지 못하여 경쟁력을 상실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업계간 구조조정 등의 노력이 미흡하다. 뿐만아니라 사장 친인척 등으로 구성된 이사회의 주먹구구식 경영도 심각한 문제이다.

넷째, 근본적인 문제해결과는 거리가 먼 교통정책도 빼 놓을 수 없다. 시내버스의 불법운행과 버스회사들의 운영실태에 대한 구체적인 조사, 감독을 방기한 채 해마다 요금을 인상하고 보조금을 증액하는 임시방편을 일삼아 온 것이다.

이처럼 시내버스 문제는 다양한 요인들이 뒤엉켜 있어 어느 한가지를 해결한다고 해서 풀릴 문제가 아니며 보다 혁신적이고 종합적인 대책이 필요하다. 이러한 문제의식하에 추진할 시내버스 혁신방향, 과제를 아래와 같이 정리할 수 있다.

■ 시내버스 업계의 경영투명성 확보와 적정규모화
시내버스 회사들의 회계와 경영의 투명화는 이들 업체들에 대한 시민들의 불신을 해소하고, 공적자금의 낭비를 줄이고 합리적 버스요금 산정을 위한 선결과제이다. 기실 시내버스 회사들의 적자타령에 대한 시민들의 불신은 이만 저만이 아니다. 수익금을 누락하고 원가를 부풀려 보조금을 증액한다, 사장 친인척을 유령직원으로 등록하여 급여와 차량 등을 지급하는 등 회사돈을 횡령한다, 노조분회장 등을 금전으로 매수하여 파업을 짜고 한다 등 숱한 의혹들이 제기되어 왔다. 이러한 불신들을 해소하기 위해서는 시민단체와 외부회계사에 의한 공정하고 전면적인 회계감사를 실시하고, 원가와 수익금에 대한 정확한 조사가 즉시 실행되어야 한다.

이러한 기초위에서 회계의 투명성을 확립하고, 경영이 부실한 기업들을 정리, 합병해야 한다. 이를 위해서 회사당 200대 이상의 버스를 보유하는 규모의 경쟁력을 갖추고, 임원 및 직원인건비 절감, 운전기사 후생복지 확충 및 시설보강, 경영비용 최소화 및 직간접적 경영혁신이 추진되어야 한다.

■ 시내버스 정시성 확보와 불법운행 근절

시내버스 배차간격이 불규칙하고 불법운행이 상습화된 이유는 우선 불법주정차와 단속부재 등으로 인해 버스전용차로가 제기능을 하지 못하는데 있다. 또한 버스노선이 과다하게 많고 노선별 배차대수는 적은데 비해 노선길이가 길다는데 있다. 이를 개선하기 위해서는 우선 기존의 전용차로제에 대한 관리감독을 철저히 해야 한다. 이를 위해서는 시민이 참여하도록 단속법을 개정하고, 종일 버스전용차로 및 중앙버스 전용차로제를 도입해야 한다.

■ 노선체계의 전면적인 개편 및 무료환승시스템 도입

대도시들 대부분의 노선이 길고 굴곡이 많아 운행시간이 길다. 차량당 운행노선이 과다하고, 대부분이 수익을 위해 도심을 통과하는 것도 문제이다. 이를 해소하기 위해서는 전면적인 노선개편이 불가피하다. 기존의 좌석, 도시형버스 중심의 체계를 직행노선버스, 지선버스, 지구간버스, 급행버스, 급행이중굴절버스 등으로 다양하게 구분, 체계를 정비해야 한다. 또한 무료환승시스템을 도입하여 갈아타는 불편과 경제적 부담을 해소함으로써 버스이용률을 높여야 한다.

■ 운행거리에 따른 수익금 배분제도 도입

  이는 불필요한 경쟁을 막음으로써 안전운행을 보장하고 오지노선의 서비스를 획기적으로 개선하기 위함이다. 시내버스 운영 원가는 승객을 태우던 말던 상관이 없으므로 현재의 승차자 수에 따른 수익금 배분은 승차자가 많은 곳을 중심으로 운행됨으로써 업체간 경쟁을 과열시킴으로서 안전운행을 보장할 수 없다. 또 오지, 비수익 노선에 대한 배차를 줄이고 서비스를 떨어 뜨리는 요인이 되고 있다. 운행거리에 따른 수익금 배분제도로 바뀌게 되면 운행해야만 수수익이 창출되므로 감차가 근절되고 오지노선에 대한 서비스를 획기적으로 개선할 수 있을 것이다.

■ 자동차 중심에서 대중교통 중심으로 획기적인 정책 변화

시내버스의 교통수송 분담율이 지속적으로 낮아지고 있다. 또한 당초 전망과는 달리 현재 지하철의 교통수송 분담율이 매우 낮고 운영적자도 심각한 지경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지하철을 건설하고 자동차 운행을 중심으로 도로를 건설, 정비하는데 천문학대의 자금을 투입해 왔으나 대중교통의 여건은 전혀 개선되지 않고 있다. 자동차 운행이 급속도로 증대되고, 그만큼 도로의 사정은 악화되기 때문이다. 또한 현실적 기대를 충족하지 못하는 지하철에 과도한 자금이 투입되고 있는 것도 문제이다. 지금부터라도 시내버스 중심, 대중교통 중심의 정책으로 획기적으로 전환되어야 한다.

이런 점에서 지하철 3호선 건설은 백지화되는 것이 당연하다. 뿐만아니라 최근에 유력하게 검토되고 있는 경전철 도입 또한 재검토되어야 한다. 건설비용이 지하철의 2/3에 미치고 각종 보상비용을 포함하면 지하철에 버금가는 문제를 발생시킬 수 있는 것이다. 이 보다는 건설비용이 경전철의 1/10에 불과하나 운행속도와 서비스는 지하철에 버금간다고 보고되고 있는 BRT 즉 급행간선버스 도입에 대한 검토가 시작되어야 할 것이다.

지난 6월초 시내버스 파업을 종결하면서 시, 업체, 노조, 회사간에 내년 10월부터 버스준공영제를 도입하고, 이를 위해 버스개혁시민위원회를 구성, 준공영제 시행을 위한 연구용역을 발주하기로 하였다. 그러나 버스준공영제는 공영제에 최대한 가까이 이르도록 해야하고, 이를 위해서는 대중교통 전반의 혁신이 수반되지 않으면 업계의 배만 불려주는 꼴이 될 것이다.

이를 방지하기 위해서는 버스업계에 대한 회계감사를 시작으로 앞서 제시한 대중교통 혁신과제들에 대한 총체적인 대책수립이 필요하다. 버스개혁시민위원회는 이러한 과제를 추진하기 위한 사회적 합의기구로써의 위상을 분명히 해야 할 것이다. 대구참여연대는 그 동안의 소극적인 자세를 탈피하여 보다 적극적인 활동을 전개할 생각이며 조만간 이러한 계획을 회원들에게 제출하게 될 것이다. 회원여러분의 많은 관심과 참여를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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